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59-3] 빈지노 「여행 Again (feat. Cautious Clay)」

빈지노 (Beenzino) 『Nowitzki』
59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07
Volume 2
장르 힙합
레이블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유통사 카카오 Ent.
공식사이트 [Click]

[유성은] 일리네어에서 바나(BANA)로, 군대를 다녀오고 결혼을 했다. 30대에 들어 거쳐간 인생의 많은 변곡점들을 무작위로 연결해 체화한 정규 앨범 『Nowitzki』의 더블 타이틀 중 한 곡이다. 오토튠이 가득 걸린 어쿠스틱 기타 소리를 기반으로 만든 리듬은 프로듀서 Cautious Clay의 작품으로 레게비트에 가깝게 유유자적하고 느긋한 휴가여행의 일렁이는 정취를 가지고 있다. 4분 18초에 걸쳐 펼쳐낸 랩핑은 지극히 제주와 뉴욕여행에 관한 빈지노 자신의 의식이 지나가는 흐름을 두서없이 묘사한다. 이전 음악들에 비해 한층 모호해지고 나른해진 변화의 양상을 보면, 빈지노 자신 또는 그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청자들 만큼이나 관조하게 된 개인과 시절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2023년의 더 더워지기전 '여름 안에서' 듣는 계절음악, 여행음악의 새로운 대표곡이다. ★★★★

 

[이아림] ‘빈지노’로서 데뷔를 알린 『24:26』(2012)의 발매 이후로 정확히 11년 만의 음반이다. 재지팩트부터 아이앱스튜디오(IAB STUDIO), 100곡 이상의 피처링 참여 외에도 「연결고리」(2014)를 비롯해 「Boogie On & On」(2012), 「Dali, Van, Picasso」(2013) 등 다수의 히트곡과 결혼 소식까지. 빈지노는 대중에게 익숙한 이름이지만, 전작 「Fashion Hoarder」(2019)로부터 햇수로 4년이란 긴 공백기로 인해 ‘빈지노의 신작’이란 표현은 낯설다. 그만큼 『Nowitzki』의 발매는 7년 만의 정규라는 사실과 함께 고무적인데, 기존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모습이 신선한 음반이다. 단단한 발성과 리듬을 타고 유려하게 진행되는 래핑, 매끄럽게 언어를 오가는 가사의 매력은 여전하나, 다양한 색채의 일러스트가 아닌 아내의 유년 시절 사진을 전면에 내세운 디자인, 20대 청년의 젊음과 열기가 느껴지던 초기와 달리 지난 시간의 기록을 보며 회고하듯 좀 더 담백하고 차분해진 음악은 이색적이며 분명한 변화를 보여준다. 여행을 떠나자고 종용하는 타이틀은 여타 대표곡과 닮은 경쾌함과 견고하게 곡의 중심을 잡는 음색이 인상적인데, 실력의 탄탄함으로 인해 오히려 산뜻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 외에도 다양한 참여진과 실험적 면모, 말장난 같은 가사는 듣기에 따라 당황스럽고 난해해 호불호가 갈릴 음반이기는 하나,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예술로 만드는 주관과 빈지노라는 이름의 위상만은 고스란히 느껴지는 수작이다. ★★★★

 

[정병욱] 진지한 감상은 대체로 끊임없는 가치 판단의 과정이다.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서사와 음악가를 향한 상당한 관심과 몰입을 요하는 서사, 예상 밖 실험적 사운드가 주는 임팩트에 초점을 맞춘 프로덕션과 익숙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여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세련된 팝 프로덕션 등 상반된 가치 사이 정답은 없지만, 나름의 판단은 필요하다. 많은 기대 속에서 7년 만에 공개한 빈지노의 정규 신작에 판단과 호불호가 갈리는 건 당연하다. 그는 앨범에 자전적 소재와 이야기를 흩어 놓으면서도, 새로운 참여진과의 (전반적으로 미니멀하면서도 각 미학이 다채로운) 협업을 통해, 스토리텔링과 음악에 있어 가능한 판단 기제를 모두 절묘하게 섞어 놓았다. 조금씩 매력이 다른 곡들이기에, 「여행 Again (feat. Cautious Clay)」이 이같은 앨범을 오롯이 대표하는 미학이나 작법을 지닌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태도 측면에서는 충분히 그러하다. 여행에 대한 개인의 기억과 누구나 알법한 비유가 뒤섞인 가사, 「Aqua Man」(2012)을 연상하게 하는 서정적인 재즈-힙합 뉘앙스의 팝-랩과 빈지노 자신의 랩 스킬을 적당히 뭉툭하게 전시하는 모호한 매력이 공존한다. 음악가에 대한 사전 취향과 그와 무관한 당대성, 단편적인 가사에의 이해와 어쩌면 충분하지 못할 몰이해 사이 이 노래를 순전하게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어쩌면 하나의 역설일지도 모르겠다. 이 같은 방식으로도 자기 인장과 매력을 새길 수 있는 빈지노의 유려하면서도 능청스러운 퍼포먼스 덕분이기도, 한편으로는 이를 드러내는 데 있어 굳이 선택하지 않은 과도한 콘셉트나 실험이 앨범의 본질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4
    여행 Again (feat. Cautious Clay)
    빈지노, Cautious Clay
    Cautious Clay
    빈지노, Cautious C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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