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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취향Y》 선정 2019년의 신인 아티스트 “애리” : #1. Airy In 『See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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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편집자註]
《음악취향Y》는 2018년 결산 직후 올해의 신인 아티스트 애리와 올해의 음반 아티스트 다크미러오브트레저디와 인터뷰를 가졌다.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 역시 그들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며, "신인상"으로 애리를, "최우수메탈하드코어음반상"으로 다크미러오브트레저디를 선정하였다. 《음악취향Y》는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 인터뷰를 게재함으로써 아티스트들에 대한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이 지속되길 기대한다.

애리는 『테이크아웃드로잉 컴필레이션』(2016)의 수록곡 「소나무」로 등장했다. 공연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2년간 준비한 EP 『Seeds』는 특유의 사운드스케이프룰 선보이며 평단의 많은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이는 《음악취향Y》 선정 2018년 올해의 신인에 이어,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을 거머쥐는 성과로 이어졌다.
 본 인터뷰는 《음악취향Y》 의 2018년 결산이 마무리된 직후 진행했고, 애리의 선정을 진심으로 기뻐한 친구이자 전자음악 아티스트 키라라가 함께 하여 자리를 빛내주었다. 바쁜 연말연시 스케줄에도 선선히 《음악취향Y》 필진들에게 시간을 내어준 애리에게 감사드리며, 이 자리를 빌어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 수상에 축하를 보낸다.


○ 인터뷰이 : 애리, 키라라
○ 인터뷰어 : 김용민, 정병욱 (음악취향Y)
○ 일시/장소 : 2019년 1월 1일, 신촌 콘하스
○ 사진 : 이정희 (음악취향Y)
○ 녹취 : 김병우 (음악취향Y)



Making  「Seeds」 
 

“사람들이 포크 싱어송라이터 애리라고 하더라고요.”

 

김용민 (이하 용) : 먼저, 《음악취향Y》 선정 2018년의 신인 1위에 뽑힌 소감을 여쭤볼게요.

 

애리 (이하 애) : 정말 너무 기쁘고, 근데 좀 부담이네요.

 

: 안 그래도, 올해의 신인 선정 발표 이후에 SNS상에서 좀 무겁다는 표현을 많이 하셨어요. 그 의미가 어떤지 궁금했거든요.

 

: 제가 홍대에 나와서 이 앨범을 내는데... 어떻게 보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어요. 이게 제 마음에 찰 때까지 과정이 길었거든요. 그래서, 다음에는 무겁지 않게, 가벼운 마음으로 내자 이런 다짐도 한 상황이었어요. 심혈을 기울인만큼 사람들이 좋다고 해줘서 기쁘고 감사하지만... 부담되어서 그 다음 과정에 대해 또 오래 고민할까봐 괜히 겁을 먹는 것 같아요.

 

: 앨범을 내기 이전부터 활동을 꽤 오래 하신걸로 아는데, 정확히 뮤지션으로 활동을 하기 시작한 시기가 정확히 언제인가요?

 

: 2015년부터 오픈마이크를 시작했고 앨범 작업은 2014년 겨울부터 시작했어요.

 

: 그때부터 애리(Airy)로 활동하신건가요?

 

: 네. 애리가 본명이고요. 여권상 영문 스펠링은 그게 아닌데,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그냥.(정했어요)

 

정병욱 (이하 정) : 그런데, 공연을 시작한지는 꽤 됐는데, 앨범이 나오는 것은 시간이 좀 오래 걸렸어요. 왜 이렇게 앨범이 늦어졌는지요? 본인의 완벽주의적 성향 같은 것이 있나요? 아니면 금전적인 것 같은 현실적인 문제라든지.

