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삶과 죽음에 보내는 따뜻한 냉소

줄리아드림 (JuliaDream) 『생과 사』
1,057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0.10
Volume 2
장르
레이블 헤네치아
유통사 소니뮤직
공식사이트 [Click]
숨가쁜 9/8박에서 정돈된 8비트로 접어들며 생명의 탄생이 묘사된다. 첫 곡 「Born」이다. 누구도 슬퍼하지 않을 길 없는 사건을 다뤘던 「불안의 세계」에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삶과 죽음으로 옮겨온 담론의 사슬이 그렇게 조금씩 풀린다. 생(生)과 사(死). 하나는 감당하고 있는 지금이고 다른 하나는 감당해야 할 미래다. 삶과 죽음이란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먼 시간이다.

「Born」에서 박준형은 부른다. 삶이란 타인의 의지로 태어나 자신의 의지를 뒤쫓는 일이라고. 그것이 관습에서든 종교적 이유에서든 흔히 세상은 생명의 탄생을 기쁨의 순간으로 대하지만 이 곡에선 다르다. 박준형은 환희로 덮여야 할 생명의 첫 울음을 비명과 혼돈으로 기타에 새겼다. 드러머 염상훈은 삶에 대한 그 거친 해석을 어느 순간 시커먼 리듬의 심연으로 곤두박질 치게 만든다.

그러니까 줄리아드림의 두 번째 앨범 『생과 사』는 4년 전 신(神)이 했던 말(“저 하늘에 내가 있어도 너는 외롭다”)을 가슴에 품고 끝내 나를 삼킬 "생의 배반”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작품이다. 과거 「The World Depend On You」(2016)에서 던졌던 질문 "우리의 삶은 나아질 수 있을까. 우린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에 대한 대답이다.

물론 그 대답은 염세적이다. “애써도 닿지 못할 꿈과 쥐어보려 한들 쥘 수 없는 기쁨”을 노래하는 「자장가」의 가사처럼 염세로 염세를 지우려 드는 줄리아드림의 색깔은 변함이 없다. “우러러보는 눈빛들에 비굴해지는” 것이 인생이라 하는 「구슬」의 일갈, 곡이 가진 모종의 대중성을 슬픔으로 감싸는 「말하지 못했어요」의 유서 같은 글, 「Tell Us Who We Are」의 존재론적 자문이 모두 생과 사를 환멸과 냉소로 이끄는 장치들이다. 이 끈질긴 염세 덩어리는 인생은 "바라봐야 한 순간"일 뿐이라는 '꽃비'에서, 죽음 앞에선 꽃상여도 부질 없다 얘기하는 「El Neuvo Mundo(새로운 세계)」에서도 거듭 환기된다.

때문에 이 앨범은 어떤 면에서 영(靈)적이다. 삶은 죽음의 다른 말이라는, 그 뻔한 듯 날카로운 진실은 리버브(Reverb)의 중첩과 왜곡으로 박준형의 목소리를 일순 신의 목소리로 둔갑시킨다. 가령 「구슬」 같은 곡에서 이미 이 세상 것이 아닌 듯 들리는 박준형의 노래는 어느새 절대자의 그것이 되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예고, 경고한다. 여기서 박준형은 기교에 거리를 두고 전달을 위해 읊조린다. 그는 가만가만 노래하며 평화를 위장 하면서 뒤엉키는 악기 연주 위로 삶과 죽음을 대치 시킨다. 여기엔 새 멤버 훈조의 역할이 크다.

건반과 보컬을 조건으로 팀에 합류한 훈조는 박준형과 록 밴드 아톰뮤직하트에서도 호흡을 맞춘 인물이다. 첫 곡 「Born」에서부터 드러나는 훈조의 실력은 발라드 「말하지 못했어요」와 손병규의 베이스 리프가 주도하는 「Tell Us Who We Are」, 신해철의 어두운 자조를 닮은 「나를 데려가 줘요」 등 앨범 전반에서 탁월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는 마치 영화에서 카메라 렌즈를 해방시킨 딥 포커스 같은 존재감이다. 음반의 몰아치는 전경과 가라앉는 후경을 대비시키기 위해 감행한 이 영리한 영입은 줄리아드림의 사운드 풍경을 어떤 식으로든 더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들었다.

