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2014년 세계 시장 진출의 꿈을 안고 미국에 건너가 녹음했지만 결국 여러가지 비즈니스의 문제로 사장되어버렸던 레코딩을 살려낸 노브레인의 미발표 EP 『Big Mistake』의 타이틀곡. 이 레코딩은 한 때 워너뮤직의 부사장이었던 Seymour Stein의 주선으로 이뤄졌고, Cheap Trick과의 작업으로 유명했던 Julian Raymond가 공동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았다. 게다가 베테랑 Chris Lord-Alge가 엔지니어아닌가. 악곡 자체가 좋다면 해외 록 팬들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그 결과물의 품질에 충분히 기대를 가질만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역시나’ 레코딩 된 사운드는 확실히 안정적이고 좋다. 특히 이 곡 「Uh-Huh」만 보자면 Green Day보다 훨씬 ‘거칠게 질주하는’ 펑크-하드록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물론 ‘조선 펑크’의 상징과도 같았던 그들의 한국어 가사의 감성이 영어가사로 대체된 것은 확실히 낯설다. 하지만 (레코딩을 위해 영어 발음 트레이닝까지 받았다는) 이성우의 영어 가창은 원래의 자신만의 저돌적인 톤을 잃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전달력을 보여준다. 드라이빙감 확실한 기타 리프와 타이트한 리듬의 질주가 이들이 초창기에 발산하던 에너지를 보다 세련미 있게 다듬어낸 느낌을 준다. 음반의 제목은 ‘큰 실수’이지만 지금이라도 발표한 것에 감사를 보내며, 잠시 잊고 있었던 노 브레인이 지닌 밴드로서의 본질적 매력을 세련되게 잘 담아낸 결과물이어서 마음에 든다. ★★★☆

[유성은]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는 베이스-드럼 라인의 탄탄한 구성 위에 중독성있는 기타 리프가 주문처럼 반복되고, 탁주를 거하게 걸친듯 여느 때 이상으로 허스키한 보컬의 목소리가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끊임없이 전투 의욕을 고취시킨다. 차승우와 함께 하던 조선 펑크 태동 시기의 '날것 그 자체'보다는 정제되었지만, 『Big Mistake』의 곡들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는 변함없이 넘쳐난다. 특히, 타이틀 「Uh Huh」는 Offspring의 「Pretty Fly (For A White Guy)」(1998)의 문법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밴드 노브레인의 25년간 걸어온 수많은 행보 중에서도 자신들을 팝펑크 밴드로 자리매김시키는 파워풀한 곡이다. ★★★☆

[정병욱] 8년 전 작업의 미공개 곡인데도 그것이 (8장의 정규앨범 중 6집이 이미 나온 후이니) 절대 경력과 활동 초중반 시기에 나온 게 아니라는 것, 동시에 그런데도 나름 새로운 도전과 맞물려 있었던 곡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여전히 이들의 가사가 정체성을 목놓아 외친다는 사실이 노브레인이라는 팀의 역사와 태도에 관해 많은 것을 대신 말해준다. 이제 한층 더 완연해진 팝펑크적 전개와 에너지, 아직도 악동 끼 다분한 이성우의 들끓는 보컬과 꽉 찬 사운드가 익숙함과 반가움을 동시에 담아낸다. 언뜻 Gorillaz의 캐릭터들과 Blur의 베스트앨범을 동시에 연상하게 하는 앨범 아트워크가 위트와 발랄함을 동시에 드러내기도 한다. 광야에 외치는 소리나 잔뜩 성난 젊음 정도의 파격과 과격은 일찌감치 기대할 수 없게 되었지만, 청년 노브레인의 간판은 유효하다. ★★★

[조일동] 펑크가 제공하는 쾌감이 무엇인지 확인 시켜주는 트랙이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귀가 충만해지는 파워와 오밀조밀한 구성에서 연륜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을 수 없다. 8년 전 녹음되었다는 이 연주가 그냥 사장되고 말았더라면 우리는 밴드 노브레인이 스튜디오에서 이룩한 또 하나의 전성기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 팝펑크의 진수를 담은, (이런 말이 있는지 모르지만) 원숙발랄함이 빛나는 트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