 

: 완벽주의 보다는... (웃음) 주된 이유는 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예전에 컴필레이션 앨범에 몇번 참여한 적이 있는데, 후회를 많이 했거든요. 스스로 듣기에 괴롭고 부끄럽고 제가 좋아했던 음악처럼 들리지 않아서인게 가장 컸어요. 공연다니기 전에 연이 닿아 앨범 작업할 기회가 생겨서 몇달 작업했는데, 제가 너무 모르니까 작업이 산으로 가기도 하고... 앨범 작업에서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어요. 준비가 안됐던 거죠. 공연활동 시작하고 컴필 참여할 때도 앨범 작업 제의가 종종 있었는데 그 때는 제가 앨범을 내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사했어요.

 

: 그러면 앨범 녹음 과정에서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쓰셨겠어요.

 

: 네. 음악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떤 욕심 같은게 생기더라구요. 처음엔 아무 것도 모르니까 욕심도 없고 급하지도 않은데다가, 기술도 별로 없고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거든요. 그래서 또 오래 걸린 것 같아요.

 

: 그러면 앨범에 대한 얘기를 해볼게요. 애리님의 가사나, 글 쓰시는 것을 보면 언어 선택이 남달라요. 그래서 앨범 제목을 『Seeds』라고 한 것도 어떤 의미가 있나 궁금해요. 사실 애리님의 평소 언어습관이라면 ‘씨앗’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 말이죠 (웃음)

 

: 그러게요. 왜 그랬을까요? (웃음) 그냥 『Seeds』라는 느낌이... 제가 원하는 이미지에 더 맞아서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 맞아요. 저도 그 차이가 있는 것 같았어요. 씨앗은 실물 단수 개체의 느낌이라면 『Seeds』는 고유명사, 일반명사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 또 하나 짚고 싶은 게 「없어지는 길」이라는 제목인데요. 통상적이라면 이건 ‘사라지는 길’이라고 표현을 하거든요. 그런데 ‘사라지는 길’은 타고 남은 재라도 남는, 페이드 아웃(fade out)의 느낌이 강하다면 「없어지는 길」은 완전히 무(無)로 가는 느낌이에요.

 

: 맞아요. 이 곡은 5~6년 전에 만든 곡이라 조금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주변에서 ‘없어지는 길’이라는 표현이 이상하다는 말 가끔 했었어요. ‘사라지는 길’로 하자는 제안도 있었고요. 그런데 항상 매년 다시 사는 느낌이고... 그때그때 힘들고 또 다시 잊고 사는 것 같아서 그런 것과 연관을 지어서 제목을 지은 것 같아요

 

: 그럼 감정적으로 힘들거나 삶 속에서 힘든 부분이 있을 때, 그것을 음악의 소스로 활용하고 작업을 통해 리프레쉬를 하는 느낌이 있다는 말씀이신 거죠?

 

: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음악을 통해 태우면서 정화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서 그런지 「없어지는 길」이 초창기와 많이 달라요. 동영상을 찾아보니 지금과는 다른 형태 포크 형태의 곡이더라고요. 이제는 완전히 록에 닿았는데, 그 변화를 겪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 포크가 싫은 것은 아닌데, 사실 포크보다 밴드 음악을 더 많이 들었었어요. 밴드부도 했었고. 오랫동안 밴드가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노래는 오래 해왔지만, 그에 비해서 악기를 잘 다룰 줄 몰랐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원하는 음악을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고 음악을 잘하는 사람도 없고. 그런 상태에서 일단 그냥 튀어나왔어요. 홍대로.

 

: 가즈아 (웃음)

 

: 네 무작정 .(웃음) 그리고 아까 말했지만 공연다니기 전이나 활동 초반에도 앨범을 같이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있었는데, 프로듀싱 개념이나 이런 걸 잘 몰랐어요. 그리고 작업하다보니 제가 원하는 느낌도 스스로 찾고 싶었고요. 그러지 않았을 때에는 내가 좀 아쉬울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아주 천천히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냥 처음에는 공연을 하고 다니는 것 자체가 너무 기쁘고 행복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저를 '포크 싱어송라이터 애리'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너무 놀랐어요. 싫은 게 아니라 놀란 거요.

