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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하 : #2. 음악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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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어떻게 보면, 저는 음악에서도 반복이 많고, 제 삶의 패턴에서도 반복이 많고.
그런 반복과 집중이 합쳐지면 저한테는 '사랑'인 거예요.”

 

: 『Philos』는 『Communion』과 다르게 전부 국악기로 연주됐어요. 그런데 연주에는 국악적인 표현이 오히려 줄어들었거든요? 일부러 의도하신 부분이 있을까요?

: 의도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숨 때는 제가 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되었다 보니까, ‘국악을 좀 챙겨야지,’라는 마음이 남아있었어요. 하지만 그 뒤에 해외 활동도 하고,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가서 해외 뮤지션들과 작업도 하면서, 내가 편한 대로 해도 되고 내 음악이 더 자유로워도 된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이 솔로 파트는 산조 같이 해야지.’ 이런 의식적인 노력이 있었다면, 지금은 아예 그런 게 없어졌어요. 그렇다고 해서 전통음악이 싫다거나 그런 건 전혀 아니거든요. 나중에 제가 나이가 들어서 깊이를 표현할 수 있을 때 전통음악을 하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그저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음악, 주로 듣는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을 만들고 싶으니까 자연스럽게 변한 것 같아요.

: 그러면 혹시 아직 내 음악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이미 내 스타일을 어느 정도 찾았다고 느끼시나요?

: 어느 정도 찾은 것 같아요. 제 음악을 만들면서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예전에는 ‘만들어서 별로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어떻게 들어줄까?’ 하는 불안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냥 제가 좋으면 좋을 것 같거든요. (웃음) 제가 좋아하는 전시 음악 할 때도, 약간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 질문을 드린 이유가 저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거든요. 『Philos』를 들으면서 ‘박지하’라는 브랜드의 색이 더 분명해졌다고 느꼈어요. 저는 구체적으로 『Philos』가 『Communion』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음악이라고 보거든요? 당연히 『Communion』도 너무 좋았지만, 이 음반은 여러 악기로 ‘아, 이걸 꼭 보여줘야겠다.’는 합을 맞춘 공동의 의식이 강하게 느껴진다면, 『Philos』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편하게 풀어놓는 인상이 들어요.

: 물론 『Communion』 때도 제가 음악의 큰 틀을 만들고 콘셉트를 제시하기는 했지만, 알게 모르게 눈치를 보고. (웃음) 어떤 부분은 제 마음이나 의견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거든요. 이건(『Philos』) 정말 그런 거 없이 제 하고 싶은 대로 다한 거죠.

: 국악방송에 나오셔서 자신의 음악을 ‘포스트 미니멀리즘’으로 정의하시는 걸 들었어요. 지하씨 음악에 정말 잘 어울리는 표현이라고도 생각했지만, 반대로 ‘아, 그게 정말 지하씨가 하고 싶었던 음악이구나.’라는 생각도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첫 곡 「Arrival」은 굉장히 화려해요. 앨범에 있는 전체 악기들이 모두 등장하기도 하고, 연주에도 힘이 많이 들어가 있고요. 보통 앨범의 일반적인 스토리 흐름을 생각할 때, 인트로는 주의를 끄는 역할 외에는 조심스럽게 진행을 하고 점차 쌓아가다가 중간 타이틀에서 터지거나, 앞부분에서 힘을 주더라도 중후반부 적당히 힘 있는 파트를 끼워 넣는 스타일을 많이 봤는데, 『Philos』는 아니더라고요. 처음에 할 수 있는 걸 다하고, 오히려 뒤로 갈수록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 제가 그런 흐름을 좋아해요. 공연 프로그램을 짤 때도 마지막 곡은 가장 편안하게 끝을 맺는 게 좋더라고요. 아름답고 평온하고 감동적인 마무리. 이건 숨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Philos』도 마지막 두 트랙이 참 차분하고, 슬픈데 아름답기도 하고, 몽환적이기도 하고.

: 그러면 그 마지막 두 트랙 이야기를 할까요? 「When I Think of Her」, 「In Water」 두 곡. ‘her’가 어머니라는 사실은 알려져 있는데, 노래의 사연도 따로 있을까요?

