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정규 3집 『INVU』(2022)이후 1년 반 만에 선보이는 태연의 5번째 EP 『To X』의 타이틀곡. 흥미롭게도 이 앨범은 6곡의 수록곡들이 하나의 스토리처럼 이어지는 구성을 갖고 있다. 사랑에 빠지지만 상대와의 불평등한 관계 속에 희의를 느끼고, 오히려 역공을 가하며 관계의 재정립을 통해 원하는 사랑을 완성해간다는 이야기 구성을 각각 다른 분위기의 곡들로 채웠다. 그 가운데 도입부에 해당하는 이 트랙은 키(샤이니)의 곡인 「Hate That…」(2021)으로 SM과 인연을 맺은 미국인 싱어송라이터 Stephen Puth가 주도해 작곡을 했고, 작사는 켄지가 참여했다. 사실 편곡 면에서는 훵키한 일렉트릭 기타 연주 루프와 프로그래밍 비트의 단순한 구성을 취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태연의 보컬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태연이 소녀시대의 메인 보컬의 틀을 넘어 솔로 보컬리스트로서의 매력을 확보한 포인트라 할 수 있는 힘을 빼고 감정을 절제하는 창법이 이 곡에선 잘 살아있다. 게다가 이 곡에서는 이제 리듬 그루브를 타는 부분에서도 확실히 자연스러워졌음을 확인하게 되며, 클라이맥스에서의 보컬 샤우팅도 일부러 이펙트로 뒤로 배치하는 전략도 효과적이다. 오래 쌓여진 경험과 내공 위에서 음악이 담는 서사의 전달도 확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는 그녀의 성숙이 돋보이는 곡이다. ★★★☆

[열심히] 여러 장르에 위화감 없이 묻을 수 있는 보편성을 갖춘 가창 스타일과 가사-완급을 선명하게 조절하는 보컬의 특징을 잘 살린 곡입니다. 마이너 코드 중심으로 어반한 멜로디라인과 낭비없는 송폼을 보여주지만, 특정 장르나 스타일의 레퍼런스를 따라가기보다는 담백하게 보컬에 집중할 수 있는 선에서 정제된 편곡이 우선 눈에 띕니다. 혼잣말인듯, 대화인 듯 시점과 단어의 강도를 오가며 이어지는 단어의 선택 또한 곡이 보여주는 보컬 표현력 중심의 지향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연인관계의 극적인 순간들을 컨셉앨범의 형태로 보여주는 연작 속에서 머릿곡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혁신적인 새로움은 없어도 무난히 보컬리스트의 장기를 잘 살려낸 영리한 곡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