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90-4] 비공정 「Unreal」

비공정 (BØJEONG) 『Neom 0541』
232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4.02
Volume EP
장르
유통사 마운드미디어
공식사이트 [Click]

[유성은] 먼발치서 보면 데뷔 때부터 꾸준하게 구축해온 거대한 세계관 하에 폐허에서 만난 생존자들의 갈망에 대한 이야기이고, 뜯어서 보면 현 시대상에 절망한 화자가 이 암울한 현실로부터의 피난을 소원한다는 이야기다. 소리의 결에서 실리카겔이나 키타니 타츠야(キタニタツヤ) 등이 우선 떠오른다. 오프닝부터 자글거리는 싸이키델릭한 기타 프레이즈가 쨍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흐름에 따라 AOR과 애시드를 넘나들며 톤과 속도를 조절하면서 다양한 사운드를 액자식으로 구성해낸다. 관능적인 보컬의 가성과 공간을 가득 채우는 밴드의 광활한 사운드가 각자에게 다시 영향을 끼치며 곡의 지경을 인식 범주 밖까지 더욱더 확장시킨다. 탄탄한 연주와 사운드, 기억에 분명하게 남는 멜로디가 있는 밴드로 주목할만한 신인이다. ★★★☆

 

[이아림] 밴드 ‘비공정’은 낯설고도 익숙하다. 박상규(프로듀서), 강흠(보컬), 류경선(기타), 정환규(베이스), 서민광(드럼)으로 이뤄진 비공정은 사운드 엔지니어를 멤버로 둔 신생 밴드다. 그만큼 존재는 낯선데, 구성원을 살펴보면 이들의 조합 자체는 익숙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 이유는 『Neom 0541』의 소개대로, 비공정은 (싱글 「새벽잠」(2021)에 국한된 조합이지만) 밴드 ‘FAVST (파우스트)’가 전신인 팀이기 때문이다. 팀명 ‘BØJEONG’이란 표기법까지 특이사항이 많은 이 밴드의 가장 독특한 점은 이전의 활동과 대비하여 뚜렷한 변화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크게는 모던록으로 분류할 수 있을 음악에 실험적인 면모를 한껏 더한 음악이다. 비공정이란 이름이 애니메이션 속 비행선의 이미지나 숫자 0, 공집합에 이르기까지 공허하고 텅 빈 인상을 주는 것처럼, 이들의 음악은 이전보다 비정형의 사운드로 변모했다. 이펙터의 적극적인 사용 외에도 명료한 발성 대신 흐릿하나 한결 가벼워진 보컬로 울적한 정서를 그리고, 변칙적인 곡의 전개로 불투명한 안개 너머 부유하는 듯한 감상을 남긴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Unreal」은 비현실을 노래함으로써 앞선 감상을 더욱 강화하는데, 이들은 환상에 대한 보편적 관념을 한 번 비틀어 절망과 비극을 표현한다. 어렴풋하게 들려오는 드럼의 파열음 위로 상실로 인해 찾아드는 감정들은 날카로운 기타와 함께 강렬하다. 속칭 ‘실리카겔 붐’의 영향이 느껴지는 음악에서 보컬 특유의 리드미컬함은 다소 이질적이긴 하나, 이로 인해 곡에 서정성이 짙어진다는 것은 이들만의 장점일 것이다. 온도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불꽃처럼 갑작스러운 뮤트와 격렬한 플레이를 오가는 연주는 뜨겁고, 홀로 남겨진 상태를 다룬 가사는 ‘Ø’가 ‘섬’이란 단어로도 쓰인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하며 서늘하다. ★★★★

 

[조원용] 비행선의 다른 말인 비공정(飛空艇, airship)은 이들의 음악을 항해에 빗대고 싶게 만든다. 앞선 두 개의 싱글  「Hatch」(2023)와 「밤새 틀어둔 마주할 나의 슬픔에」(2023)를 통해 밴드의 출항과 도시의 쓸쓸한 정경을 담아낸 이들의 이번 정류장은 ‘Neom’(앨범 제목이 『Neom 0541』)이라는 가상의 도시다. 이 비현실의 도시를 시작부터 강력한 이펙트의 연주로 그려낸다. 플렌져가 입혀진 듯한 목소리는 호소력있게 붕괴되어가는, 혹은 붕괴된 눈앞의 공간과 시간을 진술한다. 들끓는 에너지를 잃지 않고 끌고 가는 밴드 사운드의 구성은 보컬과 어우러지면서 곡의 콘셉트에 일관성과 방향성을 명확하게 부여한다. 비공정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는 밴드 파우스트로부터 출발한 곡의 서사를 구축하는 힘은 여전히 유효하고 그보다 더 나아갔다. 일렉트로닉한 사운드스케이프 역시 비공정의 음악이 지닌 확장성을 점진적으로 보여주는 요소다. 이들의 비공정이 더 빠른 속도로, 더 크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

 

[조일동]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가 날이 서 있다. 소리를 그러모아 매끈하게 뭉치는 믹싱 개념에서 밴드는 멀어지고 있다. 믹싱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밴드는 비현실적일만큼 절망스런 현재를 살아내기 위한 처절함을 구현하는 방법을 악기와 악기가 날카롭게 충돌하는 소리에서 찾아낸다. 이 충돌이 만드는 감각은 슬픔과 패배감보다 오히려 쾌(快)의 정서에 가깝다. 몇 년 사이 산발적으로 감지되던 전자음과 전기음이 어우러지는 시도가 이제 하나의 흐름이 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트랙. ★★★★

 

[차유정] 약간 음습해 보이는 앨범 재킷과는 다르게 이상한 성숙함과 맞물려 있는 보컬이 조금은 신기하게 들린다. 세련미보다는 투박함 안에서 정적인 에너지를 극대화시키는 역량이 무난하게 작용하고 있는 듯한 곡인데, 서사시처럼 들리기도 하면서 성숙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 같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Unreal
    강흠
    강흠
    비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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