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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없는 시대의 가스펠 : 김창기 『내 머리 속의 가시』

김창기 『내 머리 속의 가시』
656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3.05
Volume 2
장르 포크
유통사 포스트뮤직
공식사이트 [Click]
(편집자 註. 본 글은 동두천생활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한 사람을 위한 인문학》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문은 동두천생활문화센터 블로그 [https://blog.naver.com/ddcliving]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김광석과 김창기

최근 20대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는데, 하나같이 김광석을 좋아하더라는 거다. 복고라는 게 이제 유행이 아니라 아에 지속적인 경향이 되었구나 생각한 순간이었다. 사실 김광석은 복고적 유행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워낙 유명해서 필수 교양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김광석을 이야기할 때면 다음 주제가 두 가지로 갈리게 된다. 하나는 조동익을 거론하면서 포크가 프로페셔널한 팝으로 확장되는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동물원으로 상징되는 ‘아마추어리즘의 진정성’에 대한 주제다. 두 번째 주제는 곧 김창기에 이르게 된다.


마음의 자리

「거리에서」(1988),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1988), 「혜화동」(1988),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1990) 같은 노래들은 교외 라이브 카페 같은 곳에서 늘상 신청되는 빛바랜 편지지 같은 곡이지만, 시대를 초월해 새롭게 해석될 힘을 가진 클래식이기도 하다. 이 노래들이 클래식인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당시 한국음악의 대안적(alternetive) 위치에 동물원이 있었다는 사실과 맞물린다. 기존 상업적인 메인스트림 씬과 다른 결을 유지했고 대학가의 강렬한 프로파간다와는 다른 것을 이야기했다. 70년대 후반 캠퍼스 록이 재빨리 메인스트림화 된 것에 비교하면 이 대안적 정서는 꽤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속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존재하는 것 같다. 김창기의 노래가 유독 그런 특별한 취급을 받는 것은 치열하게 고민하는 삶을 담은 노랫말 때문이다

김창기는 1997년 동물원을 나와 창고라는 듀엣 프로젝트 활동을 한 후, 솔로앨범 『하강의 미학』(2000)을 발표했다. 그러고는 오랫동안 음악활동을 하지 않다가 13년만에 내놓은 두 번째 솔로 앨범이 『내 머리 속의 가시』(2013) 이다. 청춘의 추억을 박제한 듯한 동물원의 노래들이나 클래식이 되어 버린 김광석의 노래들,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청춘의 졸업장같은 『하강의 미학』에 비하면 그리 높은 점수를 받진 못한 앨범이다. 그러나 나는 이 앨범이야 말로 김창기의 진짜가 녹아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도 이 앨범을 남들과 비슷하게 평가하고 내버려 두었었는데 얼마 전 「광석이에게」를 부르는 영상을 보고 감정이라는 것이 폭발해버렸다.
 

숨 막힐 듯 한 뜨거움을 감당할 수 없었어
우린 역행하듯 더 거칠게 달릴 수밖에 없었어
너의 추억이 손에 잡힐 듯 어제 일인 것 같아
어두운 거울에 비친 모습은 실제보다 더 가깝게 보이곤 해

너의 노래와 나의 언어로 서로의 자신을 찾고
외로움으로 뭉친 가슴의 이 덩어리를 사랑이라 믿고
단골집 이모가 제발 싸움은 밖에 나가 하라고 하기에
우린 밖으로 뛰쳐나가 우리가 여기에 있다고 고함쳤지

네가 날 떠났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어
너를 미워하고 또 날 미워해야 했어
왜 내게 말 할 수 없었니 그렇게 날 믿지 못 했니 왜 그렇게 떠나가야 했니

첫 녹음을 하고 인정이란 달콤함에 길들여지고
그 것에 중독되어 더 많은 욕망과 불안을 알게 되고
네가 날 필요로 했을 때 난 나만의 이유로 거기에 없었고
나의 친구이자 형제였던 넌 그렇게 떠나가야 했지

우리의 노래는 너의 덕분에 아직 살아남아있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의 너보단 내 곁에 있는 네가 필요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지만 함께 취해주는 사람들뿐이고
무언가 말하려 하지만 남들이 먼저 다 하고 떠나갔고

네가 날 떠났다는 걸 아직도 받아들일 수 없어
너를 미워하고 또 날 미워하고 있어
내게 말 해주겠니 나를 믿어주겠니 그땐 나를 용서해주겠니

「광석이에게」中



내 머리 속의 가시

이 앨범의 트랙 순서는 상실이 순응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광석이에게」는 말하자면 상실의 절정인 셈이다. 김창기처럼은 아니겠지만 우리는 모두 김광석을 알고 있다. 그리고 김광석이 환유하는 상실된 무언가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 노래에 목 놓아 울지 않을 수 없다. 온스테이지 영상은 노래라는 것이 이렇게 복잡한 감정들을 숨기고 드러내며 존재한다는 걸 가감없이 보여준다.

