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안지영이 구사하는 보컬의 장점은 탄탄한 호흡을 바탕으로 자신의 음이 지닌 뉘앙스를 최대로 살리는데 있다. 이번 싱글 또한 이를 유감없이 발휘하는데, 황민현의 참여는 행여나 발산할 수 있는 가벼움을 다 잡는 무게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러나 이 곡의 진정한 장점은 듀엣이 보여줄 수 있는 관계성에 소위 ‘양념’을 더 치지 않은 채로 담백하게 그려낸다는 점에 있다. 베이스를 중심으로 삼은 편곡 또한 이런 관계성에 대해 적절한 뉘앙스를 구사하며 이 곡이 자칫 디딜 수도 있었을 함정을 요리조리 피해간다.  ★★★☆

[김성환] 볼빨간사춘기의 등장과 스타덤은 2010년대 당시 한국 가요계의 뻔한 공식을 제대로 깨뜨렸던 흥미로운 사건이었다. 안지영은 오디션 쇼에서 비록 높은 순위에 가진 못했지만 자신의 송라이팅 능력으로 주목을 받고, 이후 바로 정규작으로 가요계에 등장해 단번에 인디를 뛰어넘어 메이저 가요시장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이미 그녀와 비슷한 계열의 음악을 하던 인디 팝 아티스트들이 꽤 활동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스타덤은 이 흐름을 더 크게 키워놓았고, 더 많은 아류작들이 생성되었다. 그래도 모든 경쟁자들을 뿌리치고 계속 해당 트렌드의 리더 자리의 있는 그녀의 매력은 단번에 구별되는 무엇보다 따라하면 바로 모방이 되어버리는 고유한 보컬 음색과 창법이다. 그리고 포크 팝의 뼈대 위에 모든 유행 장르를 자연스럽게 결합시킬 수 있는 편곡자 바닐라맨의 감각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신보 『사랑.zip』(2023)의 사운드 역시 그간 그녀가 시도한 범위에서 그리 벗어나는 부분은 없으며, 이 머릿곡도 그 범위 안에서 충분히 예측 가능한 곡이다. 그러나 곡의 전편을 흐르는 그루비한 베이스 라인, 가벼운 터치의 신스 이펙트, 그리고 달콤한 저음을 들려주는 게스트 보컬 황민현과 안지영의 보컬의 조화는 ‘뻔하지만 또다시 구속되는’ 매력을 표출한다. 올해 젊은 연인들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분명히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곡임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