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범 갓세븐 군단의 솔로 행보 중에도 유겸이 주목 받은 이유는 아마 AOMG 때문일 것이고, 이에 충실한 EP이자 그 타이틀곡이기도 합니다. 그레이는 그레이스러운 무드 음악을 했고, 아이돌 출신 답게 곡을 큰 하자 없이 따라가는 류의 보컬 가이드는 그레이의 프로듀싱과 꽤 상성도 좋은 편이죠. 하지만 보도자료가 기대하는 바나, 이름들의 조합에서 예의 상상해 볼 법한 딱 그 정도에서 벗어나지는 않는 음악이기도 합니다. 아직 한 곡을 풀로 끌고 가기에는 집중력이나 다양성 면에서 버거운 모습도 왕왕 보이는데, 래퍼들과 함께 전개를 나누는 수록곡들이 상대적으로는 더 완급 안배가 잘 되는 편입니다. 애당초 갓세븐이 글로벌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음악으로 매스를 노리는 데에 성공적이었던 그룹은 아니었고, 그만큼 각 멤버들이 솔로로 자리잡을 때는 조력자들을 통해 안정적인 스타일을 만들 필요가 있기도 했을 겁니다. 유겸의 실로 그레이 스러우며 AOMG 프로듀스에 충실한 이 곡은, 최근 나온 갓세븐 멤버들의 곡 중에는 가장 이러한 목표의식에도 충실한 곡이 아닐까 합니다. ★★★

[정병욱] AOMG 합류 전의 그룹 활동이나 솔로곡 「이젠」, 「Fine」(2018) 등에서 가늠했던, 보컬로서의 유겸이 가진 매력을 가장 확실하게 어필하는 싱글이다. 일찌감치 그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마련한 전략적 기획이었을지 뜻밖에 발견한 보물을 곧장 영리하게 활용한 임기응변인지 알 수 없지만, EP 전반에 공들인 AOMG 프로듀서 진의 사운드 프로덕션과 참여 아티스트들의 피처링의 후광에 힘입은 유겸의 음색이 전에 없이 더욱 돋보이며 타이틀곡인 「네 잘못이야」가 특히 그렇다. 그레이는 백보컬과 벌스 양면에서 철저하고 충실한 백업을 맡아, 후킹한 음색에도 다소 한정적인 음역 탓에 쉽게 지루해질 수 있는 유겸의 보컬을 지원한다. 이제 막 사랑에 빠진 감정을 고백하는 다소 민망한 상황을 마냥 유치하지 않게 에둘러 표현하는 가사 역시 풋풋함과 쿨함의 경계 위에 절묘하게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