Y-Choice

올해의 앨범 3위

검정치마 (The Black Skirts) 『Team Baby』
2,80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7.05
Volume 3
레이블 하이그라운드
공식사이트 [Click]

우리가 현재 보유한 천재들의 리스트 중에서 검정치마는 얼마나 높은 곳을 선점하고 있을까? 「Antifreeze」(2010)에서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우겠다”던 구호를 당대의 가장 높은 곳에서 안타깝게 소리치고 있었다. 끝을 알 수 없는 파도와 맞서며 건너고 있던 개인주의라는 현명한 이름의 선박 또한 이를 알았으나 선로를 바꾸지 않고 바다를 가로질렀다. 싱어송라이터의 우울은 때로 천박하고 의미 그대로 감성팔이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솔직히 그렇다. 말은 하늘만 빙빙 돌고 감정은 위대한 연설이 되기를, 딱히 이유도 모르겠는데 애원한다. 사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의 전형이 그렇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아무튼, 그러다가도 한번씩 어찌 보면 별것 아닌 이야기가 보다 많은 것을 조망하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마다 기록이든 수필이든 소설이든 간에 상관없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목격했다는 사실 하나가 사람을 참 기쁘게 한다. 이럴려고 뭐라도 찾아듣는구나 하면서 말이지.


『Team Baby』는 관계에 대한 체념 후 행복에 대해 오래도록 성찰한 결과물이다. 서두의 「난 아니에요」는 올해 최고의 예술론이 들어 있는 곡이다. George Harrison이 떠오를만치 손에 닿지 않는 언어로 꾸민 성찬이라 치켜세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본격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찬가에 이르기 전 “난 배고프고 절박한 그런 예술가가 아니”라고 일갈을 하는데,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도, 해서 의미가 생기는 사람도 얼마 되지 않는다. 이젠 나이가 들었다며 예전 같은 날선 노래는 제 몫이 아닌 것 같다던 사람치고는 살벌하기 그지없다.


한편, 한국어로 된 인디록의 가능성에 불을 지폈던 장본인답게 바로 이어지는 「Big Love」에서는 지글대는 베이스와 드럼, 찰랑대는 신스가 데뷔작의 향수를 아른거리게 한다. 거기에 보다 수려해진 구성은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2011)에서 더욱 선명해진 팝의 멜로디와 포크의 한껏 날카로운 기운에서 좋은 것만 끌어오는데 성공했다. 성실히 좋은 멜로디를 써내며 매너리즘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작곡가이자 하나의 스타일에 가까운 이념을 정립한 작사가의 위치를 동시에 갖고 있는 1인 밴드라니, 거짓말 같다.


쭉 듣다 보면 Belle And Sebastian, Teenage Fanclub 같은 이름이 쉴새없이 생각난다. 인디팝의 가장 고귀한 이름들. 그뿐인가. The Smith, Sufjan Stevens, Bon Iver, 키시다 시게루(岸田繁), 이석원, 토마스쿡. 끊임없이 다양한 장르의 조각들을 이어붙여 '검정치마'라는 하나의 고리로 이어짓는 솜씨는 결국 이 모든 것을 수렴하여 자신만의 팝으로 만들고 앨범으로 귀결시켜, 자신을 향한 수많은 찬사에 기꺼이 화답해주었다.


이 앨범에서는 가장 좋은 한 곡만을 꼽기가 힘들다. 그만큼 모든 노래가 아름답고 빼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눈부신 「혜야」 같은 곡은 이 노래를 듣고 자란 학생들이 이전과는 다른 음악을 듣고, 또 만들게 될 것이란 확신을 품게 해주었다. 이토록 자그마한 땅에서도 다행히도 수요에 비해 사치스럽도록 많은 로컬 뮤직을 들으며 살아간다. 그 많은 물건이 K-Pop이라는 분명한 현상의 눈부신 그늘 아래에 남아 있다. 아웅다웅 몸을 부비며, 또한 존재하는 구조화된 외면과 더불어 생산되고 소멸한다.


좋은 뮤지션이 지금도 바삐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의 결론이 뭘까? 2012년에 나올 예정이었던 것이 밀리고 밀렸다지만 3부작 중 고작 첫 번째가 이렇다는 것에 감탄사만 연발했다. 어쩐지 이미 끝난 소설의 다음 장을 원하는 것 같아 부끄럽다. 몇 장의 앨범을 사는 것 말곤 검정치마에게 달리 해줄 것이 없다. 이 정도 인물에게는 약소하지만.


Credit

[Musician]
Electric Guitar : 조휴일 (All Track)
Acoustic Guitar : 조휴일 (Track 2, 3, 4, 5, 6, 8)
Slide Guitar : 윤시황 (Track 3), 조휴일 (Track 2, 7)
Guitar Solo : 백준명 (Track 3), 윤시황 (Track 6)
Lap Steel : 윤시황 (Track 8)
Bass : 김문희 (Track 7), 이경남 (Track 2, 3, 4, 6, 8, 9), 조휴일 (Track 5, 10)
Drums : 신동훈 (Except Track 1)
Percussion : 김진환 (Track 2, 3, 4, 7, 8), 조휴일 (Track 2, 4, 5, 6, 8, 10)
Piano : 정재일 (Track 3, 6, 8, 9)
Organ : 고경천 (Track 2, 3, 4, 7, 9), 원영조 (Track 6)
EP : 고경천 (Track 4, 7), 이희태 (Track 5)
Synths : 조휴일 (Except Track 9)
Programming : 조휴일 (Track 1, 2, 7)
Samples : DJ소울스케이프 (Track 7), 조휴일 (Track 1, 7, 10)
Saxophone : 김명기 (Track 4, 5, 7)
Trumpet, Saxophone, Horn Arrangement : Jacob Wynne & Dave Kasper (Track 4)
String Arrangement : 김성수 & 전종혁 (Track 5, 8, 9)
Strings : La Musica (Track 5, 8, 9)
Background Vocals : 박세훈, 서승택, 윤시황, 임형준 (Track 2), Scott Smith (Track 9)

[Staff]
Produced by 김성수 & 조휴일
Recorded at Tone Studio, Doggy Rich
Mixed & Mastered by 김대성
Engineers : 김대성, 양하정, 이상권, 정태준
Assisting Engineers : 권유진, 신동주, 최민성
Cover And CD Design : 윤지현, 조휴일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난 아니에요
    검정치마
    검정치마
    검정치마
  • 2
    Big Love
    검정치마
    검정치마
    검정치마
  • 3
    Diamond
    검정치마
    검정치마
    검정치마
  • 4
    Love is all
    검정치마
    검정치마
    검정치마
  • 5
    내 고향 서울엔
    검정치마
    검정치마
    검정치마
  • 6
    폭죽과 풍선들
    검정치마
    검정치마
    검정치마
  • 7
    한시 오분
    검정치마
    검정치마
    검정치마
  • 8
    나랑 아니면
    검정치마
    검정치마
    검정치마
  • 9
    혜야
    검정치마
    검정치마
    검정치마
  • 10
    Everyting
    검정치마
    검정치마
    검정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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