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주여, 다가와서 이 지옥도를 보소서...

김태춘 『산타는 너의 유리창을 두드리지 않을 거야』
1,280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4.11
Volume EP
레이블 일렉트릭뮤즈

언제부터인가 거리에서 캐롤이 사라졌다. 저작권 문제라는 현실적인 벽도 있었지만 바깥이 다 울리도록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진 탓도 있다.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크리스마스는 조금 슬픈 시즌이 된지 오래되었다.


김태춘의 캐롤 앨범은 이런 음산한 한 때에 조용히 다가와 창문에 살짝 걸터 앉아있는 느낌을 주는 앨범이다. 보통 이런 (캐롤) 앨범은 가수들이 크리스마스에 동시 다발적으로 발매하는 이벤트성 기획이 대부분이었고, *(한 때는) 발표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가수의 인지도를 점치던 시절도 있었다. 해마다 쏟아지는 재즈 캐롤이나 GRP 세션의 크리스마스 앨범 속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성탄절의 노래가 아닌 교회 가스펠이 실려있는 앨범도 있다. 하지만, 요즘의 캐롤 발표라는 것은 창작자 개인에게 '크리스마스란 어떤 의미를 주는가'에 힘이 더 실려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크리스마스는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개인의 경험이 스며들거나 스스로가 느꼈던 성탄절의 감정을 담아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산타는 너의 유리창을 두드리지 않을 거야」도 개인의 감정이 진하게 투사된 캐롤앨범에 속한다. 이유없이 들뜨고 모두 즐거운 척해야만 하는 날처럼 되어 버린 크리스마스에 대해 그는 있는 힘껏 조소와 야유를 보낸다. 사랑과 행복의 일반적인 강요는 결국 한쪽의 완전한 소외를 낳게 마련이다. 그는 이런 근거 없는 행복과 사랑에 대해 1집부터 항상 꼿꼿한 의심을 해왔고, 캐롤 앨범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단지 그냥 들으면 신나고 즐거운 컨트리 음악 안에 이 크리스마스 지옥도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지라, 치명적으로 낯선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가 전하려 했던 말은 일방적으로 어떤 특정한 날에 대한 판을 깨려는 쪽이 아니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며, 그 시선이 누가 뭐래도 김태춘 자신에게는 진심이라고 설득하는 과정이 앨범 내내 펼쳐진다. 그러니까, 이것은 단순히 캐롤 음반이 아니라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써내려간 수필에 가깝다. 우울함을 느끼든 통쾌함에 빠져들든 그것은 듣는 이의 자유지만, '어떤 날'을 빙자해 현실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처를 봉합하려는 시도에 대해 묵직하면서도 유쾌한 조소를 날리고 있다.


"크리스마스에 기분이 우울해" 라는 가사의 캐롤이 있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아픔을 드러내는 노래는 아직 없었다. 이제야 우리는 즐거움 속에서도 아픔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캐롤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성탄절
    김태춘
    김태춘
    김태춘
  • 2
    산타는 너의 유리창을 두드리지 않을 거야
    김태춘
    김태춘
    김태춘
  • 3
    예수
    김태춘
    김태춘
    김태춘
  • 4
    사슴루돌프
    김태춘
    김태춘
    김태춘
  • 5
    고요한 밤
    김태춘
    김태춘
    김태춘
  • 6
    고요한 밤 거룩한 밤
    -
    김태춘
    김태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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