앨범의 완성도 관점에서 보면 상실에서 순응으로 가는 진행은 거꾸로 되어야 맞다. 순응한 삶에서 상실된 추억을 발견하고 꿈을 되살리는 …. 뻔한 헐리우드 영화의 꿈타령이지만 이랬다면 이 앨범의 평가가 훨씬 더 좋았을까. 꿈은 고사하고 앨범은 뒤로 갈수록 점점 더 평범해짐은 물론이고 내 안에 있는 소시민적 갈등을 토끼 간처럼 꺼내 햇빛에 말리는 듯 따끔따끔한 느낌을 선사한다.
 

난 아내와 두 아이가 있어 집과 개 한 마리가 있어
정거장에서 내리지 않고 끝까지 가고 싶을 때도 있어

빨간 뚜껑 두 개를 따고 휘청거리는 거리를 나서면
밀고 당기고 싸우는 건지 부둥켜안고 우는 건지 모를 저 모습들

난 아직도 외로워 난 아직도 외로워
이러면 안 되는 줄 알지만 난 아직도 외로워

SUV와 주말이 있어 SNS에 친구도 있어
결국 내가 이 것뿐인가 하는 의혹에 잠길 때도 있어

아이들은 숙제를 하고 아내는 드라마를 보고
난 책장을 넘기며 내가 가지 않은 길을 걷는 상상을 해

「난 아직도 외로워」中

 

언젠가 너를 닮은 다르지만 결국 비슷한
가슴에 흉터를 간직한 누군가를 만나

사랑은 거짓이란 현실을 잠시 휴가떠나 보내고
눈 가리고 아옹 하고 그렇게 믿으려 하고

또 상처를 주고받고 동화속의 결말은 없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걸, 혼자이고 싶지 않은 걸

결국 사랑뿐인걸, 네가 떠나간 후에도
난 살아 있는 걸, 살아가게 되는 걸"

「살아가게 되는 걸」中



신 없는 시대의 가스펠

머리 속의 가시를 따끔따끔 만져가며 따라가다 보면 굳이 노래를 통해서 내 삶의 부조리를 확인할 이유가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러지 않아도 삶이 팍팍한데 말이다, 김창기는 잘나가는 소아정신과 의사라는데 SUV와 집도 있다니 속편히 자아 성찰이나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질투도 하게 된다. 이 앨범을 듣는 과정은 울다가 추억에 빠졌다가 냉소했다가 비판했다가 아주 가관이다. 나이가 들면 안그럴줄 알았는데, 20대에는 불안의 만연으로 30대에는 욕망의 미달로 외로웠는데 여전히 그래야 한다면 삶이란 정말 끔찍한 일 아닌가. 이 앨범이 고약한 건 내 삶의 불만족들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사람도 그렇구나 라는 위안이 카타르시스로 존재하기도 한다. 물론 곧 불만족이 가시처럼 치밀어 괴롭지만…. 매순간 스스로를 속고 속이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삶을 깨달을 때면 정말 종교가 간절해지긴 한다. 절대자의 진리가 답을 내려주고 순응하면 얼마나 편안하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을 깊이 애정하는 건 쉽게 신에게 의지하지 않고 이 고통 속에서 길을 찾으려는 노력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마치 이런 게 인간의 자존심이라는 듯 보란 듯이 끊임 업이 스스로의 절망을 확인하는 거다. 늙어 죽을 때까지 이 고통의 성찰을 멈추지 않겠다는, 솔직한 불안과 갈등들을 이렇게 노래로 고민으로 털어놓겠다는 의지. 나는 이 앨범에 그런 게 보여서 좋다. 신 없는 시대의 가스펠이라고 할 만하다.
 

날 둘러싼 이 벽을 무너뜨리고
당신이 돌아와 주길, 내 전원을 다시 켜주길

내 심장을 뛰게 해주고, 내 핏줄을 서게 하고
내가 다시 남자라고 느낄 수 있게 해주기를

난 겁에 질려 얼어붙은 어린아이일 뿐이야
어딘가에 속하고 있다 믿고 싶을 뿐이야

내가 당신을 원하는 만큼 나를 원해주길 원해
그렇게 내게 돌아와 사랑해 주기를 원해

「원해」中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광석이에게
    -
    -
    -
  • 2
    눈사람
    -
    -
    -
  • 3
    난 그냥 이대로 있겠어!
    -
    -
    -
  • 4
    난 살아있어
    -
    -
    -
  • 5
    살아가게 되는 걸
    -
    -
    -
  • 6
    내 머릿속의 게임
    -
    -
    -
  • 7
    원해 : Acoustic
    -
    -
    -
  • 8
    지혜와 용기
    -
    -
    -
  • 9
    난 아직도 외로워
    -
    -
    -
  • 10
    내 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해야 해
    -
    -
    -
  • 11
    원해 : Full Session
    -
    -
    -
  • 12
    난 그냥 이대로 있겠어 : Acoustic
    -
    -
    -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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