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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음악취향Y의 선택》 필진별 결산 #6-1 : 국내 Top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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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선정의 변

서열화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지만 기억이 유한하다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결국 어느 시점에 이르러 결산하고 남겨야 할 것들의 가치를 가늠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단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함은 아닙니다.

2014년이 준 사건의 지각으로부터 우리가 평생 떨치기 힘든 기억을 물려받고 그에 영향을 받게 될 것처럼, 저는 아래 선정한 스무 장의 음반을 통해서도 미래 제 감각에 체화되어 있을 새로운 경험과 정신을 유산으로 받았습니다.

 

(편집자註. 순위는 역순입니다.)

 

에프엑스(f(x)) 『Red Light』
SM엔터테인먼트 | 2014년 7월 발매

 

아이돌 음악이 오늘날 대중음악의 표상이라면 그 정체의 판가름이 어렵지 않아야 할진대 아직까지 물음표와 느낌표를 동시에 찍어낼 수 있다면?! 귀에 트이는 아이돌 트랙이 없었던 한 해 동안 외로이 선전하며 f(x)라는 팀이 가진 특별한 아이돌의 이미지를 굳힌 듯합니다. 여전히 재미있습니다.
 

일리네어 『11:11』
일리네어 레코즈 | 2014년 5월 발매

 

현재 한국 힙합의 오버그라운드 신(scene)은 그 중추에 스타일이 가장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스타일에 있어서만큼은 일리네어가 2014년을 거의 잡아먹었다고 할 수준이구요. 다만 한 해가 몇 달만 길었어도 누리지 못했을 지위라고 생각합니다.
 

써니킴 & Ben Monder 『The Shining Sea』
오디오가이 | 2014년 11월 발매

 

앞서 좋은 콤비네이션을 보여줬던 나윤선과 울프 바케니우스 듀오가 떠오릅니다. 무대에서의 그들의 합이 관객에게 최적인 공연다운 에너지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면, 써니킴과 벤 몬더의 『The Shining Sea』는 마치 듣는 이가 연주자가 되어 구도하는 듯한 황홀경을 선사해줍니다. 실황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의 침착함과 집중력이 돋보이는 음반으로, 써니킴에게 기대할 수 있는 그대로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루디스텔로 (LudiSTELO) 『Experience』
선데이디스코 / 미러볼뮤직 | 2014년 4월 발매

 

끈적함과 이지적임, 복고와 미래가 공존하는 사운드. 2014년 시점, 락을 기반에 둔 전자음악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친숙하면서도 매력적인 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정수 『어제가 있는 자화상』
비트볼뮤직 | 2014년 1월 발매

 

섬세한 기타 톤의 조정으로 미세한 여운의 지속을 선사하는 오정수의 연주는 이번 작품의 자작곡들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스탠더드 곡들이 주는 느슨한 긴장감이 살짝 아쉽습니다만 2014년 가장 자주 찾아 듣게 되었던 재즈 연주반 중 하나임에는 분명합니다.
 

말로 『겨울, 그리고 봄』
JNH 뮤직 | 2014년 11월 발매

 

항상 ‘한국적 재즈’라는 수식어가 중요하게 따라붙었던 그녀이지만 이번의 평가는 확실히 과거의 전형들로부터 달아난 모양새입니다. 언제나처럼 재즈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장르 실험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으면서도 가사와 분위기 등 보다 발라더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앨범입니다.
 

쏜애플 (Thornapple) 『이상기후』
해피로봇 | 2014년 6월 발매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1집 이후 군대로 사라지더니 일약 인디계 아이돌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소포모어 징크스는커녕 도리어 밴드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구축했습니다. 사이키델릭함과 동시에 폭발적인 사운드를 쏟아내는 그만의 에너지는 전혀 예상했던 방향이 아닌데요. 간판이었던 뚜렷한 멜로디 라인과 특징적인 보컬은 매력을 강화한 모양입니다. 앞으로 자기 색이 돋보이는 장인이 될지, 아이돌로 남을지, 아니면 한류 어쩌고가 될지 다음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차붐 (Chaboom) 『오리지널』
인플래닛 | 2014년 10월 발매

 

스웩(swagger)이 단순한 스타일의 카피나 특정한 스킬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님을 증명한 앨범입니다. 뻔하지 않으면서도 공감될만한 좋은 스토리를 끄집어낼 줄 알고, 그것을 가사로 구성하는 내러티브와 전달하는 딜리버리 또한 매우 훌륭합니다.
 

로로스 (Loro's) 『W.A.N.D.Y.』
미러볼뮤직 | 2014년 10월 발매

 

로로스가 혁신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좋은 소리와 감성을 동시에 갖췄고, 자기만의 사운드 미학에 파고듦으로써 청자의 귀와 감정을 몰입하게 만드는 집중력만큼은 동일 계열 밴드 가운데 가장 앞서 있습니다. 이번 앨범에서는 메시지 측면에서도 보다 소통에 신경 씀으로써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타니모션 『TAN+EMOTION』
디오션뮤직 | 2014년 9월 발매

 

타니모션은 새로움을 추구하고 그를 위한 실험을 반복하면서도 구체적 방법론에 집착하지 않는 듯합니다. 그렇기에 수록 싱글들은 제각각의 매력들을 갖출 수 있어 쉽사리 자기 복제의 함정에 빠지지도 않아요. 하지만 동시에 이 곡들은 분명 ‘타니모션’이라는 밴드의 이미지와 정체성으로 수렴합니다. 밴드가 ‘흥’의 정서를 자기 음악의 최대 정체성으로써 효과적으로 소구하고 있는 까닭이겠지요. 장점이 독이 되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는 아이디어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당장은 큰 기대를 갖게 하는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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