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Choice

올해의 앨범 4위

도재명 『21st Century Odyssey』
480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11
Volume 2
장르
레이블 엔디자이너스
유통사 마운드미디어
공식사이트 [Click]

유독 올 해. 젊은 음악가들의 음악에서 죽음과 절망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띈다. 음악은 흔히 우울과 몽상으로 만들어지기 마련이지만 내가 본 것은 분위기나 시어로 은유하지 않는 직접적인 토로였다. 왜 그럴까, 왜 그랬을까, 누가 이 고통을 만들었지, 생각이 많은 와중에 이 앨범을 만났다. 첫 곡 「Waldeinsamkeit (숲 속의 정적)」을 듣는 순간 어지러운 생각들이 고요해졌다. 침착한 소리와 선량한 앰비언트, 사려 깊게 깔린 배음들이 편안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숲 속에 홀로 앉아 새소리나 자연의 섭리, 토성의 영향 따위를 사색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재명이 지금까지 들려준 음악들에 유추하여 일말의 기대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만연한 고통 속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시인의 언어를 기다리는 마음이랄까.

 

『토성의 영향 아래』(2017)가 사색과 은유로 가득했다면, 이번 앨범은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21st Century Odyssey」의 내레이션은 현재의 재난이 종말인지 새로운 희망인지 직접 묻는다. 예전이라면 에둘러 은유했을텐데 말이다. 후반부의 휘몰아치는 악기들의 열기도 그렇고, 색소폰의 활약은 감정을 그대로 노출한다는 점에서 전과 다르다. 그 다운 것이라면 진폭 큰 곡 구조나 사운드의 세심한 같은 것인데 이 역시 편곡의 영역에서 소리의 영역으로 전면적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좋은 것은 소리의 질감이다. 또렷한 음상과 작은 소리도 분명하게 잡아내는 믹싱이 두드러진다. 이 작은 소리들이 앨범을 지배하며 앞으로의 도재명을 상상하게 한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에 이 장점이 두드러진다. 마치 무중력 지대 한복판에서 얼마 남지 않은 추진기 연료를 소모하며 부유하는 느낌이다. 이 부유가 가족의 죽음을 애도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면 노래는 시공을 초월해 깊어진다. 살면서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 아직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깊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상상하며 슬퍼진다. A면에서는 시대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B면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애도를 표하는데, 이 연결이 매우 뜻 깊다. 영화 《콘택트》(1997)가 떠올랐다. 우주의 섭리를 알아내고자 블랙홀로 접어든 주인공은 익숙한 해변가에서 자신의 아버지와 조우한다. 인간의 형이상학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우주와의 연결이라는 또 다른 형이상학이 떠올라 숙연해진다. A면의 고통을 당위적인 주장으로 휘발시키지 않고 개인의 기억과 현실로 단단히 잡아 매는 앨범이다.

 

Daft Punk의 『Random Access Memories』(2013)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요소요소에서 「Within」이나 「Touch」의 정서가 떠오르는데다, 「21st Century Odyssey」와 「Nostalgie」 두 곡은 「Contact」의 명백한 차용이다. 독창적인 아티스트 도재명이 굳이 왜 그랬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지상에서의 파티를 마치고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돌아가는 Daft Punk의 노래들과 정서적으로 호응한다는 점에서, 도재명의 앨범만의 고유한 내러티브는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존경과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좋은 오마주라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두 앨범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큰 즐거움이다.

 

로로스 시절까지 포함해서 도재명의 음악에는 현실에서 빗겨선 고독을 받아들이는 정서가 있다. 이럴 경우 음악 자체, 사운드의 형식에 빠져들 법도 한데 도재명은 그러지 않기 위해 애쓴다. 몽상과 현실사이, 소리와 메시지 사이, 고독과 연대 사이에서 그만의 균형을 잡는다. 김윤하의 말대로 오래된 아파트 상가 피아노 학원 창문으로 흘러나오는 연습곡 같은 「Manée & Conti」로 앨범이 마무리되면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기분이 든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또 다시 장애물들을 만나겠지만 그래도 여행 이후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음악으로 이럴 수 있다는 건 큰 기쁨이다.
 

Credit

[Musician]
Piano : 도재명(Track1,2,6,7,8,9)
Keyboard : 도재명(Track3,4)
Synthesizer : 도재명(Track1,2,3,4,5,6,7,8)
Programming : 도재명(Track2,3,4,5,6,7,8)
Drum : 김선빈(Track1,4,7,8), 황재영(Track2), 도재명(Track3)
Guitar : 홍갑(Track2,3)
Bass : 송인섭(Track3,7,8)
Saxophone : 남유선(Track2)
Narration : 박술(Track3)
상여소리 : 황민왕(Track5)

[Excerpt]
Hermann Hesse's "Der Steppenwolf" (Track3)
the letters of Vincent Van Gogh and Frida Kahlo (Track4)
NASA's “Dwarf Planets Guide”(Track5)

[Adaptation]
Robert Schumann's Humoresque in B flat major, Op.20 (Track3)
4. In Our Darkness Hour
Composed & Arranged by 도재명

[Staff]
Executive Produced by 엔디자이너스
Produced by 도재명
Recorded by 오혜석@MOL Studios,
Exception Recording of narration track 3 by 공유라@Toneypickle Music&Sound, Assistant engineer 윤제준
Mixed by 오혜석@MOL Studios
Mastered by Miles Showell at Abbey Road Studios, U.K
All Video by 엔디자이너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Waldeinsamkeit
    -
    도재명
    도재명
  • 2
    21st Century Oddyssey
    도재명
    도재명
    도재명
  • 3
    Magisches Theater
    -
    도재명
    도재명
  • 4
    In Our Darkness Hour
    -
    도재명
    도재명
  • 5
    Nostalgie
    -
    도재명
    도재명
  • 6
    Happy Meal (feat. 연진)
    도재명
    도재명
    도재명
  • 7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도재명
    도재명
  • 8
    Fractal (feat. Jane Ha)
    도재명
    도재명
    도재명
  • 9
    Manée & Conti
    -
    도재명
    도재명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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