 

: 당황스러웠다는 거죠?

 

: 네. 일단 저는 자신을 그렇게 본 적이 없고. 당연히 사람들이 제가 관심있는 게 뭐고 제가 어떤 음악가일지 알아볼 거라고 생각했던거죠. ‘아, 사람들은 내가 보여주지 않으면 모르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게 당연한데 그걸 몰랐거든요. 그래서 점점 일렉기타로 바꾸고, 이펙터를 하나둘씩 추가하고, 다이나믹도 주고... 가끔 아는 사람들에게 하나둘 물어보면서 그렇게 꾸준히 바꿔왔어요.

 

: 그럼 이런 밴드 사운드로 바꾸신 지는 얼마 안 된 거네요?

 

: 밴드사운드로 바꾼지는, 2년 반 정도 되었어요. 밴드 사운드도 계속 바뀌어 왔어요. 그런데 제가 2015년부터 주변에 알게 된 몇 사람들한테 함께 연주할 사람을 구한다고 물어보긴 했었는데, 그때는 아무도 같이 하지 않았어요.

 

: 같이 하지 않은 이유가?

 

: 예전에 미디를 배웠을 때 인연으로 처음 앨범 작업 기회가 생겼어요. 그런데, 제가 약간 좀 게으르기도 하고 탐구성도 없고...(웃음) 사실 당시엔 뭐 아무 것도 모르고 욕심도 없어서지만, 아무튼 그래서 완성을 못시켰거든요. 앨범 작업 엎어진 후엔 일단 앨범 작업은 제쳐두고 혼자 공연한다는 사실에 취해서 계속 다녔는데, 하다보니 여러가지를 알게 됐어요. 아까 말한 것처럼 내가 포크 음악가로 규정받는 것에 놀란 거, 여러가지중 그런 것도 깨달을 수 있었어요. 취향이 맞는 사람들을 못 만난 것도 있지만, 워낙 아는 사람이 없었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모르기도 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내가 구현하고자 하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지 않는데 사람들이 캐치하지 못하는 것은 다연하다고 깨달았어요. 그래서, 아주 천천히 바꾸자.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먼저 스스로 원하는 사운드를 만들어보자고 다짐하면서 혼자서 천천히 꾸준하게 바꿔왔어요.

 

: 그러고 보니 지금 레이블이 없으신데, 들어가고자 하는 계획은 있으신가요?

 

: 음. 들어가 보고 싶어요. 들어갔을 때 장단점을 주변에서 들어보면, 그 장점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해요.

 

키라라 (이하 키) : 애리는 들어가면 괜찮아. 좋아.

 

: 다시 곡 얘기로 돌아가서, 「없어지는 길」 공연 동영상을 좀 봤을 때, 연주 때마다 애드립 부분(?) 들이 조금씩 달라요. 특히 기타 솔로 부분이요.

 

: 아, 그건 밴드를 만들고 나서, 어울리는 걸 찾으려고 느낌을 계속 바꿨어요. 「없어지는 길」이 특히 제일 느낌 잡기 어려웠어요.

 

: 아마 편곡이 계속 바뀐 걸 거예요.

 

: 맞아요. 처음에는 제가 함께 연주하는 사람들에게 설명이나 구현을 잘하지 못하니깐 일단 이렇게 (손짓) 열어놓고, 그걸로 하다가 너무 관성적인 느낌이 올 때가 있어요. 무난하게 그럴 듯 한데 할 때 재미가 없는? 에너지가 모이지 않는 느낌이요. 예를 들어서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음악의 MR 위에 그냥 나 혼자 기타 치고 노래하는 느낌? 그런 식으로 합을 맞춰도 와닿지 않는 때가 있었거든요. 그럴싸한 곡이지만 내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하는 느낌. 그럴 때마다 '이 부분에선 이렇게 죽고, 다시 슬슬 또는 갑자기 살아나게 하자' 이런 식으로 같이 연주하는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음악 안에서 밀당을 요구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계속 바뀌었어요.

