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이 곡의 성공을 단순히 대중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구석이 많다. 어찌보면 이 곡은 그의 가장 큰 고민을 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곡의 성공은 그에게 해결해야할 큰 숙제로 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 곡에서 드러나는 지코의 역량은 탁월 그 자체였으니까.

[열심히] 빠듯하게 곡에 아이디어와 스웨그를 채우며 일곱명 분량을 챙기던 자체제작돌 시절을 1기로 본다면, 《Show Me The Money 6》(2017)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이후부터 힙스터 브랜딩에 열을 올리던 시절이 대략 2기 즈음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 시기 지코의 음악은 아이디어와 들인 시간을 최대한 빠듯하게 밖으로 보여주는 데에 집중했고, 그래서 그 공과가 꽤 들쭉날쭉 했습니다. 「아무노래」는 힙스터 경쟁과는 다른 결에서 지코에게 가능성을 열어준 곡입니다. 실제로 이 곡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복잡할 것도 없지만 무엇 하나 과하거나 불요한 것 없이 딱 필요한 수준에서 정제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곡의 전부이자, 핵심을 이루는 16마디는 세세하게는 변주되지만 전반적으로는 꾸준하게 반복됩니다. 일본 팝 음악이 재즈와 라운지 음악을 사랑하던 시절을 닮은 멜로디 메이킹은 지코의 싱잉 랩에 최적화된 범위 안에서 대화하듯 흘러가고, 라틴 리듬이 들어오며 변주되는 간주 또한 딱 곡이 지루해지기 전에 적절한 타이밍을 치고 들어옵니다. 전체적으로 대화하듯 이어지는 ‘가사’와 끊임 없는 ‘플로우’를 구현하는 것을 중심에 두고 나머지 요소들을 적절히 절제해, 오히려 곡의 모든 에너지가 이 두 요소에 몰리는 굉장한 집중력을 만들어냈습니다. 굳이 챌린지 이야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유행가’로서의 본분을 더할 나위 없이 잘 해낸 곡입니다. 지코가 굳이 이 곡의 성공요인을 ‘키치코드’ 덕분으로 생각했나 싶은 이후 활동은 다소 애매한 감이 있습니다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