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취향Y

Y-Best

80’s Best 80 38위

김현식 『4집』

1,206 / 작성일 : 2012.04.08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88.09; Volume 4; 레이블 동아기획

결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결의 차이가 미학이다. 김현식이 그다지 다를 바 없는 '씬'과 '인맥'에 뿌리를 두었지만 완벽주의자 조용필이나 천재 유재하와는 다른 성격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까닭이 그러하다. 똑같이 유재하와 이정선과 장기호의 모티브를 읊는다지만 김현식이라는 독특한 음악 세계가 낳아진 이유 역시 같다.

그것이 무엇일까? 나는 김현식이라는 음악적 인격이 부여하는 ‘관용성’을 떠올린다. 김현식은 블루지하면서 확실히 유려함은 결여된 투박한 톤을 가졌다. 그러나 억지로 세련되려 하지 않은 채 곡에 충실히 몰입했다. 터무니없이 예쁜 선율이 흐르는 「여름밤의 꿈」에서 어느 누가 당대 언더그라운드의 총아를 상상할 수 있을까. 송홍섭이 손을 댄 「그대 내품에」는 원곡의 핵심이라 할 만한 미려한 텐션음이나 키보드의 보이싱이 둔탁하게 마무리 되었지만 김현식의 억눌린 듯한 담담한 호소력에는 외려 적절히 공명한다. 그 스스로 역시 누구보다 앞선 음악인이었다는 사실이 「한국 사람」이나 「우리 처음 만난 날」등 스스로 쓴 곡들에서 뽐내질 만하건만, 정작 LP판 맨 뒷자리에서 묵묵히 선후배들의 재능을 떠받치는데 만족할 뿐이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음악 위에 자신을 억지로 드러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련미나 트렌드에 대한 무리한 집착보다 작/편곡자의 의도를 주어진 결대로 따라가며 필요한 곳에서는 여지없이 뿜어나오는 고유한 프레이징과 시그니처 톤의 감수성. 조용필이나 김현식과 같은 당대의 '명카수'들에겐 그런 관용의 미덕이 있었다. 흉내내려고 해도 흉내낼 수 없는 낭만. 실로 귀한 음악성이다.

#80 #김현식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