 

: 그러면 녹음이 된 것은 가장 확신이 들었던 그 사운드였던 건가요?

 

: 사실... 확신보다는 이제 괜찮다는 느낌이요. 그 와중에 앨범 내는 것도 시급해졌고.

 

: 처음에 애리에게 완벽주의 얘기하긴 했지만, 옆에서 쭉 보고 있으면 애리가 확신을 가지고 하는 친구가 아니에요. 제가 아는 애리는 절대 확신을 가지지 않는 친구에요. 살면서 확신하는 것을 한 번도 본적이 없어요. (좌중 웃음)  그러니까 뭔가 애리가 확신을 가지면서 만들었다기 보단 ‘어어어어’ 하면서 앨범이 나왔어요. 제가 보기에는. 근데 그게 되게 잘 나왔어요.

 

: 근데 「없어지는 길」이 편곡을 여러 번 거쳐서 나왔다고 하는 것이 저는 이해가 돼요. 러닝타임이 좀 긴 곡의 경우 전반부 후반부의 느낌이 좀 다른 경우가 많은데 「없어지는 길」은 하나의 톤으로 꾸준히 잘 유지가 되는 곡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 맞아요.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조각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리고 「없어지는 길」이 사이키델릭이라고 장르 명명이 되긴 했는데, 매우 부드럽고, 기타 솔로부분에서 터지는 곳까지 과정이 매끈해요. 그래서 ‘이쯤에서 확신이 들었겠다’ 그런 오해(?)를 하게 된 것 같기도 하고요.

 

: 네. 저는 확신을 가진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웃음) 아니 키라라는 확신을 가진 적 있어? 음악하면서? 이 정도로 됐다 이런 거를 아니?

 

: 나는 ‘아유, 내 앨범이 쩔어’ 이러면서 내. ‘아유 명반이야’ 이러면서. (좌중 폭소)

 

: 아까 공연 영상 얘기를 하셔서 그런데, 혼자할 때부터도 현재 녹음된 곡에 가까운 보컬이나 기타 이펙터의 형태로 계속 발전시켜 왔었는데 그건 영상이 별로 없더라고요. 차근차근 이펙터 하나씩 연결하면서 달라질 때의 영상기록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초반 어쿠스틱한 공연 영상들은 좀 있는데.

  

: 보컬도 (그런 방식에서) 맞는 것을 택했겠지만, 좀 여쭤보고 싶은게... 종교가 혹시 있으세요?

 

: 없어요.

 

: 종교 얘기 국악얘기 이런거 많이 듣지 않아?

 

: 아 국악 얘기는 많이 들었어.

 

: 좀 단순한 감상일수도 있는데 저희가 영적인 것 되게 좋아하거든요. (웃음) 그래서 한풀이 이런 거. 그런데 그 느낌이 무척 강해요. 찾아보니깐 전에 좋아하시는 밴드를 좀 적어놓으신게 있더라고요. 그중에서도 Blonde Redhead. 그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 아 그걸 찾아보셨구나.

 

: 네, 앞서 말씀 드린것과 같이 한풀이 한다는 느낌이 굉장히 강했어요 그래서 보컬에서 특히 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지향점 이런 게 좀 있으신지.

 

: 노래하는 법도 편곡처럼, 제가 방에서 혼자 만들어 놓고 공연하면서 수정했어요. 그러니까, 그동안 제가 고등학교, 대학교 때 노래 활동을 했던 학교 동아리에서 불렀던 건 커버곡들이잖아요? 동아리 할 땐 약간 다른 연주 기법처럼, 일단은 여러 가지 목소리를 카피해서 따라 부르는걸 기본으로 했어요. 그런데 제가 만든 곡은 어떻게 불러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공연도 해보기전에 레코딩하는 상황을 맞이했었는데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공연 시작하고나서도 처음에는 어떻게  불러야 될지 몰랐거든요. 그러다, 제가 부른 영상들을 보거나 컴필레이션 활동을 했을 때, ‘아, 내가 원했던 느낌은 이게 아니었던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계속 바꾸고 하니깐 들었을 때 제가 좋아했던 느낌으로 바뀌었던 것 같아요.

