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한국 국악 크로스오버의 또 다른 지평 : 루츠리딤 『別神』

루츠리딤 (Roots Redeem) 『別神』
632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1.11
Volume SP
장르 크로스오버
유통사 사운드프레스
「범내려온다」(2020)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국악퓨전, 혹은 국악크로스오버는 뭔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듯 하다. 대략 20년 가량 이어온 이 경향은 2018년 즈음 접어들면서부터 또 다른 지평에 올라타고 있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혹은 땅 속 깊숙이 석관에 묻혀 있던 보물들이 길어 올려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 중 반짝반짝 빛나는 건 무속 음악을 활용한 크로스오버다. 

영화 《곡성》(2016)에서 펼쳐진 굿 씬은 매우 강렬했다. 화면도 인상적이었지만 도취적 무속 음악의 매력이 빛을 발했다. 그 장면 이후 희미하게 알고 있거나 알고서도 우선순위에 밀려 있던 한국 무속 음악의 현대성이 부각되었다. 그 전부터 악단광칠은 무속음악을 현대화해 무대에 올렸으며 추다혜차지스는 놀랍게도 훵키한 R&B와 뒤섞어내면서 무속음악의 또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오늘 소개하는 루츠 리딤은 그들과 함께, 그리고 그들과 또 다른 방식으로 오늘 여기에서 한국 무속에 대해 말한다. 

루츠리딤은 『영남 Vibe』(2019)를 내놓으며 주목받았고 싱글 「샤먼록」(2020)을 거쳐 『문』(2020) 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국악크로스오버가 국악을 중심에 두고 현대적 음악스타일을 조화롭게 펼쳐내는 식이었다면, 루츠리딤은 국악을 포괄적인 ‘소리’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 팀의 프로듀서이자 DJ인 이광혁의 전자음악 사운드가 국악에 어울리는 맛이 독특한데, 이러한 특성 때문에 자신들의 음악을 ‘국악 트랜스’라 칭하기도 한다. 전통타악과 소리를 맡고 있는 최형석 역시 소리의 효과를 위한 소재로서 국악의 어울림에 천착한다. 이밖에도 루츠리딤은 가야금과 양금을 담당하는 고명진과 질높은 영상으로 무대를 함께 만드는 VJ 송지훈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작 『별신』은 이들의 활동 궤적과 현재의 지향이 한 눈에 보이는 작품이다. 국악과 전자음악을 자신들만의 이음새로 연결해보려는 시도는 전자음악의 지분을 높였고 여기서 드러나는 차갑고 정제된 사운드가 다른 크로스오버와 차별되는 특징이었다. 『별신』은 국악과 일렉트로니카라는 두 가지 소재의 화학적 결합을 높인 작품이다. 두 소재는 청자의 고취감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함께 행진한다. 행진의 끝에는 관객의 감정적 카타르시스가 있다. 

때문에 이 앨범을 듣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우선 마지막 트랙 「칠성」을 먼저 들어보길 권한다. 국악과 전자음악이 어깨를 걸고 다다른 종착지를 먼저 가늠해보는 것이다. 곡 전반을 지배하는 차가운 비트는 무속의 격양과 다르게 비교적 차분한 편이다. 그 반대편에서 제시되는 가야금의 끼어듦도 비교적 차분하다. 그렇게 4분여가 흐르고 징의 배음이 자리를 넓혀가면서 장구의 잔리듬이 반복된다. 그로부터 3분간이 이 앨범의 백미다. 소리 높이지 않고 구조적으로 격양을 쌓아가는 경험은 매우 세련된 흥분을 자아낸다. 국악기라기보다 90년대 트랜스 현장에 서 있는듯한 기분이다.

「칠성」을 경험하고 난 후 첫 트랙부터 시작해 다시 「칠성」에 도달하는 방법은 감상이 또 다르다. 「부정」은 문제를 제시하고 「용왕」은 흥미로운 전령들을 불러내고, 「서낭」은 『별신』의 구체성을 드러낸다. 특히 「서낭」에서 감정선이 높이 쌓이는데, 원테이크의 즉흥성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순차적으로 따라온 후 듣는 「칠성」은 차분한 격양 외에도 탄탄한 내러티브를 선사한다. 앨범 전체를 보다 다각도로 보여주는 엔딩의 방식이다. 결말을 알아도 끊임없이 읽히는 영화같다. 

한국 국악 크로스오버, 혹은 국악 퓨전이란 세계는 이렇게 또 다른 지평을 열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말이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부정
    -
    루츠리딤
    루츠리딤
  • 2
    용왕
    -
    루츠리딤
    루츠리딤
  • 3
    서낭
    -
    루츠리딤
    루츠리딤
  • 4
    칠성
    -
    -
    루츠리딤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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