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원] 키드밀리의 앨범 『AI, The Playlist』에서 부분적으로 보이는 미니멀함과 전자음악적 요소는 마치 『Yeezus』(2013) 시절 Kanye West의 DNA를 추출해서 만든 변주 같다. 그보다 시기적으로 가까운 또 다른 음반으로는 『Yeezus』를 애정하는 Vince Staples의 『Big Fish Theory』(2017)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단지 레퍼런스의 수위를 얘기하고 싶은 건 아니다. 「Why Do Fuckbois Hang Out On The Net」 같은 곡을 들어보면, 그는 런웨이 음악스러운 측면에 맞추어 가사적 흐름에서 여러 단어와 표현들을 일종의 장신구처럼 활용할 줄 아는 감각을 갖고 있다. 그 정도가 지나치면 시쳇말로 ‘중2병’에 심각하게 빠진 듯 보이며 난해할 수 있었다. 다만, 적어도 이번 앨범에서 동일한 문법을 사용할 때는 이해받을 수 있는 범주의 톤을 어느 정도 유지한 편이다. 일종의 원전 아닌 원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키드밀리가 가진 재기(才氣)의 확장성을 지켜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

[정병욱] 스윙스가 2017년 설립한 인디고뮤직의 뮤지션들을 스윙스의 후광이나 이미지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 표상에 대한 각자의 시각이 어찌 되었든 어리고 젊은 세대의 우상으로서 스윙스가 먼저 다가가 착실히 관계를 쌓고 재능을 알아보며 영입한 이들은, 단순히 “스윙스의 아이들”로서가 아닌 개별적인 이름과 재능만으로도 씬의 미래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통해 세간에 잘 알려진 저스디스, 영비 외에 재키와이, 키드밀리와 같은 영건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키드밀리가 블랙넛과 함께 인디고 뮤직 멤버로서 발표한「Honmono」(2017)와 같은 트랙은 인디고 뮤직 이전에도 이어오던 그만의 독특한 플로우를 고스란히 간직한다. ‘혼모노’라는 흔치 않은 소재 및 자신의 세상 속 솔직한 언어를 뜻밖의 어둡고 세련된 분위기로 전달해, ‘키드밀리’라는 이름의 고유한 스타일과 존재감을 뇌리에 깊이 새긴 바 있다. 허나 본 싱글 「Why Do Fuckbois Hang Out On The Net」은 앞서 키드밀리 사운드가 지닌, 그리고 기대하던 그것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완성된다. 앨범의 첫 트랙인 「AI」와 마찬가지로 어둡고 미니멀한 테크노 사운드가 완성한 감각적인 비트가 생성하는 꽤나 몽환적이고 강렬한 그루브는, 도리어 키드밀리의 퍼포먼스가 한 걸음 뒤에 있는 것처럼 들린다. 앨범 내 여전히 키드밀리의 랩과 플로우가 튀는 트랙들이 있고, 이 곡에서도 그는 자신의 랩을 하고 있다. 하지만, 훅은 물론 벌스마저 비트와 거의 동일한 음형으로 흘러가는 노래의 전반적인 사운드텔링이 온전히 래퍼의 것이 되지도, 새로운 결과물도 되지도 못하는 인상이다. 물론 이것이 의도한 프로덕션으로서 특정한 스타일로서 일정 수준의 성취를 완성하고 있는 것은 맞으나 ‘키드밀리’라는 개성 있는 퍼포머에 기대하는 바와 수준과는 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