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소위 '티키타카'가 뛰어나다는 점이 이 팀의 장점이다. 단순히 여성 보컬과 남성 랩이 잘 어울린다는 차원이 아니다. 곡의 정서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과 제스처로 양 극단을 메워가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한 사람이 어느 곳에 수를 두면, 다른 사람이 정확히 그 수를 읽고 반대되는 수를 던지는 식으로 전개된다. 서로의 세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는 작업을 그들은 멋들어지게 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멜로디 라인의 선명함이 랩 파트로 그대로 이어지고, 랩파트의 감정이 멜로디의 심화로 옮아간다. 곡에서 '도도'라는 단어를 쓰려면 최소한 이런 수준의 곡을 만들고 나서 써야한다. ★★★☆

[김성환] 현재 한국 아이돌 팝 계열에서 '혼성그룹'이라는 카테고리에 존재하는 것은 (샵의 어처구니없는 해체와 남녀공학의 스캔들이라는 한국 아이돌계의 흑역사로 인해) 한동안 부정적으로 비춰져 왔다. 하지만 카드는 혼성 그룹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스펙을 멤버 당사자들부터 작곡팀, 기획사까지 가장 현명하게 잘 이용하고, 그 결과 (비록 한국 내에서는 아직도 음원차트 100위권 진입에도 힘겨워하지만) 해외의 K-POP 팬들에겐 신선한 선택지로 이미 받아들여졌다. (공식 데뷔 전 아메리카 대륙 투어는 분명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프리-데뷔용 디지털 싱글 3곡과 데뷔 EP 『Hola Hola』(2017)가 그 역사를 만들어온 작품들이라면 이번 두 번째 EP 『You & Me』는 그 흐름을 어떻게 이어갈지에 대한 답을 제시해야 했던 꽤 부담감 있는 작업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낯선을 필두로한 프로듀싱팀은 이번 음반 자체를 하나의 '연애의 과정'에 대한 컨셉트 앨범으로 메시지를 잡고 앨범 자체의 '흐름'에 중점을 두는 과감한 기획을 했고, 전작보다 다양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포괄하면서 그룹의 스펙트럼을 영리하게 넓히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싱글에 머물기보다 EP 전체를 순서대로 쭉 감상해 볼 것을 권한다.) 그 중에서 이 곡은 그나마 이전 작업들과 가장 유사성이 있는 곡이라 할 수 있다. (일면 서구에서는 「Don't Recall」의 속편 같다는 반응도 있다. 곡이 전하는 일종의 '다크함'에선 동의할 만하다.) '하나의 노래 속에 남-녀 두 화자가 공존하는 스토리텔링'이 이번에도 잘 살아서 '소유욕과 집착의 비극'의 메시지(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그 메시지를 극단으로 풀어내서 해외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를 전하며, 각각 자신들의 보컬과 랩의 개성을 극대화하여 표현하고 있는 점도 곡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한편, 트렌디한 트로피컬 하우스 비트의 바다 속에서 1990년대 가요풍의 멜로디 라인이 가세하는 지우의 후렴 파트가 곡의 에너지를 최대로 끌어올린다. 일부는 '반복'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곡에 스며든 세세한 변화들에 집중해 감상할 때 진짜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곡이다. ★★★★

[차유정] 대중적 코드 안에서 어른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항상 뇌쇄적인 섹시함을 동반 필요가 있는지 생각한 적이 있다. 그리고 상업적 테두리 안에서의 가창력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언제나 멜로드라마 스타일의 기승전결을 들려줘야하는지에 대한 의심을 품은 적도 있다. 아직 이 틀을 완벽하게 부숴버릴만한 파괴력을 지닌 노래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 이 시점에 카드가 주는 낯설음과 약간의 능숙함은 반가움이라기보다 애석함으로 다가온다. 전략적 성공이라고 넘겨짚는 것 자체가 좀더 순수한 형태로 다가오기를 바랄 뿐이다. 이 곡의 유니크함이 주는 씁쓸함은 아무래도 여러 가지 측면을 이야기해야 하는 현실에서 오는 문제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