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레몬시티는 ‘작곡가-프로듀서 뮤지션+객원보컬’이라는 형태로 구성된 조금은 특이한 팝 밴드라고 할 수 있다. 작년에 발표한 데뷔 싱글 「Love You More (Feat. Oliver Rio)」(2022)에는 남성보컬이 참여했지만, 이후 1년 4개월 동안 발표된 곡들은 모두 여성 객원보컬들을 초빙했다. 거의 1-2개월에 1곡씩은 꾸준히 디지털 싱글을 공개하다가 드디어 이 곡 「Love Is」을 타이틀로 하여 그간 공개한 11곡을 모두 담은 정규 1집을 공개했다. 앨범에 참여한 여러 객원 보컬들 중 Colin이 참여한 이 곡은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듣는다면 그냥 미국 인디 팝 밴드의 곡이라고 착각될 만큼 깔끔한 기타 팝의 전형을 보여준다. 살랑하게 긁어주는 일렉트릭 기타 스트로크는 곡의 부드러운 텐션을 지속시켜주는 중요한 축이 되어주며, 조금은 낮고 차분한 보컬톤이 주는 안정감은 자연스럽게 쌓인 리듬 그루브에 더욱 다가서기 편하게 만든다. 음악 그 자체로는 특별하다고 하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흠잡을 곳 없이 깔끔한, 대중성과 음악적 완결성을 갖춘 인디 팝이란 게 어떤 것인지를 증명하는 싱글이다. ★★★

[이아림] 맑고 선명한 채도의 레몬이 주는 상큼한 이미지, 시티팝을 위시한 80-90년대 애니메이션 풍 일러스트, 포근한 파스텔 컬러까지 레몬시티를 이루는 요소들은 음악과 합치한다. 레몬시티의 정규 1집 『Love is』는 동명의 신곡과 데뷔 이래 발매한 모든 싱글을 엮어낸 음반으로, 프로듀서 팀의 특성상 이들의 음악은 외부 보컬리스트와의 협업으로 곡마다 다른 목소리가 혼재하지만 12개의 트랙은 이질감 없이 하나의 음반으로 어우러진다. 혼성이라는 점 외에는 극도로 정보를 제한한 신비로움이나 지희의 일러스트와 Colin의 보컬 등 동일인의 반복적인 참여가 눈에 띄기도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점은 능숙한 조율이다. 새로운 창작자와 협업하더라도 일련의 시리즈물 같은 유사한 톤을 보여주는 음악은 DJ 겸 PD로 활동하던 차욱의 노련함이 돋보이고, 키치한 멜로디로 팀의 색깔을 확립하는 김아정의 작곡은 신예의 풋풋함으로 싱그럽다. 유려한 굴림이 없는 발음과 공기를 머금은 창법으로 산뜻하고 가벼운 「Love is」를 비롯해 사랑스러움이 느껴지는 음반이며, 일관된 낭만적 무드를 보여주는 영리함이 레몬시티의 다음 장을 기대하게 만든다. ★★★☆

[정병욱] 장르로서 ‘팝’의 핵심과 가치는 구조나 형식보다 직관과 감성에 있다. 말하자면, 명확한 벌스와 훅의 구분, 기승전결의 구조, 4분 내외의 라디오 편집 최적화 러닝타임 등의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당대에 익숙하고 보편적인 감성을 쉽게 자아낼 수 있는 형태로 팝은 계속 진화한다. ‘주류 인디’라는 표현 이상으로 모순 형용인, 오늘의 ‘주류 인디팝’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이 노래를 보자. 2분 30초여 짧은 러닝타임 속, 벌스와 프리-코러스, 코러스의 역할 구분에 의미를 두지 않고, 경쾌하게 선율을 전진해가며, 쉽게 귀로 흘려들을 영어 가사로 그리 심각하지 않은 사랑과 연애 주제의 가사를 전달한다. 분명 기시감이 들지만 지루함이 스며들지 않는 선율과 한껏 멋을 부리지만 낯간지럽지 않은 보컬의 표현 감각이 엇비슷한 포지션의 동료, 경쟁자들을 앞서 있다. 대부분 싱글, EP 단위로 발매되는 곡을 정규 작업물로 소화한 자신감의 근거일 것이다. ★★★

[조일동] 가볍지만 쉬이 흩어 사라지지 않는 멜로디가 노래의 중심을 잡고 있다. 어느 분위기에 틀어놔도 튀지 않지만, 동시에 어떻게 들어도 청자를 청량하게 만들어주는 음악이다. 시대를 뒤집겠다는 욕심 대신 일상의 작은 행복을 차분히 풀어내는 소박하지만 예쁜 연주와 노래가 듣는 내내 기분 좋다. 가벼운 영어 가사와 비음의 보컬 라인 사이에서 박자감을 자박자박 집어넣으며 늘어지지 않게 견인하는 리듬 프로그래밍도 신선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