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공통리뷰 #07] 엄정화 『Prestige』 : 잘 된 밥에 코 빠뜨리기

엄정화 『Prestige』
507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06.10
레이블 트라이펙타
유통사 소니비엠지
어느날 나에게 친한 음악 편집장이 말했다. “헤비죠야, 진짜 프로는 어떤 글이라도 쓸 수 있어야 하고, 그 글이 니 글다우면 된다.” 그렇다. 헤비죠가 쓰는 엄정화의 음반 리뷰는 참 어울리지 않는 짝이다. 《음악취향Y》라는 공간은 그래서 고맙기도 난감하기도 하다. 덕분에 이러한 계통의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 이후에도 골라가며 반복해서 들어보는 재미난 경험도 했다. 그리고 예상보다 잘 짜여진 음반의 곡들 덕분에 그리 지루하지만은 않았다. 이제 슬슬 엄정화의 아홉 번째 앨범 『Prestige』 (제목부터 자신감이 넘치지 않는가!)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엄정화. 노래를 못하는 건 분명 아니지만, 디바(diva)급 걸출한 목소리를 가진 것도 아닌 가수다. 이는 그녀가 주류 대중음악을 하면서 생존하기 위해 기본적인 보컬의 재질에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녀의 외모는 그 알파가 되기에 충분했다. 섹시한 가수 엄정화는 그렇게 태어났다. 나는 그녀가 참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영화보다 무대 위에서 만들어내는 그녀의 이미지 때문이다. 솔직히 그녀는 정말 예쁘고 늘씬한 속된 말로 ‘바비인형’이 아니다. 대신 눈빛과 표정과 몸짓으로 모두를 제압한다. 다소 과장된 듯한 그 모습마저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그녀가 진정한 연기자, 즉 퍼포머(performer)임을 드러낸다.

새 앨범에서 엄정화는 좋은 프로듀서와 만나 음악적 퍼포먼스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다. 윤호준 덕분에 꼼꼼히 들어본 그녀의 지난 음반은 솔직하게 말해서 그녀의 퍼포먼스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Madonna나 Kylie Minogue를 모델로 한 프로듀서들의 '엄정화 꾸며주기 프로젝트'였다는 느낌이다. 가요적인 다른 한 장도 역시 '엄정화 느낌의 엄정화 만들어주기 프로젝트'였고. 그런데 이번엔 분명히 엄정화의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것은 그녀의 목소리가 음악과 정말 잘 어우러져있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첫인상이 반은 먹어준다’고, 「Friday Night」과 「Shining Star」의 제대로 훵키한, 쩍쩍 달라붙는 리듬 커팅의 기타와 울렁대는 베이스 라인을 필두로 심하게 밝은 그녀의 목소리가 멋진 짝짝꿍을 들려준다. 이 두 곡은 즉각 이 음반이 만만치 않은 ‘물건’임을 증명한다. 조금 어색하던 그녀의 (심히) 맑고 밝은 목소리와 가성의 삽입은 첫 번째 곡이 채 끝나기 전에 바로 익숙해진다. 보컬과 연주를 얼마나 잘 이어붙이는가는 프로듀서의 몫이다. 이런 면에서 “지누(Jinu)"는 이 음반을 엄정화에게 딱 맞게 재단한 일등 공신이다. 역시나 지누가 만든 훵키넘버 「Gamer」, 방시혁이 만든 잔잔하지만 리듬에 꽤 신경쓴 발라드 「Innocence」 같은 노래 역시 은근한 훵키 리듬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훵키 비트와 엄정화는 꽤나 잘 맞아떨어진다. 리듬이 중심이기 때문에 그녀가 무리하게 디바를 흉내낼 필요없이 멜로디에 대한 감각만 잘 살리면 귀에 확 꽂히기 때문이다.

물론 ‘모타운(Motown)'을 생각하며 ’훵크=리듬+걸출한 여성싱어‘를 생각할 수도 있겠다만, 훵크의 모체는 리듬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데 있다. 그런 면에서 지누는 훵크를 제대로 파악했고, 감각있는 보컬리스트 엄정화의 목소리를 200% 살려냈다. 훵크는 신나지만 기본적으로 5음계에 기반하고 있고, 이는 백인들의 7음계에 맞춰보면 단조 진행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엄정화의 목소리는 오랜 세월 장조보다 단조에 익숙해져 있다. (뭐 많은 가수들 대부분이 그렇긴 하지만) 이를 잘 이용한 지누는 엄정화에게 지르는 부분을 반음씩 내리고 올리게 만들어서 리듬과 묘한 긴장관계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훵크지만 개성있는 엄정화표가 만들어졌다.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의 음악들이 가지는 매력도 이러한 부분에 기인하지만 조원선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음색의 개성이 고정된 강렬한 이미지를 갖는 반면, 엄정화의 목소리는 그녀만의 특성이라고 할 무엇(!)이 그리 크지 않다. 그래서 엄정화는 「초대」(1998)에서 「페스티벌」(1999)까지 (그 노래들이 썩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에 대한 평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목소리의 폭이 넓어질 수 있었다. 지누는 그녀의 목소리의 특성(?)을 최대한 키워서 요모조모 잘 써먹고 있는 것이다. 

