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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리뷰 #13] 나윤선 『Memory Lane』 : 전략적 예술의 효과적인 방정식

나윤선 『Memory L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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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이 앨범은 기존의 나윤선과 전혀 다르다. 기존의 나윤선이라고 한다면 가공할만한 미성으로 청자를 압도하는 것이었다. 「The Jody Grind」(2001)에서 유리를 깰 듯한 스캣, 프랑스인으로 구성된 그녀의 퀸텟과 함께 연주해내는 「Song For The People」(2002) 같은 집중력, 혹은 가위 눌린 듯 나른하면서도 신경을 곧추 세우게 하는 「Into Dust」(2003) 같은 노래들 말이다. 네 번째 앨범 『So Am I…』(2004)는 이러한 새로운 소리들의 집합체였다. 나윤선에게 매료되었다면 분명 재즈의 자유로운 표현력으로 직조해 낸 압도적인 새로움 때문일 것이다.

세계 재즈 씬에서 나윤선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는 것도 이런 압도하는 상상력 때문이다. 재즈라는 장르는 70년대 퓨전을 분기점으로 좀처럼 혁신적인 전위가 이뤄지지 않는 고착화된 클래식으로 자리 잡았고(물론 대중적인 파급력 차원에서) 특히나 보컬재즈의 경우에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소비하는 고정화법이 생성 된지 오래다. 여기에 나윤선의 가공할만한 청성(淸聲)은 손쉬운 관습화를 거부하는 젊은 재즈의 초상으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다섯 번째 앨범 「Memory Lane」은 음악에 대한 표현방식이 전혀 다르다. 전작들이 긴장과 집중을 요하는 물리적 에너지에 가득 차 있었다면 이번엔 여유롭고 편안한 실루엣으로 가득 차 있다. 한눈에 평가하자면 대중적인 선구안으로 영역을 넓혀보자는 전략적인 행동으로 읽힌다. 아무리 예술적 신기원을 이룩했다고 하더라도 재즈는 주변장르일 뿐이다. Norah Jones를 통해 당대성을 획득하려는 블루 노트의 고민과 상통하는 부분이 보인다. 나윤선은 이 앨범을 통해서 21세기적 재즈 시장의 복판으로 뛰어들 준비태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전략에는 두 가지 함수가 동시에 존재한다. 하나는 한국 뮤지션으로서 나윤선과 유럽에서 인지도를 가진 재즈 뮤지션 나윤선이다. 이 둘의 위상이 전혀 다르다. 우선 한국에서 나윤선이라는 보컬리스트의 포지션은 ‘해외에서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 어려운 음악을 하는 가수’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재즈 붐이 일어나고 있는 한국에서, 충실히 마케팅 되어 온 나윤선은 대중에게 좀 더 친절한 음악을 들려줘야 할 일종의 당위성이 존재했다. 음악성을 잃지 않으면서 대중성을 획득할 것. 이것이 한쪽 함수의 질문이다. 두 번째 함수에서 나윤선은 당대성을 획득하는 뮤지션으로서 보다 글로벌한 시각으로 존재한다. 전 세계에 유행처럼 번지는 팝 적인 재즈, 혁신보다 위로로서의 재즈 시장에 한 발을 내디디려는 시도이다. 그러므로 한국어 가사로 불려진 CD1과 영어로 불려진 CD2는 같은 앨범이지만 전혀 다른 기획물이다.

