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93-2] 밀레나 「No Jam」

밀레나 (Milena) 『Foggy』
153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4.03
Volume EP
장르 알앤비
레이블 웨이비
유통사 워너뮤직코리아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노래의 마지막에 다다르면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는 화이트 노이즈 사운드가 느닷없이 나온다. 이어서 등장하는 「Foggy」는 마치 라디오에서 나오는 것처럼 ‘갇힌 사운드’로 등장한다. 상처와 공허의 감정선을 면밀하고 섬세하게 표현하던 곡은 그렇게 더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도리어 마지막에 이르러 거리두기를 시전하며 지금 이 상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청자에게 다시금 상기시킨다. 사랑에 대한 갈구와 소진이 뒤얽힌 상태.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불안이 아름답게 몸 바꾸며 노래하는 것에만 귀 기울여도 충분히 아름다울 때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아는 듯 하다. 여하튼 그렇게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 악기로 삼으며 노래하는 밀레나의 목소리는 ‘감상적’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되려 그렇게 거리두기를 시전했을 때, 곡의 감정은 더 할 나위 없이 멋진 여운을 끝에 장식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좋은 곡이 멋진 비틀기로 인해 더 나은 여운으로 승화했다.  ★★★☆

 

[정병욱] 미니멀리즘과 맥시멀리즘이 부드럽고 섬세하게 공존하는 트랙이다. 일단 노래는 보컬로 꽉 채워져 있다. 페이드인을 쓴 인트로가 네 마디를 채우기 전에 보컬이 등장한 후 간주와 후주의 순간에도 밀레나의 노래는 끊이지 않는다. 음정의 낙차가 크지 않은 리드미컬한 멜로디와 목소리가 분위기 있게 흘러가지만 반복이라는 인상 없이 갈수록 감흥은 깊어진다. 밴드에 필요한 모든 사운드를 활용한 악기 편성은 메인 보컬 및 코러스와 켜켜이 쌓은 절묘한 층을 이루며 가볍고 유려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는 노래의 주제와 무척 잘 어울리기도 한다. 데뷔 싱글 「Night Train」(2021) 이후 정규앨범 없이 EP만 세 번째인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우중충한 날씨(‘foggy’) 속 드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다만 그 결론이 완전한 포기는 아닌 걸로 보인다. 마음을 다해 달콤한 잼을 만들고도 막상 내 병엔 잼이 비어 있는 걸 깨닫지만, 역시나 페이드 아웃 되는 아웃트로와 함께, 이어지는 이야기와 메시지가 충분히 있을 법한 여운을 남긴다. 화자의 마음은 어디로 흘러갈까? 이후 트랙으로 갈수록 보다 차분하게 내면을 들여다보는 구성 속에서 또다른 알앤비 아티스트 유라(youra)의 한결 진중한 버전을 마주하게 된다. ★★★☆

 

[조일동] 포기, 노잼, 오로지... 한글과 영어 발음으로 조합한 장난스런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그냥 장난 만은 아닌 게, 실연을 암시하는 가사 속에 '노잼(No Jam)'은 허한 마음을 드러내는 장치로 쓰이기 때문이다. 이번 두 번째 EP는 첫 EP 『우리들 : Riddle』에서 내비쳤던 재즈 스타일을 한층 강화한 곡이 다수 눈에 띈다. 이 노래 역시 그렇다. 가사의 허무함과 상실감이 보사노바를 살짝 경유한 스타일을 통해 역으로 강조된다. 매력적인 목소리에 어울리는 멜로디를 만드는 능력 뿐 아니라 코러스를 통해 강조하고 빠지는 지점을 잘 아는 영리한 연출도 훌륭하다. ★★★★

 

[천경철] 밀가루 반죽으로 빵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빵이 밀가루 속에 미리 웅크리고 있었다고 단정해서는 곤란하다. 각각 떼어져 있는 반죽을 아무렇게나 선택한다고 해서 그것이 저절로 빵이 되지도 않는다. 창작자는 늘 몫을 한다. 시간과 경쟁하고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한다. 음악적 상상력이 터지는 순간은 거의 찰나적이고 즉흥적이라서 언제나 시간을 배신하고 창작자의 편이다. 따라서 "눈을 뜨지 않은 땅 속의 벌레 같이 (김수영 시 「봄밤」)" 영감(靈感)은 시절에 구애받지 않는다. 나올 만한 멜로디가 이미 다 나왔다는 주장이 나온 지 수십 년이지만 여전히 좋은 멜로디는 곳곳에 눈을 감고 잠들어 있는 것이다. 이 곡은 찰나의 황홀경에서 나온 것. 멜로디는 조립되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었다. 낙차는 얌전하고 보이싱도 얌전하고 얌전한 편곡이다. 하지만 흉내내기 쉬워 보인다고 해서 만들기까지 쉬운 것이 아니다. 밀가루를 반죽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지만 바로 그 '자유'가 상상력을 제한하는 까닭이다. 우리는 어디까지 쉬울 수 있으며 어디까지 어려울 수 있나. 정가운데는 없는가. 이렇듯 음악의 시간은 무한대로 절단된다. 내 생각에 이 곡은 음악적 상상력의 가장 기초적이고 쉬운 곳에서 발굴되었다. 적어도 쉬워 보인다. 창작자는 탐험가처럼 좋은 멜로디를 찾아 여러 군데를 밟았고 가장 쉬워보이는 지점에서 꼭 멈추었던 듯하다. 거기에서 예민한 상상력으로 눈먼 것에 숨을 불어 넣는다. 듣는 이는 황홀경을 맛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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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No Jam
    밀레나
    밀레나, 플랜8
    밀레나, 플랜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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