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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빛과 그림자 : 大瀧詠一 『A Long Vacation』

大瀧詠一 (오타키 에이이치) 『A Long Vacation』
601 /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81.03
Volume 6
장르
레이블 Niagara
유통사 CBS/Sony
익숙한 전반부를 지나니, 「スピーチ・バルーン (스피치 벌룬)」이나 「雨のウェンズデイ (비오는 웬즈데이)」같은 곡들이 귀에 어른거린다. 활기차게 시작하는 「사랑하는 카렌 (恋するカレン)」 마저도 끝내 다 떨치지 못한 애수로 귀결짓는다. Beach Boys의 오마주가 짙게 밴 「FUN × 4」의 흥겨움이 앨범 전체를 가볍게 받쳐주지만, 그리움이라는 감정만큼은 도드라진다.

돌이켜보니 전반부의 곡들도 잔잔하게나마 그늘이 숨어있다. 「我が心のピンボール (내 마음 속의 핀볼)」에서 들리는 천진난만한 사운드는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진다는 가사와 어울리며 한결 복잡한 감정을 형성한다. 「Pap-Pi-Doo-Bi-Doo-Ba 物語 (팝피두비두바 이야기)」는 과거지사를 특유의 복잡한 변박으로 갈음한다. 「カナリア諸島にて (카나리아제도에서)」나 「君は天然色 (그대는 천연색)」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피아노 멜로디 라인은 애틋하기까지 하다. 「Velvet Motel」의 명랑함은 특유의 우울한 가사로 인해 훨씬 세련미 있는 면모를 드러낸다.

깔끔한 편곡이라 되레 서글픈 「시베리아 철도여, 안녕 (さらばシベリア鉄道)」에 이르러서야, 나는 이 앨범의 ‘개인적인 사정’을 떠올렸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이 앨범은 1980년 7월에 나왔을 터였다. 자신의 생일에 맞추어 앨범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은 大滝詠一 (오타키 에이이치)는 はっぴいえんど (핫피엔도) 시절의 동료였던 松本隆(마츠모토 타카시)에게 작사를 맡겼다. (단, 「Pap-Pi-Doo-Bi-Doo-Ba 物語」만큼은 大滝詠一가 직접 작사를 했다.)

전체 앨범의 컨셉을 ‘오케스트라 라이브 공연’으로 잡았던 大滝詠一는 앨범의 첫 곡인 「君は天然色」의 녹음 과정서부터 특유의 다재다능한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엔지니어인 吉田保(요시다 타모츠)와 함께 면밀한 밀도감과 안정적인 음압에 최적화한 마이크들을 직접 세팅했다. 2대의 그랜드 피아노, 2대의 업라이트 피아노, 하프시코드 1대, 일렉트릭 기타 2대, 일렉트릭 베이스 1대, 퍼커션 주자 4명, 어쿠스틱 기타 4대를 모두 한 스튜디오 안에 넣는 녹음 방식 또한 그가 내린 결정이었다. (드럼과 또 다른 베이스 1대는 따로 녹음했다.) 리허설로 다져진 연주자들의 즉흥적인 편곡 제안도 그는 공동 편곡자와 긴밀히 상의를 거듭하며 수월하게 받아들였다. 작업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그러던 도중에 松本隆가 갑자기 작업을 중단했다, 아끼던 여동생이 오랜 지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松本隆는 여동생의 장례를 치르면서까지 작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 앨범의 작사를 거의 포기하려고 했다. 大滝詠一는 이 이상 제작을 이어나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설상가상으로 판권 문제까지 얽혀있었다.) 大滝詠一는 작업을 잠시 중단한 후, 상심에 젖은 松本隆를 격려하고 설득했다. 松本隆는 大滝詠一의 설득에 용기를 내어 다시 작업에 임했다. 大滝詠一는 松本隆가 새로 쓴 가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앨범의 사운드를 보다 입체적으로 넓혀나갔다.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후반부의 곡들은 그렇게 탄생할 수 있었다. 앨범은 결국 해를 넘긴 1981년 3월에야 빛을 볼 수 있었다. 그 뒤에 벌어진 성공은 이 앨범이 보여준 풍경만큼이나 찬란한 것이었다.

오오타키는 그 뒤로 『Each Time』(1984) 이라는 수작을 내놓았다. (이 앨범은 오리콘 앨범 차트 1위를 달성했다.) 그러나 『A Long Vacation』처럼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서글픈 아름다움과 대담한 야심이 뭉클하게 어우러질 때 느낄 수 있는 감흥은 그들조차도 다시 재현하지 못했다. 빛나는 계절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앉는다는 예감이 진하게 덧씌워진 앨범은, 슬픔마저도 깊이 들어가지 않은 채 관조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大滝詠一는 松本隆의 슬픔을 받아들였을 뿐, 더 이상 깊이 들어가지 않았다. 예술은 모름지기 그래야한다는 점을 이 앨범은 애틋하게 잘 알고 있다. 서글픔의 정도에 반비례하는 존중이, 이 앨범을 앞으로도 찬란히 빛나게 만들 것이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君は天然色 (그대는 천연색)
    -
    -
    -
  • 2
    Velvet Motel
    -
    -
    -
  • 3
    カナリア諸島にて (카나리아제도에서)
    -
    -
    -
  • 4
    Pap-pi-doo-bi-doo-ba物語 (팝피두비두바 이야기)
    -
    -
    -
  • 5
    我が心のピンボール (내 마음 속의 핀볼)
    -
    -
    -
  • 6
    雨のウェンズデイ (비 내리는 웬즈데이)
    -
    -
    -
  • 7
    スピーチ・バルーン (스피치 벌룬)
    -
    -
    -
  • 8
    恋するカレン (사랑하는 카렌)
    -
    -
    -
  • 9
    FUN × 4
    -
    -
    -
  • 10
    さらばシベリア鉄道 (시베리아 철도여, 안녕)
    -
    -
    -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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