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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리드 추모 특집 #7] 접속 (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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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빤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영화 『접속』(1997)을 끌어들여 이야기할 수밖에. 이 영화에 「Pale Blue Eyes」가 삽입되어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는 잠시나마 한국에서 활발히 회자되었다. 헤비죠는 대학생이 되어서야 벨벳을 알았다지만 본인은 『접속』을 통해 처음 알았으니, 뭐 말 다한 셈이다. 그렇다. 벨벳을 입문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Pale Blue Eyes」를 듣고 아름답다 말하며 앨범 전체를 들어보는 것이다. 전체도 아름답구나!(나는 지금 벨벳을 전혀 들어보지 못한 분들에게 진심으로 권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시작하여 벨벳의 4장을 다 섭렵한 후엔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어쨌든 1집은 나에게도 짱, 모두에게도 짱일 테고, 4집 『Loaded』(1970)도 3집만큼 좋다고 할 테고, 2집은, 흐흠, 훌륭하지만 최고로 선호하지는 않아요, 이 정도? 너무 시끄럽다고 고백하면 좀 자존심이 상할 테니까.

벨벳의 위대함의 8할 정도가 1, 2집에 있다는 절대 진리와 3집은 아름다운 팝송 모음집이라는 사실 사이에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생각해 본다면, 솎아낼 구석은 그리 어렵지 않다. 1집의 「Sunday Morning」같은 곡들로만 채워진 게 3집이고 어쨌든 그 노래가 1번 트랙이었고, 솔직히 「Venus In Furs」빼고는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곡이잖아? 라고 몰아세우면, 그걸 100% 전면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Sunday Morning」이 예쁘긴 하지만 내용은 알아듣기 힘든 약쟁이의 헛소리라 지적한다면, 3집의 첫 곡 「Candy Says」도 예쁘긴 하지만 캔디가 성도착증 환자라는 걸 떠올리면 된다. 루 리드(Lou Reed)를 아름답다고 하려면 이 정도 사항은 기본으로 안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맞다. 리드의 정신세계를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이미 팝송의 의미는 왜곡돼 버린다. 「What Goes On」과 「Beginning To See The Light」가 2장의 전작에 가득했던 로큰롤 반골정신에 닿아 있고, 「The Murder Mystery」는 「The Gift」의 속편 격이니, 3집이 아름다운 팝송 모음집이라는 결론을 100% 전면 수용할 도리는 없는 것이다. 「Jesus」에서 리드가 예수님을 부르고 있지만 정말로 구원을 바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가? 오히려 어떻게 구원을 받을 수 있겠냐는 체념과 달관, 한마디로 Let It Go가 더 많이 묻어나온다. 이쯤 되면 이제 팝송이란 말은 걷어치우고 그럼 그렇지 리드의 세계가 어디 가겠느냐, 거칠지 않고 나긋하더라도 그는 그이고, 워홀(Andy Warhol)이든 케일(John Cale)이든, 누가 간섭하고 조정하고 시대정신과 어떻게 조우하든 그 안에는 언제나 불길하고 불온하고 불안한 것들이 상주해 있었노라, 이렇게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된다.

그럼에도 여기에는 어떤 끈이 있다. 뻑적지근한 「The Murder Mystery」를 앞뒤로 감싸고 있는 「That’s The Story Of My Life」와 「After Hours」두 곡은 앨범 내에서 가장 귀엽다. 전자는 유치한 리듬의 소박한 소품이고 후자는 터커(Maureen Tucker)가 순백의 목소리로 부른 정말 예쁜 노래다. 요 귀여운 2분짜리 2개가 9분짜리 뻑적지근함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앞선 노래들의 잔영 때문일 텐데, 그게 그냥 좋다는 거다. 「I’m Set Free」에 훤히 드러나는 구원의 갈망과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내면도 좋지만 귀에 남는 건 어슬렁거리는 일렉트릭 기타의 쟁글쟁글이다. 「Beginning To See The Light」는 경쾌한 리듬워크가, 「What Goes On」은 무결점 멜로디가 귀에 남는다. 「Pale Blue Eyes」의 영롱한 기타 소리, 거의 모든 노래에 자리 잡아 단순하게 재잘대는 기타 소리가 귀를 떠나지 않는다. 이걸 리드의 음악적 주권 회복 혹은 송라이팅의 만개로만 보고 싶진 않다. 가만히 들어보면 그가 끌어다 쓴 음악 재료들은 어딘가 엉성하다. 「Candy Says」 막판의 두왑 백 보컬은 맥아리가 하나도 없고, 「Jesus」백 보컬에 은근슬쩍 들어가 있는 가스펠과 「Beginning To See The Light」에 역시나 은근슬쩍 반영하려 한 블루스 보컬까지, 모두 잘 만들어보려다 흐지부지된 느낌이다.

그런데 바로 이 느낌에 어떤 끈이 있다. 소박함과 단출함, 전작들에서도 당연히 중요한 요소지만, 이 밴드가 돌연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린 듯 시종일관 깔아놓은 지배적인 분위기는 설령 누군가의 복잡한 내면이 그 이유라 하더라도 10미터짜리 비단을 훑어 내리는 감촉처럼 선명한 겉모습으로 남았다. 그렇기에 「What Goes On」은 로큰롤 반골정신의 연장이라기보다 그냥 완벽한 모던록의 사례로 들린다. 「Pale Blue Eyes」는 완벽한 팝송이며, 따라서 『접속』의 사운드트랙으로서도 완벽하다. 이 밴드의 위대함이 뭐가 됐든, 이것마저 위대함의 일부로 흡수시키든 말든, 그냥 그렇게 비단 만지듯 애틋하게 들어도 아무 문제 없다. 이 밴드의 모든 걸 속속들이 안다 해도 어느 날엔가는 『접속』에서 처음 들었을 때의 그 느낌으로 이 앨범은 들린다. 또 누군가에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들었을 때의 그 느낌으로. 참고로, 본인은 하이킥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The Velvet Underground 『The Velvet Underground』

MGM, 1969. ★★★★☆


 ● Track List

 01. Candy says

 02. What Goes On

 03. Some Kindle Love

 04. Pale Blue Eyes

 05. Jesus

 06. Beginning To See The Light

 07. I’m Set Free
 08. That’s The Story Of My Life

 09. The Murder Mystery

 10. After Hours



● Member

Lou Reed : lead vocals, guitar, backing vocals

Sterling Morrison : vocals, guitar

Doug Yule : bass, organ, backing vocals

Maureen Tucker : percussion


● 앨범정보

Produced by The Velvet Underground

Director of Engineering : Val Valentin

Photos and convolutions : Billy Name

Mastered by Bob Ludwig at Gateway Mastering, Portland, Maine

Editor

  • About 윤호준 ( 84 Artic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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