 

: 그러니까 처음에 말씀하실 때에도 느꼈는데, 사실은 뮤지션들 각자가 좋아하는 음악과 뮤지션들이 따로 있잖아요. 그렇지만 본인이 하는 음악과 분리시키는 사람도 있고 따라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면 애리님은 좋아했던 음악을 따라가고 싶으신 건가요?

 

: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무작정 따라가고 싶다기보단 우선적으로 제가 듣기에 좋은 음악이었으면 해요. 그냥 제가 듣기에 좋고 싶었어요.

 

: 사실 우리끼리도 좀 웃으며 오면서 얘기했던 게, ‘어둠의 애리’였거든요. 음악에 침잠하는 느낌이 무척 강해요. 같이 오시는 키라라님은 ‘빛의 키라라’ 하면서 어둠과 빛의 조화 이러면서. (웃음)

 

: ('어둠의 애리', '빛의 키라라'로 대비시키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아, 그런데, 이게 좀 웃긴데요. 제 이름이 심애리거든요? 심이 가라앉을, 이런 의미가 있는 침(沈) 자를 쓰더라고요. (편집자註. 잠기다, 침울하다, 무겁다, 늪, 진흙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어둠의 애리’ 하니깐 그게 생각나서 좀 재밌었어요.

 

: 성명학부터 운명이... (웃음) 그런 느낌을 가장 많이 받은 곡이 「에덴」이었어요. 이 곡은 다른 곡들보다 보컬이 가장 버라이어티 해요. 그래서 ‘이 목소리가 제일 말하고 싶은 목소리인가?’ 그렇게 넘겨 짚어봤어요.

 

: 앨범 순서부터 먼저 언급을 하면, 이건 제가 그동안 라이브 했을 때 공연 순서에요. 그러니까 밴드하기 전에는 한 시간을 제 곡으로 채울 수 있었어요. 그런데 밴드 곡으로 발전시켜서 완성한 곡은 여기 담긴 네 곡 밖에 안돼요. 이 네 곡은 공연 순서가 바뀐 적이 없어요. 혼자 한시간 공연에서 9~10곡을 할 때도 이 네 곡의 순서는 사이사이마다 껴있어도 이 순서였어요. 그래서 밴드 라이브에서도 느낌 따라 이 순서대로 하고 싶었던 것 같고, 그게 그대로 앨범 순서가 된 거에요. 물론 「에덴」에서는 좀 시원하게 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이게 주된 메시지는 아니에요.

 

: 주된 메시지는 아니군요. 그렇지만, 「에덴」에 비춰봤을 때, 결국 모호하다는 느낌은 동일할 거예요. 한풀이라고 하면 이해가 되는 측면이, 한풀이는 자기가 왜 한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자각부터, 푸는 것 까지 모든 것이 다 모호하잖아요. 이렇게 한풀이를 한다고 해서 다 토해내는 것도 아니고. 혼잣말도 있고.

 

: 혼잣말 하니까 생각났는데, 「에덴」에서 나오는 독백 느낌의 목소리는 믹싱 과정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한테서 무섭다고 빼는게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믹싱 엔지니어 분은 최대한 제 의도를 잘 이해해주시면서 반영해 주셨고. 근데 자꾸 반복되는 말이지만, 저는 필요하니깐 넣은 거고요. 무섭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이 느낌은 제가 위로를 받았던 감정이에요. 혼자 터덜터덜 걸어가면서 읊조리는 느낌은 굉장히 외롭고 슬픈데, 그 슬픔에서 저는 위로를 받고. 저는 이 감정이 무섭지가 않았어요. 그리고 그걸 넣음으로써 스스로가 그 목소리를 더 들어주는 것 같고. 말이 좀 이상한데, 아무튼 그런 위로를 받았어요.

