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피킹과 스트로크를 아우르는 각종 기타 리프의 향연이 펼쳐지는 가운데, 단순히 전시회를 연다는 느낌보다는 가사 내에 전개되는 멜로디를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잘게 부수는 듯 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편곡이 기타 피크가 어디 있는지를 계속 강박적으로 찾는(굳이 장를 찾으라면 랩 메탈에 가까운) 보컬과 나란하다는 점에 있다. 작품의 동인을 음악에 강박적으로 반영했기에, 이 곡은 기타 피크로 아직 쓰지 않은 ‘쓰레기’의 감정을 찾기 위해 수없이 짓밟으며 ‘복수’의 의미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특유의 입체적인 시각을 잃지 않았다. 이 곡이 단순한 배출에 머무르지 않고 좀 더 높은 차원의 곡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독특한 시각을 견지하는 일종의 ‘뚝심’덕분일지도 모르겠다.  ★★★☆

[김성환] 24아워즈와 서울문이라는 두 개의 밴드를 병행해온 기타리스트 겸 싱어송라이터 매미(인디 록 팬들에겐 김혜미라는 본명이 더 친숙하다)의 첫 번째 솔로 EP 『M3MI』의 타이틀곡. 하드록/헤비메탈 시대의 기타리스트가 발표하는 솔로 앨범에는 대체로 자신의 솔로잉을 보여줄 수 있는 연주곡 중심의 음반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앨범의 성격은 그와 조금 다르다. 음반 소개글에서 언급된 대로, 기타 리프 연주와 스트로크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소리의 매력을 강조했기에, 오히려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리프와 악곡의 스타일이다. 이 음반의 경우 곡마다 다른 장르적 요소를 도입하는데, 재즈부터 훵키 록, 포스트그런지까지 다양하게 펼쳐져 있어 듣는 재미가 있다. 그 가운데 이 곡 「Guitar Pick」은 가장 로킹하면서 훵키한 감성이 잘 펼쳐진 곡인데, 역시 하나의 테마로 잡은 기타 리프가 곡의 중심을 잡아준다. 나레이션, 랩, 가창을 계속 어지럽게 오가는 매미의 보컬이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게 도와주며, 기타 리프 역시 테마로 활용하는 부분을 제외한다면 곡의 리듬을 이끄는데 활용된다. 맘에 안 드는 사람들과 헤어진 연인에 대한 ‘분노’에서 탄생한 유머감각 있는 가사도 그녀의 작곡 감각과 능력을 주목하게 한다. 기타리스트라는 원래의 포지션을 넘어 독립적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걸어가려는 한 뮤지션의 재기넘치는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곡이다. ★★★☆

[조일동] 드럼 프로그래밍보다 기타 톤이 더 프로그래밍처럼 느껴질 만큼 인더스트리얼록의 느낌을 살려냈다. 감각적인 보컬까지 더해지니 1990년대 중반 이 장르가 폭발하던 시절마저 떠오른다. 안에 흐르는 여러 겹의 기타 연주를 담은 톤이 수시로 변화한다. 다양한 기타 시뮬레이터와 프로그램을 가지고 수많은 톤을 실험해보며 즐기는 기타리스트 매미를 상상해보게 되는 연주의 연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