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Choice

올해의 앨범 6위

김사월 『헤븐』
680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0.09
Volume 3
장르 포크
유통사 와이지플러스
공식사이트 [Click]
이토록 간지러운 음악과 뮤지션이 있을까요. 조금 표현이 장난스러울 수는 있겠지요. 그런데 김사월이라는 역대급 뮤지션에게는 이 표현이 너무나도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에코와 리버브가 가득한 공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에요. 사실, 김사월이라는 뮤지션이 음악 속에서 펼치는 사유는 우리와 같은 일반 청취자들이 닿을 수 없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 당연히 수준에 대한 것은 절대 아니구요.)
 
스스로 미물이 되고자 하는 「일회용품」부터 그래요. 창살 속에 갇힌 사람은 작은 벌레가 되어서 나가고 싶고, 이 삶이 힘든 사람은 차라리 새가 되어 날아가고 싶은 것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생각의 흐름이 수록곡들의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뭔가 시원하게 드러내지 않고, 그렇다고 아프게 찌르는 것도 아니면서 그 괴로움을 간직하죠. 각 단락에는 「도망자」와 같이 일말의 후회를 남겨놓으면서 또 검은색 마냥 진하지도 않아요.
 
다만 이번 정규작 『헤븐』은 마냥 가라앉지 않고 군데군데 분출하는 장면이 몇몇 존재합니다. 그동안 잔인한 조소를 읊조리던 그녀의 스탠스와는 약간 다름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상처 주는 키를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어」와 같이 친절하게 긴 제목은 그동안 김사월이 겪어왔던 고통의 단서를 답답하다는 듯이 표출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니면 『헤븐』의 전체적인 맥락과 같이, 알면서도 상처를 주는 관계에 대한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우리와 닿을락말락한 그녀의 생각들도, 그녀가 가진 보컬과 음악이 가진 범접 불가의 아우라를 통해 저 멀리 날아가 버립니다.

김사월이란 뮤지션이 그래요. 같은 생각을 가지고 이런 보석을 만드는 것. 단순하고 당연하지만, 우리가 음악을 좋아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김사월은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그냥 모든 통로를 닫고 그녀의 매혹적인 목소리와 음악을 즐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헤븐』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만든 앨범입니다.

지금까지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평하긴 했지만, 한발 물러서서 『헤븐』의 만듦새를 보면 프로듀싱적인 면으로도 매우 훌륭합니다. 리버브와 에코가 주는 부스러기들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포인트에서 주는 극적인 연출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스튜디오가 취할 수 있는 밸런싱, 공간감과 같은 이점 또한 어느덧 쌓인 그녀의 연차처럼 능수능란하게 잘 녹아들어있습니다.

만일 세상을 꿈과 현실로 구분한다면, 어쩌면 김사월은 ‘이 모든 것을 담기 위해 부지런히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그런데, 『헤븐』을 들으면서 그녀는 혹시 이 ‘모든 것’ 조차 ‘갇혀있다’고 생각하고 있는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이번 정규작은 김사월이라는 뮤지션에 있어서 중대 기점일수도 있습니다. 언뜻 들으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좁은 장르와 특징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가뿐하게 벗어나 데뷔 7년차에 하나의 기점이 될 수도 있는 작품이라니요. 김사월은 그만큼 대단한 뮤지션이라고 밖에 더 할 말이 없네요.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일회용품
    -
    -
    -
  • 2
    스테이지
    -
    -
    -
  • 3
    교환
    -
    -
    -
  • 4
    도망자
    -
    -
    -
  • 5
    나방
    -
    -
    -
  • 6
    내가 사랑할 그 사람은
    -
    -
    -
  • 7
    확률
    -
    -
    -
  • 8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상처 주는 키를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어
    -
    -
    -
  • 9
    오늘 밤
    -
    -
    -
  • 10
    헤븐
    -
    -
    -

Editor

  • About 김용민 ( 19 Artic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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