 

: 주변에서 무섭다는 얘기를 많이 들으셨나봐요?

 

: 좀 강렬한 반대가 있었어요. 이거는 좀 아닌 거 같다. 누군가가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등등... 밴드부 했을 때도 각자 공연하고 싶은 곡을 상의할 때 제가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음악을 들려주면 “애리야, 이거 무서워.” 이랬거든요. 근데 저는 별로 그렇지 않고...

 

: 혹시 그때 좋아했던 음악을 좀 여쭤볼 수 있을까요?

 

: 네스티요나 정말 좋아했어요. Portishead도 좋아했고. 그런데 Portishead는 더 알려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무섭다는 반응은 덜 했던거 같고. 물론 Radiohead도 좋아했고요.

 

: 마지막 곡이 「비 오는 날 씨앗으로 틔우는 여정」인데요. 이 곡은 그냥 설명이 좀 필요할거 같아요. 워낙 해석의 여지도 많고 아무 메시지가 없기 때문에.

 

: 그런데 일부러 해석을 숨긴 곡 아닌가요?

 

: 일부러? 음... 일부러도 좀 있네요. 사실 생각해 볼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 짧았는데, 앨범을 낸 지금까지도 곡에 대한 설명 정리가 안 된 상태에요. 물론 그래도 제 머릿속엔 생각한 게 있는데 굳이 또 말을 안 하고 싶었어요. 왜냐면 그게 그냥 제목이 「비 오는 날 씨앗으로 틔우는 여정」인데, 결국 앨범 제목을 정할 때 제일 연관되는 곡이 되었기도 해서요. 앞으로 어떻게 뭐가 될지, 또 다른 씨앗이 될지, 이 씨앗이 열릴지.

 

: 혹시 저희 《음악취향Y》 올해의 신인 선정 리뷰 보셨나요? 거기서도 최지호 필자님이 앨범 리뷰를 의문형으로 마무리 지셨거든요. 울창해질지 아닐지. 그러니까 그런 불확실성에 대한 증명? 이런 느낌으로요.

 

: 그 리뷰 봤어요. 그리고 그 얘기는 맞아요.

 

: 항상 확신을 안 가지시는 분이니까.

 

: 그러니까 그 곡에 대해서는 나도 모른다 이런 느낌인거지.

 

: 원래 밴드 편성에서 하는 곡은 앞에 네 곡이라고 하셨잖아요. 그 말씀대로라면 이 곡은 혼자서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곡이고.

 

: 네. 이 곡이 좀 특이한 점은, 스마트폰으로 녹음했다는 거였어요. 스케치용으로 비오는 날, 빗소리와 통기타 소리, 여러가지 삐걱삐걱 소리 같은 거요. 너무 조악하고 중간에 막 기타 삑사리 나고, 가사도 그렇고. 처음에 딱 부른 다음에 ‘괜찮다’ 그러고 나서 두 번째로 부르면서 녹음한 것을 그대로 썼어요. 그리고 트랙에 올리고 전자음을 하나하나 얹은거죠. 그러니깐 앨범 제목이 『Seeds』인 이유가, '씨앗'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내가 좀 더 자주 (작품을) 내고 싶다는 의미도 있고요. 그럴 때 다음 작업은 이번 앨범의 앞 네 곡과 다른 마지막곡 「비 오는 날 씨앗으로 틔우는 여정」처럼 전혀 달라질 수도 있으려나, 스스로 궁금하고 기대도 되더라구요. 남들이 ‘음질이 안좋아, 이상해’ 이렇게 말할 지라도, 이런 식으로라도 내가 내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곡이 있으면 자주 발표하고 싶다.

