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대] 발라드가 거짓말이라는 노래 제목이 이미 거짓말이다. 조규찬은 언뜻 비판적이거나 도발적인 제목, 가사와 달리 이 곡을 철저하게 발라드 공식으로 만들었고 또 부르고 있다. 피아노와 스트링을 이어붙인 익숙한 편곡 방식과 정확한 타이밍에 등장하는 드럼의 느린 고조에서 나는 딱히 기존 ‘발라드’들과 이 노래의 차이점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어쩌면 “뻔하고 궁상맞은 이별노래”는 한국식 발라드의 숙명 같은 것일지 모른다. ★★☆

[김성환] 솔로 커리어 속에서의 조규찬은 항상 본인의 지향점으로는 미국식 흑인음악의 펑키한 방법론을 즐겨 활용해왔고, 그 과정 속에서 그의 1990년대의 의미 있는 싱글들도 나왔지만, 대중이 좋아했던, 가장 기억 속에 남았던 곡들은 결국 「추억 #1」 (1993) 이나 「믿어지지 않는 얘기」 (2001) 와 같은 정갈한 팝 발라드였던 것 같다. 이 곡은 바로 그 연장선에 있고, 멜로디, 편곡 면에서 역시 1980년대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식 발라드들과도 교합되는 지점이 있다. 흥미롭게도 그런 표현법을 한국에서 재현하는데 조규찬은 발군의 재능을 보유했었기에, 그 결과 전체적으로 그의 보컬과 곡 전개에서 복고적 추억을 느끼게 하기에는 무난한 대중적 트랙이 나왔다. ★★★

[김영대] 윤상은 「결국…흔해 빠진 사랑 얘기」 (2000) 를 노래하고 박효신은 사랑은 “그 흔한 말”이라고 했는데, 조규찬은 흔함을 넘어 아예 발라드는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거짓말’이라고 못을 박는다. 주제의식이나 표현 자체가 특출날 것은 없으나 그래도 뭔가 다른 층위가 있지 싶어 곡을 기웃거리게 되는건 조규찬이라는 이름 석자 때문일 것. 하지만 곡의 전개는 대단히 정격적이고 사실 90년대가 아닌 2000년대의 OST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진부하다고 볼 수는 없는 선율, 감정을 점진적으로 응집해 나가고 필요한 곳에서 특유의 호소력으로 절반은 내지르고, 절반은 들이마시는 표현력에서는 그간에 쌓아온 노련함도 언뜻 배어있다. ★★★

[김용민] 조규찬표 발라드가 다른 가수의 발라드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것은 극적인 장치나 스케일이 아닌, 장르를 월경하지 않아도, 그 안에서 충분히 독창적이고 예상치 못한 공감포인트를 짚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발적인 제목의 「발라드는 모두 거짓말이다」는 극적 부분에서 꽤 많은 힘을 준 것을 알 수 있는데 아마 드라마 OST에서 필요로 하는 보편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사는 신기할 정도로 비관습적이며 그것이 특별하지 않은 전개를 감싸안는다. 그리고 조규찬의 핏대선 보컬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

[박병운] 한국대중음악 역사에서 가장 굳은 입지를 지녔음에도, 가장 정체불명의 명칭을 가진 소위 발라드 장르에 대한 메타적인 언급이 있는 곡이다. 무엇보다도 이 장르의 작법에 있어 현존 열 손가락 안에는 들 싱어송라이터의 언급이라 흥미롭다. 그래서 아이러니함의 쾌감을 줄 수 있었던 곡의 진행을 기대했으나, 정작 만든 모양새는 정석이다. 이 또한 아이러니함일 수 있으나, 이것은 공식의 테두리 내에서 노래해야 함을 토로하는 업자의 곤혹스러움일지도 모르겠다. 발라드는 모두 필수불가결한 거짓말인 듯하다. ★★☆

[박상준] 화성을 조율하고 탑을 쌓 듯 구성하는 감각은 여전하다. 독보적인 보컬의 위상을 다시 짚는 건 시간낭비라는 생각마저 든다. 스트링이 마디의 이음새를 맡는 폼하며, 스캣을 비롯한 재량을 감하는 고수스러운 판단하며, 솔직히 익숙하기 짝이 없다. 결국 발라드다. 노림수가 틀림없는 발라드의 클리쉐를 부정하는 가사 말이다. 환멸일까? 어쩐지 모든 게 불확실하고 의미심장한 ‘떡밥’에서 가장 선명한 건 진절머리가 난, 실로 반가운, 까칠한 조규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