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Choice

올해의 앨범 10위

오버드라이브필로소피 (OVerdrive Philosophy) 『64 See Me』
291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07
Volume 1
장르
레이블 자체제작
유통사 미러볼뮤직
공식사이트 [Click]
이미지를 왜 날포장생고기로 했는지 호기심이 간다. 날포장생채소 이미지로 했어도 좋았을텐데. 포장날고기도 유색적이지만 양파나 블로코울리 한봉우리를 날포장해 놓은 모양도 노골적이긴 마찬가지다. 날고기를 먹기 좋게 누르는 ‘좝’을 하는 비건의 쑥스러움이랄까.

사실상 우물쭈물하는 국면도 보인다지만 고기를 납작하게 누르면 소화는 잘 되나 씹기가 싱겁듯이, 음악을 주무를수록 먹기는 좋고 소화는 잘 되지만 우리는 입에 들어온 것이 무엇인지 내 치아에 뭐가 씹히는지 알 권리가 있다. 자본가들은 이런 걸 안 좋아한다. 맛과 식감을 따지기 시작하면 대량생산이 불가능해지고 소수의 취향을 고려해야 하므로 자본이 더 들어간다. 이런 음악이 널리 회자되고 결국 소수의 목소리가 분열하고 그만큼 넓고 커지면 자본가들은 골치가 아프다.

이런 우연발생적 정치적효과를 빚는 사운드를 좋아한다. 이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음악이다. 대부분 하드록 팬들은 좋아할 것이라고 본다. 아이돌 마니아들은 별로. 블루스는 생래로 반체제적이고 반사회적며 안티권력의 노래다. 반재생적이고 반생산적이기 때문. 블루스가 퍼지면 사람들은 다 논다. 일을 안 하려고 하고 그래도 그냥 아늑하다고 블루스는 말한다. 하드록팬이나 블루스 팬들이 그밖에 음악을 싱겁게 느낀다. 대신 유행을 타는 음악들은 짜고 맵고 갖은 양념으로 타성을 자극한다. 우리는 퇴화한다. 넣어 주는대로 먹는다. 우리는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음악을 들을 때 한 없이 게을러진다. 배를 두드리며 발끝이나 머리만 까닥까닥하면 될 일이다. 조회수는 「If I Could」가 나머지들 보다 두배 넘게 높지만 나는 「Take Me Down」을 가장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소박한 기타 인트로와 박근홍의 보컬 애드립이다. (개인적으로 최근 Johnny Winter의 70년대 라이브 앨범을 듣고 정신이 혼미해졌는데, 사실상 OVP가 이렇게 리프와 (보컬) 솔로를 터프하게 펼치는 걸 듣고 그에 비견할만큼 막강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전부 록 마니아인 나라라면 이 곡은 유튜브 쇼츠에서 조회수 1등을 했을 것이다.)

이 앨범은 사실 고깃살을 포장할 게 아니라 날채소 한 놈을 알포장했어야 했다. 이 앨범을 들으면 도축장 살풍경이 아니라 소에게 풀을 먹이는 아늑함과 노곤함, 게으른 노동의 만족감과 지루함이 함께 느껴진다. 가장 기타다운 기타. 펜타토니과 블루스가 벤딩 비브라토가 살아있는 풍경(風磬)이나 목어(木魚) 처럼 같고도 다른 소리를 내는 사운드. 가장 좋아하는 드럼-베이스. 음수가 많지도 적지도 않은, 줄줄이 구불거리는 말뚝 같은 리듬섹션. 이런 사운드도 무조건 반대를 맞는다. 사실. 따라서 정치적이다. (우선 전문세션맨들이 존재론적 위험을 느껴 비난할 것이고 아이돌피디들은 굽은 허리로 환멸을 느낄 것이다. 노래방 미디악보채보로 음악을 익힌 친구들이다.)

반대를 부르는 모든 것은 정치적이다. 카메라가 데이터를 출력할 때 조리개를 보는 사람의 심상은 세계관을 품는다. 데이터는 가면, 페르소나에 불과하지만 세계관은 자연스럽고 탈각(脫却)적인데다가 인간적이다. 이 음악은 인간성이 거세된 '데이터형 음악'을 실컷 비웃는 음악이다. 이 음악은 하나의 씨앗이고 그 씨앗은 날포장 돼 있다. 날포장 해두면 그냥 둬도 그대로 발아한다. 고기에서 꽃이 피지 않는 것과 반대로. 모자란 것은 상상력이지만 지나친 건 타협이나 심하게 말해 (음악적) 협잡이다.

다 그렇다. 아무리 잘 났대도 공중파에 나가고 싶어하고 유명해져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런 음악은 도저히 그게 불가능하다. 카메라를 전제하고 아무리 '마사지'를 해도 수용이 안 되는 음악이다. 대신 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70년대 하드록이며 블루스록, 특히 '간지'나는 노래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은 오버드라이브필로소피의 사운드를 들으면 충격받을 수 있다. 기타와 리듬파트. 즉흥성. 아무렇게나 연주하는 거와 아무렇지 않게 연주하는 건 다르다. 즉흥성은 공중에서 시간을 주워다 직조하는 것이므로 시간을 예민하게 느끼는 이 만이 누릴 수 있는 사람만이 다룰 수 있는 성질이다. 수많은 릭(lick)이 쏟아지는 기타와 특히 16비트 바운스를 잘 다루는 리듬섹션은 '왜 이렇게까지 이들이 하는가'라는 의문을 낳지만, 뻔히 보이는 시간의 순간을 음으로 채우거나 비워내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이들이 뮤지션들이다. 
 

Credit

[Member]
박근홍 : Vocal
백진희 : Bass
리치맨 : Guitar
강성실 : Drums

[Staff]
Produced by 박근홍
Recorded by 오형석, 박정호@Titan Studio
Mixed by 오형석
Mastered by 오형석
Cover Art by 우정훈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Wake Up
    박근홍
    박근홍, 백진희, 리치맨, 강성실
    박근홍
  • 2
    Soju & Soul
    박근홍
    박근홍, 백진희, 리치맨, 강성실
    박근홍
  • 3
    Love Tonight
    박근홍
    박근홍, 백진희, 리치맨, 강성실
    박근홍
  • 4
    Broke Tonight
    박근홍
    박근홍, 백진희, 리치맨, 강성실
    박근홍
  • 5
    Take Me Down
    박근홍
    박근홍, 백진희, 리치맨, 강성실
    박근홍
  • 6
    If I Could
    박근홍
    박근홍, 백진희, 리치맨, 강성실
    박근홍
  • 7
    Haze
    박근홍
    박근홍, 백진희, 리치맨, 강성실
    박근홍
  • 8
    Overfeel
    박근홍
    박근홍, 백진희, 리치맨, 강성실
    박근홍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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