 

: 의지의 표현이네.

 

: 아까 「에덴」이 메시지의 방점은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 앨범 순서가 라이브 셋 리스트 그대로 간 것이다’라고 했을 때 ‘아, 그렇구나’ 했어요. 기승전결이 굉장히 뚜렷하다고 생각 했거든요. 그리고 「비 오는 날 씨앗으로 틔우는 여정」이 절묘한 것이, 정말 어떤 앞을 예지하는 그런 트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곡을 제일 좋아합니다.

 

: 서태지와아이들의 「이너비리스너비」(1995) 생각도 많이 나긴 했어.

 

: 어 저도 네네(웃음) 그 곡의 프로젝트 파일을 제가 봤거든요. 혼자 뭐 다 잘하더구만.

 

: 그럼 혹시 「비 오는 날 씨앗으로 틔우는 여정」의 노이즈는 어떤 식으로 의도하신 건가요?

 

: 일단 빗소리는 정말 그 빗소리를 한 번에 녹음한 거고요. 다른 노이즈는 소스를 붓고, 이리저리 맞춰봤어요. 근데 그 부분이 수년 걸린 다른 곡들에 비해 굉장히 짧게 걸렸거든요. 그래서 속으로 ‘어후, 이제 오래 걸리지 말고 이런 식으로 빨리해서 내자’고 생각했어요. 아, 그리고 인터뷰 중간에 죄송한데, 지금 말씀 안 드리면 잊어버릴 것 같아서. 「없어지는 길」 뮤직비디오 완성본이 나왔거든요? 보여드려도 될까요?

 


: 무척 잘 봤어요. 뮤직비디오 제작에 대한 설명을 간단하게 부탁드릴게요.

 

: 애니메이션 뮤비를 만드는 세 명의 크루가 있는데요. 처음에 만나서 제 의견을 많이 물어보시더라고요. 아까 「없어지는 길」이라는 제목에 대한 느낌처럼 말을 했어요. 가사나 흐름의 고조 부분 등에 대한 논의? 그런데 발매 일정에 비해 너무 늦게 의뢰드려서 촉박하기도 했고, 또 만드시는 분들이 생업 등으로 바쁘시니깐 처음 편집본 받아봤을 때 후반부는 아쉬웠던 부분들이 있었거든요. 원래도 늦어서 앨범 발매 이후 일주일 정도에 완성될 것 같다고 얘기가 됐었는데, 제가 '얼마나 시간이 걸리든 이미 제가 늦게 연락 드린거니 천천히 해도 될 것 같다'고 상황 설명하고 원하는 느낌도 차근차근 맞춰나가니까 말씀드렸던 포인트들을 잘 맞춰주셨어요. 너무너무 감사해요.

 

: 영상이 엄청 레트로한 3D 느낌이네요.

 

: 아, 진짜 퀄리티 좋다.

 

: 그러니까. 요즘에 레트로 하면 보통 8비트 생각을 하지 이런 레트로한 3D 생각은 안하거든요.

 

: 아, 이게 레트로한 느낌인가요? 프리즘아파트먼트라는 밴드의 뮤비를 만든 사람을 찾아서 연락드린 거거든요. 2D 그림을 그리는 사람 한명 포함해서 3명이더라고요. 먼저 2D 그림을 먼저 그리고 그 다음에 3D 작업을 한거고요. 권중규, 이유진, 이문환 이 세분이 만들어주셨어요. 이중에 권중규, 이문환 님은 프리즘아파트먼트 멤버시고요. 여러모로 실력이 너무 출중하신 분들이에요.

(일동 뮤비 감상중)

: 굉장히 묘한데요? 제가 아까 말씀드린 레트로하다는 느낌인데도, 프레임이나 선이 엄청 부드러워요.
 


프리즘 아파트먼트 「Screw You Driver」(2016)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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