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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Review

[이상은 30주년 특집 #10] 거대하고 충만한, 원형

이상은 『Asian Prescription』

1,380 / 작성일 : 2019.02.26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99.05; Volume 9; 장르 팝; 유통사 EMI

이 앨범은 리채의 앨범이자, 동시에 이상은의 앨범이다. 이상은의 곡들을 리채의 하늘로 옮겨놓아 다시 재배치한 천구도(天球圖)다. 리채를 전면으로 내세웠지만, 곳곳에 숨어있는 흔적은 여전히 이상은을 가리키고 있다.

앨범은 짧은 합일과 긴 단절을 끊임없이 대치시킨다. 사별을 테마로 한 「Gonfuin」의 뒤에는 합일을 말하는 「어기여 디여라」의 영어 버전이 있다. ‘당신과 나란히 걷겠다’고 영어로 말하는 「Infinite Road」의 다음은 ‘너와 나 사이에 물이 흐르고 있’다로 시작하는 「삼도천」의 자리다. 6집에서 연주곡으로 먼저 선보인 「Reincarnation」의 여운은 「Break Water」의 쨍한 편곡 속에서 아스라이 살아남는다. 합일과 단절이 거듭되며 뒤엉킨다.

「새」를 기점으로 뒤엉킴은 새로운 맥락을 만난다. 합일과 단절의 운동성이 내면화를 거친 후, 앨범의 후반부는 번민의 연속으로 이어진다. 흥미로운 점은 8집에서 분열을 담당하던 수록곡들이 이 앨범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해석을 얻는다는 데에 있다. (편곡이나 프로듀싱이 바뀐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마지막 트랙으로 나오는 「어기여 디여라」의 한국어 버전은 번민이 다시금 대하(大河)를 이룬다. 7집의 「어기여 디여라」가 저 멀리 떨어진 아름다움을 응시한다면, 이 앨범의 「어기여 디여라」는 수없이 흘러내려온 물줄기가 마침내 큰 강을 만난 듯한 풍광을 드러낸다. 맥락의 변화만으로도 곡의 온도와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앨범만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결과물도 드물다.

이 앨범에 처음 나온 곡들 또한 다른 곡들 못지 않다. 앨범의 흐름을 그대로 잇거나 (「Sumi Mauntain」), 무람없이 어우르게 하거나 (「Cliché」), 단절의 테마를 더욱 강화시켜 효과를 강조하는 식 (「Infinite Road」, 「Break Water」) 으로 앨범의 흐름을 이어간다. 한마디로 자신들의 역할을 무난하게 해내며 앨범을 잇고 있는 것이다.

그 뿐인가. 5집의 「길」을 번안한 「A path」와 3집의 「초승달」을 번안한 「Chosungtal」은 다른 세션으로 다른 미감을 창조한다. 두 곡 모두 전자는 편곡의 단촐함을 그대로 가져가며 그리움의 감정을 추리고, 후자는 앨범에 맞는 편곡을 가미하면서, 번민의 감정에 방점을 찍는다. 이상은과 타케다 하지무의 저력을 새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요컨대 이 앨범은 합일과 단절이 번민으로 내면화하는 과정을 균형감각이 탄탄한 역량으로 재구성한 앨범이라 하겠다. 이 과정이 비교적 군더더기가 없었다는 점이 앨범의 유일한 흠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이 당시의 펭귄스에게 있었다는 점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듯 하다. 이 앨범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충만함이 바로 그 증거니까.

#이상은

Credit

[Musician]
일렉트릭기타 : 竹田元 (타케다 하지무)
어쿠스틱기타 : 竹田元 (타케다 하지무)
퍼커션 : 이상은, 竹田元 (타케다 하지무), 梯郁夫 (카케하시 이쿠오)

신시사이저 : 이상은, 竹田元 (타케다 하지무)
피아노 : 竹田元 (타케다 하지무)
스트링 : 竹田元 (타케다 하지무)
스트링 신시사이저 : 竹田元 (타케다 하지무)
얼후 : 玉蘭 (유이란)
바이올린 : 中井一郞 (나카이 이치로)
첼로 : 堀沢真己 (호리사와 마사미)
프로그래밍 : 竹田元 (타케다 하지무)
샘플루프 : 竹田元 (타케다 하지무)
탬버린 : 竹田元 (타케다 하지무)
북 : 원일
공 : 원일
장구 : 원일
에너지차임벨 : 원일
팬플루트 : 旭孝 (아사히 타카시)
일본피리 : 旭孝 (아사히 타카시)
리코더 : 山本拓夫 (야마모토 타쿠오)
코러스 : 이상은

[Staff]
Produce : 和田泉 (와다 이즈미) with Penguins
Sound Producing : 竹田元 (다케다 하지무)
Recording & Mixing : 沖津徹 (토오루 오키츠) @ L&T Studio
Mastering : 小泉由香(코이즈미 유카) @ Orange Studio
책임프로듀서 : 岩崎淳 (이와사키 준)
총책임프로듀서 : 佐々木公成 (사사키 코세이)
프로덕션슈퍼바이저 : 湯上三平 (유가미 산페)
A&R : 河村剛志 (카와무라 타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