이 앨범이 가진 가장 큰 가치라고 한다면 이 다른 위상들을 한 가지 방법으로 통일시켰다는 것이다. 고급스러운 대중을 끌어안기 위해서, 글로벌한 팝 재즈 시장에 새로운 경쟁력을 위해서 나윤선은 덴마크의 유명 세션들과 90년대 한국 대중음악 작곡가들의 조합을 시도한다. 이 조합은 한국에서는 ‘익숙한 고급 음악’으로 인식되는 효과를, 외국에서는 ‘검증된 새로움’으로 들려지게 만든다. 그야말로 일석이조, 일타쌍피(^^)의 효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앨범에서 가장 성공적인 곡은 「천사」, 「신데렐라처럼」, 「이별을 말하다」 세 곡이다. 각각 조동익, 김정렬, 하림의 곡인데 북구의 세션들은 이 조근거리는 멜로디와 리듬을 풍성하게 껴안으면서도 결코 과장하는 법이 없어, 진짜 명품 팝음악을 만들어 낸다. 이런 식의 경쾌한 작곡과 연주에 있어 이와 같은 풍성함이라면 누구에게라도 행복한 선물일 것이다. 거론된 세 명의 명 작곡가를 잘 알고 있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국제적인 명성을 얻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다음으로 주목할 곡은 「꿈」과 「사의 찬미」, 「세노야」다. 이 세 곡은 나윤선의 보컬을 비교적 도드라지게 만들어준다. 전작들의 압도적인 분위기가 그리운 나 같은 사람에겐 반가운 트랙이 아닐 수 없다. 세션들은 여기서도 믿음직스럽다. 「꿈」의 경우, 북구의 연주자들이 아니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비워내는 연주, 여백으로 가득한 연주를 펼쳐준다. 「세노야」에서 베이스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앨범은 전반적으로 Neils Lan Doky의 피아노가 리드하는 형국인데 연주의 방점은 단연 Mads Vinding의 베이스에 위치한다. 첫 곡 「그리고 별이 되다」의 초반부에 보컬과 유니즌 될 때부터 각인되었다가 마지막 곡인 「세노야」의 솔로로 마감될 때까지 시종일관 그 깊은 맛에 매료되고야 마는데, Duke Jordan의 저 유명한 『Flight To Denmark』(1973)의 따뜻한 눈밭 같은 소리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거칠게 말해서 나윤선의 다섯 번째 앨범은 90년대 한국 팝의 명인들과 ECM의 정서가 결합된 결과물이다. 이 조합이 대중적 재즈를 위한 전략이든 글로벌한 팝 재즈의 새로운 출사표이든 간에 신선하고 재미있는 시도임에는 분명하다. 음악 외적인 욕심을 부려본다면 나윤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한국의 명 작곡가들이 해외 뮤지션들에게 불려다니는 상상도 해 본다. 그 또한 이 앨범의 전략 중 하나일 것이다. 여러 가지 관점에서 바라 볼 수 있는 앨범이지만 정작 주인공인 나윤선의 입장에 선다면 아쉬움이 크다. 나윤선 음악에서 기대하게 되는 다이나믹한 에너지는 가공해 넣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전작들의 압도하는 재즈가 나윤선 퀸텟의 것이었고 이 앨범은 나윤선 개인의 솔로 프로젝트로 봐야 한다. 아티스트의 음악관보다는 기획이 우선시 되어 만들어지다 보니 구성의 들고 남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뭐가 더 좋은지, 어떤 것이 한국 재즈의 디바 나윤선에게 옳은 것인지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다만, 다음에도 솔로 프로젝트를 낼 계획이라면 그녀 자신의 셀프 프로듀싱으로, 혹은 그녀의 가치관을 꿰뚫는 한 명의 프로듀서를 선임해 작업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Credit

[Musicians]
Niels Lan Doky : Acoustic piano, keyboards & synth solo on Cloud 9
Mads Vinding : Bass
Alex Riel : Drums
Mikkel Nordso : Electric & Acoustic guitars
Xavier Desandre-Navarre : Percussion
박윤준 : Additional keyboards
고찬용 : Background vocals
Special Guest on (Anak, Heart of Glass, Senoya Senoya) Didier Lockwood : Violin
Piano technician : Marc-Tell Klein

[Staff]
Produced by : Niels Lan Doky, 김정열
Executive Producer : 인재진@Hub Music, Inc.
Recorded in Copenhagen, Denmark in November/December 2006 at Focus Recording, engineered by Hans Nielsen.
Additional recording in Macherin, France in December 2006 at Studio Ames, engineered by Jean-Philippe Lajus.
Vocals recorded in Seoul, South Korea in December 2006/January 2007 at W&W Studio, engineered by 윤정오,
assisted by 조민정 and 지성남.
Mixed in Copenhagen, Denmark in January 2007 at Focus Recording, engineered by Hans Nielsen.
Mastered in Paris, France in February 2007 at Studio SDF, engineered by Emil Spanyi and Niels Lan Doky.
Art Work & Design : Kim Youn Soo (april design)
Calligrapher : Kim Young in
Photo : Nah Sung Yull(Mio Studio)
Transportation (Copenhagen) : Flemming Anderson
Transportation (Paris) : kim Ung
Catering (Copenhagen) : Estin Madbutik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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