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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리액션 #1 : 체인리액션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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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부끄럽지만 솔직한 고백부터 시작해야겠다. 나는 헤비니스라는 장르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러다 보니 질문이 중구난방이라, 유려한 대화 흐름보다는 내용에 집중해야만 했다. 하지만, 인터뷰에 앞서 음악만 듣고도 체인리액션의 이번 앨범이 유독 많은 준비와 고민 끝에 나왔으리라는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떤 장르 음악이 안 그러랴마는 유독 척박한 국내 스크리모 신, 하드코어 펑크 신에 그저 희소하기만 한 존재가 아닌, 단비와 같은 작업임을 짐작할 수 있었고, 이는 사실이었다.


○ 인터뷰이 : 체인리액션 - 박세훈(보컬), 임무혁 & 문정배(기타), 윤기선(베이스), 양윤기(드럼)
○ 인터뷰어 : 정병욱 (음악취향Y)
○ 일시/장소 : 2019년 10월 16일, 합정 디벙크
○ 녹취 : 정병욱 (음악취향Y)


 

“멤버가 가장 중요하다.”



정병욱 (이하 '정') : 만나서 반갑다.

 

박세훈 (이하 '박') : 저희 첫 싱글 냈을 때 글 써주셔서 봤었다. “”와 좋다,” 하면서 봤었다. (웃음) 또 이렇게 인터뷰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 멤버들이 서로 무척 친해보인다. 나이 차이가 어떻게 되는지?

 

: 제가 35살 막내고, 맏형들이 1982년생이라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

 

임무혁 (이하 '임') : 정말 친구처럼 지낸다. 저도 세훈과 윤기의 정확한 나이가 생각이 안 날 때도 있다. 다른 밴드 동생은 만날 때 몇 살이지 생각을 하는데, 멤버니까 그냥 동네 형동생 같다.

 

: 결성은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 원래는 제가 코인록커보이즈에서 멜로딕 펑크 음악을 했는데, 밴드 활동을 하며 스스로 진짜 원하는 음악을 완성하고 싶은 갈증이 생겼다. 그래서 지금의 음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때 보컬인 세훈을 만났고, 몇 곡을 함께 만들며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을 해보니 합이 잘 맞아 같이 진행하기로 했고, 밴드를 결성했다. 해외 밴드는 보컬과 핵심 멤버 둘 외에 세션 체제로 가는 경우도 많아서, 그렇게 해볼까 처음에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 밴드 활동이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음악도 마니아 취향이다보니 돈을 주고 세션을 매번 고용해 진행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음악에 공감해주고, 길고 끈끈하게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을 찾다가 현재 멤버들을 만났다.

 

: 저도 간간이 밴드를 하고 있었는데, 보통 다른 이 신의 밴드들이 그렇듯 준비하다가 깨지는 과정을 많이 겪었다. 그게 쌓이다 보니 밴드를 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져서 한동안 쉬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스크리모 장르의 사람을 구하고 있는 무혁 형을 알게 되었다.

 

: 멤버 중 베이스 기선님은 주로 스카 밴드에만 있었는데, 이 밴드 합류를 어떻게 결정하게 되었는지?

 

윤기선 (이하 '윤') : 원래부터 스카 외에도 펑크, 하드코어 등 듣는 것은 가리지 않고 들었다. 그래서 마침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고, 드럼인 윤기를 데리고 와서 체인리액션을 같이 하게 되었다.

 

양윤기 (이하 '양') : 저 역시 당시에 다른 밴드를 병행하고 있다가, 기선 형에게 끌려와서 하게 되었다. 지금은 체인리액션만 집중해서 하고 있다.

 

: 보컬인 세훈님은 음악 관련 일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분 중에도 음악 관련 직장을 다니는 분이 계신지?

 

전원 : 다들 돈 버는 걸로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

 

: 직장 있는 상태에서 하는데 힘들지는 않은지?

 

전원 : 정말 힘들다. (웃음)

 

: 전업밴드가 아니라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다. 한편으로 그래서 팀 유대가 더 좋을 수도 있는 것 같다.

 

: 일은 어차피 다 해야 하는 거고. 개인적으로 밴드를 20대 중반부터 시작한 이래 경험하고 생각한 것이 이것저것 많다. 그 과정에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결론은 “멤버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어느 시점부터 음악은 두 번째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멤버가 첫 번째라고 생각할 정도다. 원래 기선 형을 개인적으로 알아서 우연히 시작했는데, 음악을 떠나서 멤버들이 너무 좋았다. 이 멤버들과 죽을 때까지,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한 번 해보고 싶다고도 생각할 정도다. 그 힘이 밴드를 계속 하는 데에 큰 힘이 되었다.

 

: 저도 멤버들을 잘 만났다고 생각한다. 공연도 지금보다 더 자주 하고 싶은데 멤버들이 다 바쁘다.

 

: 그렇게 말씀하시는 기선님은 별로 안 바쁜가?

 

: 기선 형이 제일 바쁘다. 육아 때문에. (웃음) 둘째 아들 태어난지가 얼마 안 되었다. 뭐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항상 애를 보고 있다.

 

문정배 (이하 '문') : 멤버들이 이렇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하면 할수록 점점 욕심이 없어진다. 앞에서 믿을만한 친구 둘이서(임무혁, 박세훈) 음악 살림은 다 해주고 있으니, 그에 관해 전적으로 믿음이 생기는 것도 있다. 사실 좀 우리나라에서 이런 종류의 음악이나 서브컬쳐에 대해 반응하는 사람마다 괴리감이 너무 커서 굳이 이런 밴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요새는 주변에 사람들이 반대로 저에게 이야기를 해주기도 한다. 다양성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네가 하는 것에 자부심 갖고 열심히 하라고. 그런 점 또한 버틸 수 있게끔 하는 원동력이 되더라. 그 와중에 육아하는 건 역시 힘들고. (웃음)

 

: 홍보로 내세운 것 중 K-Pop에서 제작, 세션, A&R 등으로 활동하던 이들이 '이런 음악'을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채로운 내용인데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 10년 정도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다니면서 A&R과 제작 업무를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런 부분이 부각이 되면서, 특이하고 나름의 색깔이 있어 보이는 것 같다. 멤버 중 기선 형도 방송 세션 활동을 했었다.

 

: 홍보 말고도 음악 외의 앨범 작업에 있어서 제작 관련 업무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는지?

 

: 막상 앨범을 내자고 목표를 분명하게 한 다음에는 우왕좌왕하지 않고 하던 일을 익숙하게 하는 느낌이 있었다. 밴드 멤버들이 모두 친한 형들이고, 합주 등에서 계속 얼굴 맞대고 지내다 보니 의견 조율도 일할 때보다 편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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