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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처음

Miss Abrams and the Strawberry Point 4th Grade Class 『Miss Abrams and the Strawberry Point 4th Grade Class』

1,295 / 작성일 : 2018.01.10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73.07; Volume 1; 레이블 Reprise; 공식사이트 [Click]

듣고 있으면 무장 해제된다. 지어지는 미소를 참기 힘들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아이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차분하게 노래하고 있는데. 앨범의 중심에 아이들이 있다는 걸 확연하게 알 수 있는데.

대부분의 곡을 짓고 부른 Rita Abrams는 이런 점을 일컬어, “자신은 그 팀이 아니었었다. 그저 애들이 자신의 곡들을 불러주었다”라고 말했다. 생각할수록 묘하게 정확한 지적이다. 아이들이 없었던들 이 앨범이 지니는 독특한 아우라가 성립되기 힘들었으니까. 그만큼 곡의 주인들은 아이들이었고, Rita Abrams는 그들에게 걸맞는 옷을 지어준 셈이다. (그녀는 「Floating away」에서 '아무도 놀아주지 않는것처럼 보인다'는 내용의 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쓸 수 있는 재능을 지녔다.)

이 앨범이 나왔을 당시의 미국은 혼란 그 자체였다. 사랑의 여름도, 베트남 전쟁도 나란히 종언을 고했다. 사람들은 곧이어 다가올 미래에 대해 두려워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발표된 「Mill valley」같은 곡들은 사람들의 위안을 주기 충분했으리라.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와 같은 감수성은 유효하다.

역설적으로 이 앨범은 사랑의 여름이 남겨놓은 유산들을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유를 위해 펼친 몸짓이 아늑한 마음으로 잔잔하게 베어있다. 시타르 같은 악기서부터, Rita Abrams가 기치를 내건 밝음에 이르기까지. 앨범은 그렇게 자신들의 시도가 철저히 실패만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물론 대단한 앨범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음악사적인 전환점을 이룩한 앨범도, 혁신적인 메세지를 담은 앨범도 아니다. 천재적인 싱어송라이터의 작업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이 앨범이 지닌 독특한 아우라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는 사실은 한번쯤은 곱씹어볼만한 대목이지 않을까. 이 앨범을 들을 때마다 음악 자체를 순수하게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만든 음악은 태작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70년대 미국에서 우후죽순으로 나온 소프트 팝 앨범 중에서도 이 앨범은 독특하다. 아이들을 동원한 앨범이라서가 아니다. 아이들과 어른들의 시선이 눈높이를 맞춘 첫 번째 앨범이었기 때문이었다. 작고 소박할지언정, 무시할 수 없는 여운을 남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그렇게 작은 데서 시작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