예컨대 「Social」 같은 곡에서 우린 Depeche Mode와 Peter Gabriel을 들을 수 있다. 거기엔 영화 《블레이드 러너》(1993)와 《백 투 더 퓨처》(1985)를 음악으로 봉합한 Muse의 여덟 번째 앨범 『Simulation Theory』(2018)도 있는데, 실제 곡의 기타 리프 중 하나는 Muse의 「Stockholm Syndrome」(2003)의 변주처럼 들리기도 한다. Radiohead처럼 처연한 「나를 데려가 줘요」, 시인과촌장 또는 루시드폴의 따뜻한 냉소를 담은 「꽃비」, 사람이 영면으로 들어서는 순간을 포착한 대곡 「Flower, Flower, Flower」. 훈조라는 멤버가 들어오면서 곡들은 제자리를 찾았고 다소 꼿꼿했던 줄리아드림의 음악에도 느슨한 타협점이 생겼다.

4분대 세 곡, 5분대 다섯 곡, 6분대 한 곡, 그리고 11분대가 한 곡. 음악이 짧고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에 만만치 않은 감상 환경인 건 맞다. 어떤 이들은 앨범 단위의 호흡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와 세대의 유행인 '싱글」을 문학의 정점인 시와 비교할 순 없다. 그 비교는 어디까지나 표면적 형식(길이)에서 잣대이지, 내면적 깊이의 차원은 아니기 때문이다.

줄리아드림에게 앨범은 깊이다. 그들은 「우리의 봄」이나 「Dance Music」 같은 싱글보다 「불안의 세계」 「생과 사」 같은 앨범에 자신들의 뜻을 더 제대로 담을 수 있다. 싱글을 가장한 미니앨범 「가위」의 전례는 줄리아드림에게 왜 앨범이 필요한지 말해준다. 시대착오라는 말은 부당하다.

무릇 생은 사를, 사는 생을 버팀목 삼는다. 누구도 피할 수 없고 누구나가 마주해야 할 일이다. 우린 그저 잠시 잊고 살아갈 뿐. 삶은 죽을 때까지 우리에게 붙어다닐 것이고 죽음은 살아있는 우리에게 언젠간 온다. 시인 정현종은 썼다. 삶으로 삶을, 죽음으로 죽음을 사랑할 수 없다고. 기뻐할 일도 슬퍼할 일도 아닌 것이다. 다 지나고 보면 한줌이다.
 

Credit

[Member]
박준형 : Vocal, Guitar, Keyboards
손병규 : Bass
염상훈 : Drums
훈조 : Keyboards, Chorus

[Staff]
Produced by 박준형
Recorded by 훈조@빵꾸레코딩스튜디오
Mixed by 박준형@스튜디오인드림
Mastered by Brian Lucey@Magic Garden Mastering
Pro Tools Edit by 훈조@빵꾸레코딩스튜디오
Summing Edit by 훈조@빵꾸레코딩스튜디오
Track3 Narrated by Carolina Tene@Neptuna from MEXICO
Executive Producing by 임정수
A&R by 이문경, 부찬현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Born
    박준형
    박준형
    줄리아드림
  • 2
    자장가
    박준형
    박준형
    줄리아드림
  • 3
    El Nuevo Mundo
    박준형
    박준형
    줄리아드림
  • 4
    Social
    박준형, 훈조
    박준형
    줄리아드림
  • 5
    구슬
    박준형
    박준형
    줄리아드림
  • 6
    말하지 못했어요
    박준형
    박준형
    줄리아드림
  • 7
    Tell Us Who We Are
    박준형, 훈조
    박준형
    줄리아드림
  • 8
    나를 데려가 줘요
    박준형
    박준형
    줄리아드림
  • 9
    꽃비
    박준형
    박준형
    줄리아드림
  • 10
    Flower Flower Flower
    박준형, 훈조
    박준형
    줄리아드림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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