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41-2] 빅나티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은 (feat. 이수현(악뮤))」

빅나티 (Big Naughty) 『Hopeless Romantic』
370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02
Volume EP
장르 알앤비
레이블 하이어뮤직레코즈
유통사 카카오 Ent.
공식사이트 [Click]

[열심히] 래퍼들이 노래와 플랫 팝의 패턴을 극대화하는 데에 집중하고, 메시지는 직관적이고 반복적이면서 평면적인 서사로 차트 팝을 갈망하는 요새 싱-랩 가요의 최전방에 있는 곡입니다. 사실 이 곡과 가장 가까이 위치한 것은 국힙 어딘가보다, 오히려 악뮤의 『항해』(2019)나 (보컬을 풀어내는 패턴에서는) 지디랑 파편적으로 닮아있던 비오 류의 음악들이죠. 서사의 밀도로 본다면 주인은 엄연히 스트링 세션과 이수현입니다. 이건 1절과 2절 사이만 비교해봐도 명확하죠. 하지만, 이런 색채의 곡에서도 특유의 집요한 키워드 중심의 가사들과 (역시 지디가 발라드를 부를 때처럼) 기교적 가창보다는 특유의 ‘쿠세’(표준어는 아니지만, 이런 류의 습관에는 이 표현이 관성적으로 더 어울립니다) 에 집중해 존재감을 잃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 곡을 통해 무엇이든 가장 많이 얻어가는 것은 빅나티 본인입니다. 기존의 키치하거나 어린 래퍼 정도로 브랜딩 되어있던 빅나티에게는 새로운 장르-정서 확장의 계기가 되어주기도 할 것이고, 점점 더 차트 친화적인 스타일로 다가가면서 대중적 관심도와 차트 입성의 신뢰도가 가장 높을 지금 시기에 최적화된 곡을 자신의 디스코그래피 안에 넣을 수도 있으니 말이죠. 철지난 장르 논의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차트에 대한 ‘감 좋음’을 다시 인증할 수도 있고, 이수현을 데려오고 현이 들어간 발라드를 풀어낼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과 존재감 어필도 할 수 있을 터이니 요새의 힙합 기반 기획사들이라면 좋은 사례로 배워볼 만한 곡이겠습니다. 다만 이런 곡은 영 아티스트 브랜드를 대중적으로 접근시키는 기획력과 아이디어의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너무 진지하게 음악으로 파고들거나 이러한 기믹에 어떠한 의미까지 부여할 필요는 없는 곡이기도 합니다. 음악 콘텐츠 자체의 독립·완결적인 평가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 지금의 빅나티에게는 강점이니까요. ‘힙합을 표방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구축한 뒤 차트 친화적인 어떠한 브랜드를 향해 가는’ 이런 패턴의 나름 최전방에 있는 사례. (덧. 드레스가 이렇게나 정통(?) 발라드도 잘 만드는 작곡가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폭이 넓은 작가네요) ★★☆

 

[유성은] 감각적인, 트렌디한 곡이란 말이 딱 어울렸던 전작까지의 알앤비 힙합 무드에서 일변, 대곡 발라드 성향이 진해진 곡으로 돌아왔다. 전반부는 피아노, 후반부에서는 스트링을 활용한 멜로디를 메인으로 삼아, 감각적인 리듬이나 소스의 활용도를 낮추고 오토튠 걸리지 않은 본인의 목소리 자체로 정면 승부를 건다. 맑은 목소리를 가진 악뮤의 이수현을 데려와 본인의 허스키한 음색과 대비시켜 짝사랑과 공허함이란 주제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전까지의 곡들보다 훨씬 많은 감정을 실어 듣는 이의 진심에 호소한다. 음악적 세계의 확장이란 측면에선 가치가 있어 보이는데, 처참한 가사가 가진 공감력에 비해서 사실 곡 자체가 무척 독창적, 매력적이라거나, 반복적으로 읊조리는 코드 멜로디가 마음을 흔들리게 하지는 않는다. 보통의 발라드와는 달리, 멜로디 위에 음절수를 맞추기 보다 전달하려는 긴 메세지를 힙합의 싱잉랩처럼 코드와 음악에 일치시켜 일반적인 궤에서 다른 느낌을 주는 특별함이 있다. ★★☆

 

[이아림] 고독함을 전면에 내세운 음반이면서도 한없이 슬프기만 한 음악은 없어 인상적이다. 심연의 우울을 가시화하듯 짙푸른 색감과 공허한 대지의 덩그러니 놓인 욕조 등의 이미지는 씁쓸한데, 역설적으로 위안을 건넨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곡은 풍성하기보단 보컬에 의존하고, 심정을 호소하기 보다는 단조로운 멜로디에 생각을 나열한다. 앞으로 한껏 내세운 보컬이 지배하는 만큼, 비어버린 곡은 지루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눈물 한 방울 없이 건조한 읊조림은 오히려 청자가 맹렬한 속도로 공감하며 긴 여운에 잠기게 만든다. 특히, 빅나티의 보컬은 거칠은 결로 툭툭 내뱉듯 곡을 이어가는데, 이 점이 사랑에 상처받고 아파하는 마음을 정제하지 않은 채 토로한다. 빅나티의 목소리가 절망과 공허를 표현한다면, 이수현의 피처링은 반대선상에서 곡의 활기를 더한다. 메마른 땅에 스며들 듯 특유의 맑고 고운 음색은 약 4분에 달하는 곡에 하나의 악기처럼 멜로디를 장식한다. 후반부의 듀엣은 감정의 클라이막스를 보여주며 풍부한 울림을 남긴다. 사랑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와 달리, 감정의 순수를 강조하는 뮤직비디오 역시 감상의 묘미이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2005)을 떠올리게 하는 로맨틱한 음반의 타이틀이자, 과감한 시도만큼이나 오롯이 목소리에 집중하게 하는 빅나티와 이수현의 음색이 압권인 곡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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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은
    빅나티
    드레스, 빅나티
    드레스, 빅나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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