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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신인 2위

머쉬베놈 (Mushvenom) 『보자보자』
81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0.10
Volume Digital Single
장르 힙합
레이블 멋이밴놈
유통사 카카오엠
공식사이트 [Click]
단 1분이면 충분했다. 《Show Me The Money 8》으로 둑을 터뜨리는데 걸린 시간이다. 펀치넬로의 눈앞에서 뱉은 가사처럼 찰나지간에 "커리어 약탈을 시도"한 그는 당연한 무관심을 보란듯이 이겨냈다. (첫 벌스가 등장했을 때, 직관하던 양동근의 휘둥그레진 눈은 현장의 충격을 증명하는데 충분했다.) 모든 이들의 귀을 훔쳤음에도, 방송이라는 속성과 알려지지 않은 무명이라는 약점이 만나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던 그 상황은, 지금껏 없었던 충청도의 억양으로 가득찬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이냐」(2019)로 재탄생시켰다.

머쉬베놈이 만드는 음악의 독특함은 여기에 있다. 주변의 모든 상황을 의뭉스럽게 가져와 '자신의 현재'를 만드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이는 머쉬베놈이 《Show Me The Money 9》 레이스 도중 언급한 '순발력'이라는 키워드와도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현재의 충실한 관찰이 있기에 상황에 맞는 가사와 무대를 연출하는데 거리낌이 없고, 그러다 보니 청중의 기대감을 자아내는데도 성공한다. 오왼의 급작스러운 하차에도 불구하고 (목마를 포함하여) 각성한 미란이와 함께 강렬한 충격과 천만 동영상을 남긴 「VVS」의 구성, 자신의 스타일을 극한까지 밀어부친 「부어라 비워라 : Tricker」, 쇼에서 끊임없이 내뱉던 유머러스한 - 사실은 긴장을 가리고자 했던 - 키워드를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에 확장해낸 「고독하구만」이나 「여백의 미」 같은 곡들은 머쉬베놈의 기량을 증명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유머', '충청도', '해학' 같은 머쉬베놈의 캐릭터는 《Show Me The Money 9》 참가 이전에 슬로의 비트로 발표한 곡들에서 기인한다. 아무래도 머쉬베놈의 스타일이 특정 단어에 핀포인트를 비춰 돋보이게 하고, 충청도 사투리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며 문장을 짧게 가져가되 뉘앙스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구성하는 것도 있지만, 적재적소에 은근한 여백을 뿌리는 고수(鼓手) 슬로의 비트가 소리꾼 머쉬베놈의 말맛을 충실히 뒷받침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보자보자」에서 뱉은 "돌려라 연락/ 동창회 열어/ 너 빨리 동참해/ 어서 빨리/ 어 왔어/ 앉아/ 딴따라한테 거/ 술 한잔 따라봐 (개XX야)" 라는 가사는 다시 들어도 흠잡을 곳 없는 멋이 느껴진다. '10년의 무명, 그리고 성공'이라는 뻔한 서사만 있었다면 감흥이 없을 수도 있는데, 머쉬베놈의 랩톤과 라임, 자연스럽게 밀고 당기는 플로우가 능청스러운 해학을 지닌 가사와 결합하면서 '생활형 래퍼'의 새로운 면목을 보여준다. 래퍼의 성공이라는 게 롤렉스와 벤틀리를 사야만 가능한 건 아닐진데, 그 사이의 미묘한 틈을 훅 치고 들어오는 머쉬베놈의 가사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더구나, 충청도 사투리의 말맛을 잘 살린 플로우는 이 상황의 몰입감을 극대화시키는데 일익을 맡는다.

아울러, 머쉬베놈의 인지도와 성공시대를 이끌어 낸 《전략적 팀 전투 (TFT)》(2020) 의 광고음악 「두둥등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파열음에서 특히 구성지면서도 또렷한 머쉬베놈의 독특한 톤은, 사람들의 귀를 잡아당기길 요구하는 광고음악의 속성을 "두둥등장"이라는 단 네글자만으로 충실히 이행한다. 그가 모든 세대에게 주목을 얻어낸 이유가 궁금하다면, 《LCK 결승전》(2020)에서 선보인 오프닝 세리모니 버전을 듣기를 추천한다. (이 또한 《Show Me The Money 9》 에서 알뜰히 써먹었다. 모든 스쳐지나간 순간을 성실히 활용하는 머쉬베놈의 재능은 여기서도 드러난다.)

오로지 자신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주어진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지금의 자리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머쉬베놈. 그가 만들어낼 음악에 또 어떤 해학과 기지가 넘칠 것인지, 2021년을 기대해본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보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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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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