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컨셉의 ‘구현’에 대한 집요한 집중력, 비주얼-사운드를 유기적인 재료로 하여 가이드하는 독특한 방향성은 퍼포머-프로듀서로서 그의 비범함을 여전히 대변합니다. 간결한 단어의 대치로 아이러니를 극대화하는 스토리텔링, 키치하면서도 선이 굵은 사운드로 동화적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게 하는 접근도 훌륭합니다. 전반적으로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의 컨셉을 견지하는 앨범에서, 가장 직설적으로 ‘사랑’을 다루며 밝은 사운드들을 대치하고 있어 더욱 동화스럽게 들리는 곡이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한국보다는 영미권 서브컬쳐 팬덤에 더욱 진하게 소구할 앨범-곡-콘텐츠인데, 워너를 통해 유통되는 덕을 볼 수 있을라나 싶네요. ★★★★

[이아림] 동화는 순수함과 교훈의 대명사로,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표현으로 쓰이지만 그 원전은 잔혹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올팍의 음악은 진정 ‘동화 같다’ 표현할 수 있는데, 맑고 영롱한 사운드에 더해진 독특한 스토리라인은 앞서 언급된 두 요소를 동시에 충족시킨다. 인트로의 내레이션으로 서막을 올린 동화는 발랄한 멜로디와 웅장한 비트의 곡은 환상의 면을, 기이함을 노래하는 가사와 파괴적인 퍼포먼스는 다소 괴랄함을 보여준다. 특히, 사스콰치와의 만남을 목표로 구축한 독자적 세계관과 픽사의 애니메이션 OST처럼 들리는 재기발랄함이 흥미로운데, ‘사스콰치’는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괴수에 가깝지만 지향하는 바를 이루고자 순수함을 되찾아야 한다는 점에 있어 사스콰치는 그의 이상향이자 순수의 결정체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Magic!」은 클라이막스에 이르러 사랑을 찬미하는 가사와 함께 쟁글 팝 스타일의 기타 연주로 환희가 느껴지는 곡이다. 동시에 사랑 외에는 무감한 저돌적인 모습은 곡을 환기하는 날카로운 기타 디스토션과 음울하게 읊조리는 랩으로 위태로운 불안을 더해 오묘함을 남긴다. 사랑을 소프트웨어처럼 다루고 화자를 시스템으로 지칭하는 이질감과 지향점에 도달한 이의 찬란함이 공존해 입체적인 곡이다. ★★★★

[정병욱] 장르를 초월해 주류와 비주류 취향까지 두루 넘나드는 비주얼 레퍼런스, 개성과 기시감 모두 넘치는 갖가지 양면적 콘셉트로 충만한 면모가, 지올팍의 음악에 대해 분명 적잖은 오해를 낳는다. 하지만 그는 보이는 것보다 훨씬 음악에, 음악의 메시지에 공을 들이는 이다. 본 EP 안에서도 사랑의 경험을 마법(magic)에 비유한 이 곡이 특히 그렇다. 무책임하게 튀어 나가는 비유를 택하기보다 평범하지만 진솔하게 와닿는 주제를 택했다. 뮤지컬, 영화와 같은 서술적인 연출 트릭이나 장르 음악의 분위기와 미학을 단일하게 빌려오지도 않았다. 노래 자체의 서사와 뉴잭스윙의 영향을 직접 이어받은 1990년대 댄스팝 및 팝록의 복고적인 아우라, 현대적인 신스 사운드 이펙트를 마치 하나의 팝 곡처럼 종합적으로 녹여냈다. 기타 솔로나 보컬 코러스의 영리하고 부분적인 활용 또한 좋은 선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