: 있죠. 있는데. (웃음) 별 재미는 없을 거예요. 저희 엄마는, 제가 생각하기에 남들보다 조금 더 지적이고 제 이야기도 잘 들어주는 분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연주나 음악을 하는 것도 항상 많이 응원해 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작년에 엄마와 유럽에 갈 기회가 있었어요. 같이 가기는 했지만 저는 중간에 따로 소화해야 하는 일정이 있었고, 엄마는 엄마의 시간을 보내시다가 저와 중간에 다시 만나고 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게 어긋나서 잘 안 된 거예요. 외딴 유럽 한복판에서. 저는 항상 챙김을 받는 존재였는데, 반대로 제가 엄마를 챙겨야 하는 상황이 온 거죠. 이 음악을 만들고 연주할 때, 그 순간이 계속 떠오르더라고요. 엄마와 엇갈렸을 때의 순간들. 엄마를 차분하게 잘 챙겨주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저의 모습. 그런 게 생각이 많이 나서 그렇게 짓게 되었어요.

: 확실히 선율도 그렇고, 사운드도 그렇고, 따뜻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이 곡을 더블 타이틀로 선정하신 건가요? 곡에 담은 특별히 애틋한 마음 때문에?

: 곡 자체로도 「Philos」와 「When I Think of Her」 두 곡의 구성이 좋은 것 같아서 그렇게 했어요.

: 앨범 타이틀인 「Philos」는 이전 앨범 『Communion』의 수록곡 「사랑」과 주제적으로 연계성이 있다고 봐도 될까요? 서로 다른 의미의 사랑이긴 하지만, 의도하셨는지 궁금해서요.

: 사실 제가 그렇게 의도하고 그렇게 만든 건 아니에요. 그런데 국악방송에서도 뵈었던 원일 감독님도, 방송이 끝나고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난 네 음악을 들으면, 두 곡 전부 사랑이 충만한 게 느껴진다.”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그때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몰랐어요. 그냥 흔히 말하는 '사랑'인가? 그랬었는데. 며칠 전에 생각해보니까 어떻게 보면, 저는 음악에서도 반복이 많고, 제 삶의 패턴에서도 반복이 많고. 그런 반복과 집중이 합쳐지면 저한테는 '사랑'인 거예요. 그게 이성 간의 사랑일 수도 있고, 작업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고, 삶에서의 큰 사랑일 수도 있고.

: 뭔가 불처럼 타올랐다가 사그라드는게 아니고.

: 네. 반복과 집중이 쌓이면 그게 사랑인거죠. 그래서 ‘아, 이런 것을 말씀하신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원일 선생님이 추상적이고 단편적으로 말씀을 주셨는데, 스스로 구체적으로 깨달으신 게 있는 거네요.

: 네. (웃음) 뭔가 깨달았어요.

: 네, 그런데 맞는 것 같아요. 저도 이 음악을 사랑의 충만까지는 아니어도, 굉장히 감정적인 음악으로 느꼈거든요. 전형적인 기승전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반복을 통해서 감정이 쌓이고 주제가 구체화됨을 느꼈던 것 같아요.

: 네.

: 그러면 또 다른 곡인 「Easy」를 얘기해볼게요. 이 곡은 앨범에서 유일하게 가사가 있는 곡이잖아요. 가사가 쓰이게 된 사연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 저는 사실 처음에는 소리로서의 접근이었어요. 이런 시멘트로 된 울리는 공간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공연을 했었는데, 친구들이 각자 사운드 장비 세팅하는 동안 저는 딱히 할게 없으니까 손가락 가는대로 생황을 불고 핸드폰으로 녹음을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녹음한 걸 들어보니까 그 공간의 공간감, 그리고 생황 소리, 친구들이 영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제 귀에 들어왔어요. 공간의 울림이 있고, 다른 소리가 겹쳐지니까 그 소리의 합 자체가 예쁘더라고요. 제가 불었던 선율도 잘 어울리고. 이런 공간감을 음악에 넣고 싶어서, 양금으로 앰비언스를 만들었어요. 선율 뒤에 깔리는 소리가 특수 효과 같은 게 아니고 다 양금 소리예요.

: 몇 트랙의 소리가 쌓인 건가요?