만일 훵크를 제대로 밀어 붙였다면 이 음반은 지금보다 훨씬 멋진 음반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시작이다. 엄정화는 섹시한 가수가 되어야 한단다. 그것도 아주 노골적으로. 30대 중반이 넘은 여가수가 섹시하려면 끈적하게 대놓고 늘어져야 한다고 사람들은, 혹은 음반 만드시는 분들은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뜬금없이 「Come 2 Me」가 튀어나오고 「탐」이나 「Dance With Me」가 튀어나온다. 이 노래들을 하나씩 떼어보면 음반과 상관없이 말끔한 트랙으로 보일 수도 있다. 최소한 기존의 엄정화의 노래의 평균값이 바로 연상되니. 그러나 음반 처음부터 너무 강하게 그녀의 새롭지만 확실한 이미지를 잡은 것이 문제다. 처음 두 곡을 들으면서 음반에 대한 귀의 기대치가 한 없이 커진 것이다. 그리고 훵키한 지누의 곡들에서 엄정화는 충분히 섹시하다. 그것이 바로 자기 목소리를 콘트롤 할 수 있는 연륜이 주는 마력이다. 그러나 나의 기대는 여지없이 엄정화의 첫 컴백무대부터 무너졌다. 그녀 자신도 섹시함과 끈적함을 동일시 하는 것일까? 궁금하다. 그녀가 벗는 게 문제가 아니라 벗지 않고도 너무나 매력있고 섹시한 목소리와 음악을 가진 그녀임에도 굳이 벗는 것 밖에, 그 틀에 박힌 음악과 비주얼 밖에 생각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이게 가요의 한계고 현실이라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이리 뛰나 저리 뛰나 어짜피 음반 판매량은 바닥이다. 이 상황에서 자신있게 변화를 모색하여 성공적인 자기 색을 찾고도, 그 웃기는 가요 논리 때문에 어물쩍 거린다면? 결과적으로 나는 엄정화를 여전히 좋은 퍼포머일 뿐, 좋은 대중음악인의 자리에 놓을 수 없다. 뮤지션은 자기 곡을 써야 한다고? 남의 노래라도 자기의 색으로 만들고 음반 하나를 자기의 것으로 콘트롤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모범적인 대중음악인이다. 흔히 하는 말로 ‘뮤지션의 경지’다. 그러나  엄정화는 계속해서 「Come 2 Me」를 부르고 있다. 자신의 진짜 무기를 자신있게 내놓지 못하고 말이다.

정말 고심을 해야 했다. 별점이란 걸 매기면서. 음반 전체에 대해 별 두 개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첫 인상이 반이라고 훵키 넘버들, 그리고 지누의 빛나는 프로듀싱(개인적으로 더블유와 페퍼톤즈의 노래들도 지누와 엄정화의 것으로 잘 버무려졌다고 느낀다)에 별 한 개를 더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긴~~~ 고민 끝에 반 개를 더 했다.

ps) 처음 한 번을 빼고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을 수 없었다. 지누의 트랙들(「바람의 노래」를 빼고)과 몇 곡을 꼽아서 기분 좋게 감상하고, 글을 쓰기 위해 나머지 트랙들을 꾸역꾸역 들었다. 이것이 이 음반을 다룬 나의 솔직한 자세다.
 

Credit

[Staff]
Executive Producer : 전덕중
Produced : Jinu
Recording studio : Fit, Velvet, Xanadu
Recording Engineer : Jinu, 김석민, 이강민
Mixing Engineer : Jinu, 박혁, 박병준, 이용섭, 김한구, 이정형, 이면숙
Mixing Studio : Fit, T studio, Fluxus, Dream factory
Mastering Studio : Sonic Korea
Mastering Engineer : 최효영
Management : 채종주, 김정민, 이민재, 이종삼(Trifecta entertainment)
Music Video : 백종열(617)
Art Directed & Design : 백종열, 공병각(617)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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