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98-3] 퍼스트에이드 「4-4 Audio」

퍼스트에이드 (First Aid) 『Epoché』
13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4.04
Volume 2
장르 일렉트로니카
레이블 영기획
유통사 마운드미디어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자칫 여러 군데로 튈 것 같은 사운드 다발을 한 데 묶어 직조하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은데, 이를 묶어서 묘한 그루브와 덩어리감을 형성해내는 대목 또한 신기하기 이를 데 없다. 때로는 훈훈한 어눌함으로, 때로는 서늘한 감정으로, 때로는 기묘한 웅숭깊음으로 다가오는 곡은 기어이 어느 한 곳으로 귀결되지 않는 감정을 이룩하는데 성공한다. 좋은 곡은 기존의 감정을 복사하여 감흥을 차용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감정을 비틀어 감흥을 창안하는 것일테다. 요컨대 좋은 곡은 수동태가 아니라 능동태에서 많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 곡은 능동적으로 감흥을 발명하는 데 성공한다.  ★★★☆

 

[정병욱] 현재 고도화된 음악 산업 구조에서는 (특히 아이돌의 경우) 하나의 음원에 많은 인력과 재화를 동원하면서도, 반대로 그렇기에 산만하게 흩어질 수밖에 없는 곡의 의미를 포장하기 위해 다소 과장되거나 허황된 의미를 부여할 때가 있다. 여기서 프로듀서 퍼스트에이드는 반대로 홀로 작업한 새 앨범 『Epoché』에 대해 판단 중지를 기대했다. 10년 전 녹음한 저음질의 소리 조각들을, 원본이 무의미하게끔, 거꾸로 그 편집본 역시 구체적인 대상을 파악하기 어렵게끔 자르고, 가공하고, 붙였다. 의도에 맞게 각 수록곡의 제목은 자신만 알 수 있는 넘버링으로 대신해, 소리와 진행을 제목과 연관 짓는 섣부른 추론 가능성을 차단했다. 그렇다고 각 수록곡이 그저 난해한 소리의 집합인 건 아니다. 타이틀곡 「4-4 Audio」의 경우 반복되는 주선율과 의미를 가능할 수 없는 웅얼거림, 파도 소리처럼 가까워졌다 멀어지길 반복하며 부서지는 소리 배경이 나름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따듯한 선율에서는 로맨틱한 서정이, 반복되는 구조와 단절된 소리 호흡에서는 나른하고 무기력한 정서가 맞물린다. 분명 단서라고 할 만한 요소들이 흩어져 있어 각자 나름대로 주워 담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결국 흩어지는 이미지를 생각하며 ‘epoché (판단중지)’ 대신 (텍스트의 해체를 통해 계속해서 그에 대한 의미 파악이 지연되는 상태를 의도한 Jacques Derrida의 철학 개념) ‘Différance (차연)’가 떠오르기도 한다. 앨범 소개글에 언급된 이름처럼 현대에 중요한 이름인 James Blake나 국내의 공중도둑만 떠올려도, 이 노래가 대중의 취향으로도 온전히 새롭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긴장과 이완 사이 이를 절묘하게 알쏭달쏭하게 하고, 그것의 의미와 풍경을 존재할 법하게 조각을 조합하며, (비록 파악이 계속 지연될지언정) 곡 자체의 고유한 정체성을 완성한 것은 퍼스트에이드와 이 곡만의 몫이기도 하다. ★★★☆

 

[조원용] 시간의 조각들이 모여 완성된 퍼스트에이드의 음악은 노이즈와 선율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열화된 음질은 이 경계를 더욱 모호하고 신비롭게 만든다. 문을 여닫을 때 나는 듯 삐걱거리는 소리, 비 오는 소리인지 파도 소리인지 아니면 바람 소리인지 진위를 알 수 없는 소리, 그리고 흥얼거리듯 노래하는 전자적인 목소리까지. 퍼스트 에이드는 이 소리들의 다이내믹을 강제로 끌어올리며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피치를 조절하여 멜로디로 치환하는 등의 방법을 택하지 않는다. 이 소리들은 제자리에서 반복되며 흐른다. 그리고 그 각자의 자리들에 아주 작은 단위의 멜로디가 유유히 통과한다. 곡이 만드는 정경은 콜라주 같은데, 이 콜라주는 서로의 빛깔에 적절히 녹아들면서 원래 하나였던 것 같은 모습을 드러낸다. 소리의 조각들이 빛난다기보다는 그들의 상상력이 이 조각들에게 빛을 선물해 준 것에 가깝다. 소리의 조탁사가 건네주는 음악이다. ★★★☆

 

[차유정] 형태는 다르지만 입자가 비슷한 소리들을 부담없이 쌓아올리면서 나름의 구도를 축조한다. 불협화음이 아닌 소리의 은근한 형태라는 것의 의미를 드러내는데 손색이 없고, 침묵과 노이즈 사이에 균열을 바라보는 기분을 잘 묘사한다. 스쳐지나가는 소리처럼 들리는 것도 강렬하게 만들어 주는 장점을 지닌 곡이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8
    4-4 Audio
    -
    퍼스트에이드
    퍼스트에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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