: 그냥 양금 앰비언스 한 트랙이랑, 생황 선율 한 트랙. 그렇게 2개요. 그렇게 작업을 해서 내레이션을 맡은 친구(Dima El Sayed, 디마 엘 사예드)에게 보냈어요. 이 친구는 저와 이야기가 잘 통하는 친구였고, 마침 직장을 그만두고 시 쓰는 작업을 하고 있었거든요. 원래 노래하는 친구였고요. 그런데 답장을 보내온 시가 주제도, 분량도 제 예상 밖이었던 거죠. (웃음)

: El Sayed씨는 공연에서 만나신 분인가요?

: 제가 2013년도에, '원 비트'라는 미국에서 한 달 동안 진행하는 음악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하러 갔어요. 전 세계에서 단 23명만 뽑아서 가는 거였는데. 엄청나게 중요한... (웃음)

: (웃음) 경쟁률 혹시 아세요?

: 그때 1500명 정도 지원을 했고. (웃음)

: 네, 1500대 23.

: 네. (웃음) 그 프로그램이 2주 동안 음악을 만들고, 나머지 2주는 투어를 다니며 공연하는 프로그램이었거든요. 거기서 만난 친구예요. 그때도 그 친구는 레바논 사람이지만, 인도에서 인도 정통 노래를 배웠던 친구예요. 그러다 보니 다른 미국이나 서양 친구들보다 정이 들었던 것 같아요. 좀더 친하게 지낼 수 있었고요. 음악을 할 때에도, 인도 정통 음악에는 특유의 스피리추얼함이 있잖아요? 그런 게 잘 맞아서 함께 작업을 했었고, 그 뒤 2015년도에 《화엄음악제》를 지리산에서 할 때, 당시 예술감독이셨던 원일 감독님께서 해외에서 작업하는 사람을 불러서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요. 화엄음악제의 전체적인 컨셉과 그 친구의 노래가 잘 맞을 것 같아서 그 친구를 불러서 같이 공연을 했어요. 그런 인연이 있는 친구예요.

: 가사를 이렇게 무거운 내용을 보내주셨을 때 느낌이 어떠셨어요?

: (웃음) 저는 이렇게 심각한 걸 의도하지 않았는데, (웃음) '내 음악이 이렇게 무겁나?', '이렇게 진지하고 심각한가?' 하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친구가 3페이지를 써서 보내줬는데, 일부만 잘라서 쓰면 예의가 아니잖아요. 해줬으니까 다 쓰긴 해야하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흐름이 계속 심각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배치를 달리 하고, 편집을 다시 해서 사용했어요.

: 그러면 받은 게 거의 다 살아있는 거겠네요.

: 전부 살렸어요.

: 저는 듣는 입장에서 음악과 내레이션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음악을 직접 하시는 분 입장에서는, 가사가 이 노래밖에 없으니까 '이 가사의 무거운 주제가 앨범의 메시지를 좌우한다는 인상을 주게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을 것 같아요.

: 네, 했죠. (웃음) 똑같은 걱정을 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사실 나서서 사회적 문제를 얘기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김오키님의 작업도 김수영 시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앨법작업을 했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못하겠거든요.

: 메시지가 분명하고, 사회적인 이슈를 떠오르게 하는.

: 네. 물론 저도 고생을 하긴 했지만, 그러기에는 전 너무 평범하게 살아왔거든요. 당연히 이런 주제가 왔을 때, 김수영 시인의 「사랑」이나 친구가 써준 시가 왔을 때, '어떻게 이 의미를 전달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죠. 대충 아는 채로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자꾸 읽어보고, ‘그래, 이런 이슈도 있고, 사회에 이런 문제도 있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긴 해요. 그래도 그런 문제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제 음악을 통해 얘기하고 싶거나 한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제가 의도한 것임 아님에도 불구하고 1집에서도 2집에서도 그러한 이야기들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을 보면, 저도 어떤 부분은 그런 문제들을 약간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역으로 들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것들을 굉장히 내세우고 싶지는 않아요. 이것으로써 ‘아 이런 사건들이 있고, 이런 이야기들이 있는데, 내가 한번 듣고 지나갈 수 있으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으면’ 그걸로 좋은 것 같아요.

