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듣는 내내 몇몇 고전 일렉트로니카 곡들이 스쳐지나가는데, 그러한 스타일에 매몰되지 않고 나름의 접근을 시도하는 곡이다. 얼핏 단순하게 들릴 수도 있는 브레이크 비트나 샘플링을 집어넣는 타이밍은 도리어 이 곡이 가지고 있는 ‘트랜스’의 성격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견실함을 끝까지 가져간다. 생각보다 굴곡이 많은 곡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탄탄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곡이 모자람 없는 사운드 공간에 중첩되며 감흥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전제를 차근차근 다져놓았기 때문에 설득력을 한껏 얻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신중했고, 신중한 만큼 성과를 거둔 곡이다. ★★★☆

[조일동] 몰아치는 리듬이 주는 쾌감이 만만치 않다. 2분 가량을 타격감 가득한 리듬으로만 끌고 가는 구성은 자신감의 발로일텐데, 그 자신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6분이 넘는 이 흥겨운 리듬 잔치는 멜로디 샘플링 따위에 곁눈질 하지 않고 우직하게 리듬 하나로 청자를 흥분 시킨다. 멜로디 프로듀싱 능력을 드러내며 다른 시장과 링크 되고픈 바람(?!)을 은근히 내비치는 근자의 몇몇 일렉트로닉 곡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뚝심이 느껴진다. 그래서 프로듀서 활동명이 노링크였을까? ★★★☆

[정병욱] 음악 듣기의 매력을 극단적으로 축약하고 간소화하면 결국 멜로디와 비트, 둘만 남으리라. 노링크의 작업에서는 후자에 대한 진심, 그것도 반복적이고 타이트한 비트에 대한 애정이 읽힌다. 공식 데뷔 싱글 「DANCE STANCE」(2021) 이후 멜로디가 매력적인 하우스 계열의 팝이나, 칠(chill)한 분위기의 다운 템포 작업은 거들떠 보지 않은 채, 꾸준히 테크노와 브레이크비트 계열 작업에 치중하고 있다. 올해 새 작업을 포함해 이 곡의 경우 템포는 확연히 빨라졌고, 몰아치는 비트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몰아의 쾌감은 짙어졌다. 반복되는 정체불명의 사람의 외침 외에 비트에 특별히 도전적인 이펙트나 소스를 활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흔한 기계적 질감보다 훨씬 둔탁한 물성이 느껴지는 소리들이 정겹다. 세분화한 비트의 드나듦을 통해 조율한 밀도는 극적인 멜로디 변화 없이 곡의 몰입도 높은 서사를 생성하기도 한다. 하드 테크노와 레이브 문화가 여전히 주류 신을 형성하는 독일의 클럽만큼은 아니라도 여전히 좋은 DJ, 프로듀서들이 등장하는 우리 신의 현재를 들려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