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151-3] 재지팩트 「하루종일」

재지팩트 (Jazzyfact) 『Waves Like』
3,045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7.05
Volume EP
레이블 일리네어레코즈
공식사이트 [Click]

[김용민] 일본 뮤지션 안리(Anri)의 「Last summer whisper」(1982)를 샘플링한 「하루종일」은 그간 빈지노가 이끌어왔던 댄디함을 한층 내려놓은 슬로템포가 인상적이다. 원곡보다는 사실 중반까지 듣다보면 (30대 이상이라면) 필연적으로 기시감이 들기 마련인데, 필자의 경우는 듀스의 팝 댄스 넘버가 떠올랐고, 아마 그 시절 많은 뮤지션의 앨범 사이드 트랙 중 하나 정도를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때의 진지한 래핑을 현재의 재치있는 밈(meme)으로 적용시킨 것은, 재지팩트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장르 불문하고 널리 적용될 수 있다는 증거로 작용한다. 「하루종일」은 빈지노가 습관처럼 이야기하던 강력한 훅을 견지하면서도, 80년대 일본 고도성장기의 짙은 네온사인에서 2017년 한국의 피곤함과 고독함을 적절히 추출해 냈다. 물론 전 앨범과의 7년간의 간극과 그동안 빈지노의 위상 변경은 이 곡에 있어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은 없지만, 블러핑처럼 다가오는 노골적인 레트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도 ‘잘하는 뮤지션’으로서 가지는 명백한 어드밴티지가 아닐까 싶다. 그러면 허점이라도 좀 보이면 좋겠는데, 영리한 그들의 음악에 아직까지 쑤실 구석은 좀처럼 발견하기 힘들다. ★★★☆

 

[김정원] 소소한 분쟁을 일으키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재즈 힙합에 대한 논의 아닌 논의가 크게 일어난 건 처음일 것이다. 물론, 그 워딩 자체가 명쾌하게 정의 내리기 어렵고 실체가 없는 만큼 논의는 다소 무분별하고,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편이었다. 범위를 재지팩트로만 확 좁혀서 봐도 약간의 납득만 갈 뿐, 크게 의미를 가지기 어려웠다. 그들은 새 앨범 『Waves Like』에서 전작 『Lifes Like』(2010)에서처럼 스무드 재즈를 주된 샘플링 대상으로 삼지 않았을 뿐, 샘플을 다양하게 가져와 만든 준수한 사운드와 소소함이 돋보이는 스탠스가 그런대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래서 보편적으로 ‘재즈’라고 인식되는 재즈의 범주에서 벗어난 채로, 그리고 ‘재지팩트’라는 팀명에 큰 집착을 하지 않으면 『Waves Like』가 빈지노와 시미트와이스의 여전히 소소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편안한 작품으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 80년대 재팬 소울인 안리의 「Last Summer Whisper」를 가져다 쓴 「하루종일」은 그러한 앨범의 특성을 대변하는 가장 대표적인 곡이다. 이 곡에서 원곡이 가진 느긋하고 그윽한 풍미를 그대로 머금은 채로 그에 걸맞은 상황과 감정을 잘 이어 붙이는 방식은 재지팩트가 그간 꾸준히 유지해온 방식이기 때문이다. 늘 그래왔듯 곡의 테마를 오로지 자신의 사고와 감정을 중심으로 잡기 때문에 딱히 빗댈만한 레퍼런스가 없는 건 또 하나의 보너스 포인트. ★★★★

 

[정병욱] 재지팩트는 정규작으로 『Lifes Like』(2010) 단 하나의 음반만을 남겼을 뿐이지만, 해당 작품의 높은 완성도와 당시로서 언더그라운드답지 않은 독특한 세련미로, 지난 7년간 대중과 장르 팬들로 하여금 다음 작업에 대한 높은 기대감과 호기심을 품게 하였다. 물론 그룹의 래퍼인 빈지노가 그간 보여준 개인 활동의 ‘증명’이 재지팩트에 대한 기다림을 ‘확신’으로 바꾼 것도 높은 기대의 배경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다림이나 기대가 다행히 물음표가 되지는 않았지만 느낌표가 되지도 못 했다. 음반의 타이틀이 같은 듯 다른 의미로 “Lifes Like”에서 “Waves Like”로 바뀌었듯 결코 짧지 않았던 지난 시간은,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장르 특성상 별 수 없는 ‘변화’를 선사했지만 그것은 ‘진화’이기보다 자연스러운 조류의 물결에 더욱 가깝다. 애초에 재지팩트가 그룹 이름에 충실한 재즈힙합을 전면에 내세운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에 가까운 그루브와 악기의 활용이, 유려하고 농밀하면서도 동시에 선명한 빈지노의 랩과 어울려, 적어도 의뭉스럽지는 않은 그만의 정체성을 들려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Waves Like』는 지난 음반과 대조해 ‘재즈’로부터 훨씬 자유롭다. 샘플링 소스는 대부분 재즈이기보다 어반이나 알앤비 때때로 팝에 가까우며, 비트의 무드는 끈끈하기보다 여유롭다. 가사의 주제와 관심은 달라졌을지언정 여전한 빈지노의 랩과 앨범 전체의 통일된 무드를 조성하고 조율하는 시미트와이스의 세련된 프로덕션이, 트랙의 호흡을 그야말로 “즐기게” 하는 것이 기대에 대한 위안임은 분명하다. 그 중심에 타이틀 「하루종일」이 있다. 누군가는 초점을 맞춰 기대했을지 모를 음반 전체의 재즈 그루브에 대한 아쉬움이, 신시사이저 중심의 어반 그루브로 바뀌어 이미지와 감상을 가장 완벽하게 대체하고 있다. 샘플링 원곡인 「Last Summer Whisper」의 노래보다도 비트와 더욱 잘 묻어나는 본 싱글의 벌스와 훅은 누가 들어도 재지팩트의 것으로서, 구태의연하게 변명하지 않아도 될 재지팩트의 호흡을 굳이 재증명하고 있다. 태도에 대한 설명이나 서사와 묘사에 대한 강박 없이, 욕조 속 완신욕의 감상을 느긋한 자기 스웨그로 완성하는 것은 분명 현 시점 독보적인 재능이다. 이번 재지팩트 음반 전체에 대한 평가 상관없이 본 트랙의 감상만으로도, 빈지노의 군 복무기간 동안 그의 작업물을 기다릴 사람이 여전히 많을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하루종일
    Various Artists
    Various Artis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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