: 그럼 혹시 이 곡 「Easy」의 메시지는 이 곡 안에 한정된다고 했을 때, 이 앨범을 통째로 관통한다고 할 수 있는 주제나 이미지가 있을까요?

: 사랑이요. (웃음)

: 혹시 더 구체적으로 풀어서 얘기한다면요?

: 아까 말씀드렸듯이 반복과 집중에 의한 사랑이요.

: 그렇군요. (웃음) 그럴 때 있잖아요. 구체적으로 설명하려하면 할수록 내가 생각하는 것에서 멀어지고. (웃음) 오히려 지금처럼 말씀하심으로써 생각할 수 있는 여지도 많고, 그런 게 훨씬 좋으신 거죠?

: 네. 사실 저는 당연히 각 곡마다의 이미지들을 가지고 연주하죠. 그런데 그게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연주자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야 되는 것이지만, 듣는 사람은 각자 나름의 해석이 있을 수 있는거죠.

: 「When I Think Of Her」 같은 경우 곡 후반에 가사 없이 구음이 들어가잖아요. 굳이 가사를 넣지 않고, 그렇게 작업한 것도 비슷한 생각에서 의도하신 건가요? 아니면 그것만의 다른 의미가 있는 건가요?

: (웃음) 일단 가사는 아직 쓸 능력이 안 되고요.

: 가사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으신 건가요?

: 지금은 욕심은 잘 모르겠는데, 그 노래에서는 소리로 말하는 게 저는 더 어울린다고 생각을 했어요.

: 가사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더 묻자면, 「사랑」 같은 곡에서 노래하셨을 때나, 가사 없는 노래에서 구음을 하실 때나 발성이 피리의 취주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렇게 의도를 하신 건가요?

: 아니오. 그런 건 아닌데요. 다른 분들도 그런 얘기를 하세요. 왜냐하면 보통 노래는, 예를 들어 멜로디가 ‘도-솔-미-미’라면 딱 그 음에 맞춰서 노래해야 하잖아요. 그게 맞다고 배우잖아요. 그런데 피리나 이런 악기들은 음을 밀어서 표현하잖아요. 그런 익숙함에서 오는 표현이 노래에 드러난 것 같아요.
 


양금 (이미지 출처 : 국립국악원)
 

: 「Walker: In Seoul」은 곡을 어떻게 구성하게 되셨나요?

: 그 곡은 양금 연주곡이잖아요. 저 혼자 양금을 가지고 놀면서, '어떤 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하고 있었는데요. 그때 가야금 하는 친구와 같이 있었는데, 친구를 보다 보니 '이걸 뜯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뜯어보니 기타 같은 느낌이 나면서도, 기존의 양금 소리와 다른 화음을 낼 수 있잖아요? 그렇게 시작한 곡이었고요. 처음에 들었을 때는, 너무 단순해서 사람들이 유치하다고 생각할 것 같았어요. 왜냐하면 큰 클라이맥스 같은 게 없으니까. 물론 꼭 그런게 있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하이라이트가 없을수록 더욱더 정교하게 무언가를 해야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이런 게 연출하기 더 어려운 거죠. 그래서 그렇게 곡을 구상한 상황에서, 녹음할 때 엔지니어 분이 “밖의 사운드를 같이 뽑아서 녹음하는 시도도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구체적인 제안은 아니었고, 처음에 큰 틀의 회의를 할 때 “그런 식으로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말씀을 하셨어서, '아, 그러면 이 곡이 사운드 면에서 약간 빈다고 느끼는 곡이니 그런 시도를 맞물리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 거죠. 녹음실 밖 염창동 길가에 마이크를 대고 같이 녹음을 한 거예요.

: 아예 동시녹음했다는 말씀이시죠?

: 네, 동시녹음이었어요. 녹음 시간 동안 같이 녹음을 한 건데, 타이밍이 너무 잘 맞은 거예요. 예를 들면 양금 소리가 끝났을 때, 마침 오토바이가 지나간다든지. 여운 뒤에 바로,

: 빈 소리가 채워지고.

: 네, 그런 것들이 너무 잘 맞았어요. 엔딩에서도 끝나고 나서 멀리서 다른 소리가 들어오고. 그게 첫 테이크였거든요. 첫 테이크가 너무 재밌어서, 두 번째 버전을 또 녹음했는데, 첫 회 만큼은 잘 안 나왔어요. 그래서 뭐 더 할 것도 없이 첫 번째 것으로 하게 되었어요.

: 저는 동시녹음이라고 전혀 생각을 안 했거든요.

: 네. 저도 정말 재미있고 신기했어요. 그래서 작업이 끝난 후, 양금 소리와 바깥소리를 합친 결과물이 걷는 느낌이 강해서 제목을 지금처럼 정했어요.

: 제목 얘기를 해서 생각해보니, 2집에서는 모든 곡의 제목이 다 영어로 되어있잖아요. 의도를 하신 건가요?

: 그건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영어로 전부 생각이 나더라고요. (웃음) 영어를 잘 하지도 않는데.

: 처음부터 의도하신 건 아니군요. 그러면 지어놓고 나서는 ‘아, 다 영어네?’ 하는 생각을 하신 건가요?

: 네. 아, 그런데 한두 곡씩 하면서 '이번에는 다 영어로 하게 되겠구나.'라는 느낌은 있었어요. 사실 저도 한글 제목이 더 좋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다 이렇게 되었네요.

: 영어 제목이라고는 하지만, 의미나 이미지가 어려운 제목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 네, 제가 어려운 걸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 (웃음)

: 마지막 두 곡은 평화롭고 따뜻한 느낌으로 마무리하는 걸 의도했다고 하셨잖아요. 「When I Think Of Her」가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나 사랑이라면, 「On Water」는 그런 이미지와 주제가 어떻게 연결되는 건가요?

: '내가 엄마 뱃속에 있는 상태였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하는 이미지요.

: 구체적으로 연결이 되는 거네요.

: 네. 그런 생각이 다 만들고 나서 나중에 들었어요. 연주할 때에도 제목은 같았어요. 그런데 그건 제가 본 신문 기사 속 해외 설치미술 작품에서 따온 거였거든요. 시민이 모두 참여할 수 공공미술이었고, 물 위를 걸어가는 그런 콘셉트였어요. 그게 참 인상적이었어서 그렇게 지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저만의 흐름으로 이야기가 풀어지더라고요.

: 돌아보면, 구체적인 계획이나 명료하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와 가사가 있어서 선계획 후작업이 이루어지기보다, 일단은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행위를 통해서 연주를 하다가 ‘아, 이게 이런 이미지가 되네?’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네요.

: 네.

: 평상시 지하씨 생활 패턴이나 사고하시는 스타일이 반영이 된건가요?

: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계획을 착착 세우는 게 안돼요. “야, 나는 이렇게 이렇게 해서 몇 년 뒤에 뭐 할거고. 꼭 이렇게 뭘 해낼 거야.”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걸 보면 엄청나게 신기해해요. 어떻게 보면 특정 부분에서, 확신에 차서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그걸 지키지 못하는 게 스스로 싫기 때문에 방어하는 거죠. 그런 얘기를 안 하고, 그냥 닥친 일을 잘 풀어가면 언젠가는 잘 되는 경험을 많이 했으니까요. 그런 계획을 잘 얘기하지 않는데, 작업 방식에서도 약간 그런 것 같아요.

: 그래도 그런 것 치고는 사실, 평상시 대부분의 사람에게 ‘사랑’이라는 주제는 무척 추상적이지만, 지하씨는 분명히 하고 싶었던 말씀과 음악이 결국 일치했고. 그 때문에 앨범은 1집에 이어 통일적인 흐름으로 굉장히 잘 꿰어졌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 네, 제가 계획적으로 하지 않을 뿐이지 생각은 굉장히 많이 합니다. (웃음)

: 네, 저도 생각이 없다고 말씀드린 것은 아닙니다. (웃음) 평상시 관념적인 주제에 관심 많으세요?

: 예를 들면요?

: 사랑처럼? 사랑이 아니더라도 관심이 있는 주제가 있을까요? 평화라던지.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든지?

: 이 ‘사랑’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꼭 사랑을 생각해서라기보다 그냥 제가 하는 작업과 생활패턴의 관점에서 본 이상이었던 거지, 제가 사랑에 대해 엄청나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랬던 건 아닌 것 같아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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