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우리의 뿌리는 하드코어 펑크였다!

Prong 『Songs From The Black Hole』
1,36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03
Volume 10
레이블 SPV/Steamhammer
공식사이트 [Click]

* 이 글은 음악노트(musiknote.com)에도 실렸습니다.


생각해보면 뉴욕 헤비메탈 밴드 Prong은 참 운이 없는 팀이었다. 자신들을 알릴 절호의 기회였던 『Cleansing』(1994)이 발매되던 해 비슷한 성향의 Pantera가 빌보드 넘버원 앨범 『Far Beyond Driven』을 내면서 동료 팀을 머쓱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건 아주 중요한 사실인데 실제로 Prong의 리더 Tommy Victor가 Dimebag Darrell에게 느낀 열등감 비슷한 것은 당시 꽤 심각한 수준이었기에 더 그렇다. 인더스트리얼 메탈과 스래쉬/그루브 메탈을 뭉뚱그린 수작 『Rude Awakening』(1996)까지 자신의 감각을 유지하던 Tommy는 그러나 7년의 공백 끝에 발매한 다음 앨범 『Scorpio Rising』(2003)부터 작곡력 면에서 눈에 띄는 하향세를 보이며 기회를 놓친 자의 회한 같은 음악을 우리에게 들려주었었다. 지난해 발매한 『Ruining Lives』(2014)가 그나마 회생의 기미를 보였음에도 이미 ‘메이저급 언더그라운드 밴드’로서 낙인 아닌 낙인이 찍힌 터여서인지 Prong의 음악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열혈 하드코어 펑크, 헤비메탈 팬이 아니고선 드물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일까. Tommy Victor는 자신의 음악적 과거를 돌아보는 데 10번째 앨범을 할애하기로 한다. 즉, 「Force Fed」(1988)가 아닌「Primitive Origins」(1987)를 Prong의 진정한 데뷔작이라고 말하는 Tommy의 평소 언급이 이번 앨범 「Songs From The Black Hole」(2015)의 발매 배경이 되는 것이다. 하드코어 펑크. 바로 이 장르가 이번 앨범의 주제이다.

 

1. 「Doomsday」 (Discharge)

The Doors가 아닌 The Misfits를 메뉴로 선택한 앨범은 영국 하드코어 펑크 밴드 Discharge 커버로 그 막을 올린다. Discharge는 스래쉬/블랙/익스트림 등 각종 헤비메탈 장르와 크러스트 펑크, 그라인드 코어에까지 크게 영향을 주고 급기야 피-펑크(P-Funk)라는 장르 이름을 남긴 Parliament-Funkadelic 마냥 디-비트(D-Beat)라는 고유명사까지 부여받은 영국 하드코어 펑크 밴드. 이 곡은 그들의 두 번째이자 대표작인 『Hear Nothing See Nothing Say Nothing』(1982)에 수록된 곡으로 원곡의 질주감을 Art Cruz(드럼)의 블래스트 비트가 더욱 부채질하며 Prong의 그 무지막지한 공격 성향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들려준다.


2. 「Vision Thing」 (Sisters of Mercy)

Hüsker Dü의 「Don`t Want to Know If You Are Lonely」와 더불어 앨범에서 가장 대중적일 멜로디와 비트로 무장한 곡. 77년 영국에서 결성된 고딕/하드록 밴드 Sisters of Mercy의 세 번째 앨범 『Vision Thing』(1990)의 타이틀 트랙으로, 쉽고 명쾌한 기타 리프가 Prong의 경쾌한 성향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었는지 짐작케 한다. 이런 멋진 곡이 있던 앨범에 별 두 개를 던진 《All Music》 리뷰어의 멱살을 잡고 싶도록 만드는 멋진 고전이다.

 

3. 「Goofy`s Concern」 (Butthole Surfers)

한 평론가로부터 “펑크와 노이즈, 컨트리와 헤비메탈을 강간하는 음악”이라는 평을 이끌어낸 텍사스 출신 밴드 Butthole Surfers. 어쩌면 얼터너티브 록 팬들은 『Locust Abortion Technician』(1987)이 Kurt Cobain에게 끼친 영향을 먼저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앨범의 쉐프는 엄연히 Tommy Victor. 상쾌한 펑크 리프로 시작해 더블 베이스 드러밍과 팜 뮤트(Palm Mute) 기타 리프로 일순 살벌해지는 초반부, 그리고 헤드뱅잉을 부르는 중반부 근육질 훅은 바로 Tommy Victor가 기억하는 Butthole Surfers이다. Sonic Youth와 Dinosaur Jr.보다 메이저에 진출한 사실이 더 납득이 가지 않는 철저한 언더그라운드 밴드. Prong은 음악 뿐 아니라 그 역설적 숙명까지도 닮아버렸다.

 

4. 「Kids of the Black Hole」 (Adolescents)

The Offspring과 Red Hot Chili Peppers, Mudhoney와 Blink-182 등 90년대 밴드들에게도 큰 영향을 준 하드코어/스케이트 펑크 밴드(1980년 결성) Adolescents의 이 곡은 Prong의 『Prove You Wrong』(1991)이 어디에 빚진 앨범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원곡보단 무거워도 놓치지 않고 재연한 템포 체인지, 듣기에 편하지만은 않은 코드 진행이 『Beg to Differ』(1990)의 그윽한 땀 냄새를 지워내는데 크게 공헌했다고 나는 보는 것이다. 듣는 사람들에 따라선 다른 트랙들에 비해 조금 싱겁고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Tommy는 구성 면에서 이 곡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만드는 사람과 듣는 사람들의 입장은 가끔 이렇게 엇박을 타곤 한다.


5. 「Bars」 (Black Flag)

Adolescents에 못지않게 수많은 펑크/메탈 밴드들에게 영감을 준 미국 하드코어 펑크의 전설 Black Flag. 불량스런 표정의 한 수녀가 다리털이 수북한 한 남자의 다리를 부여잡고 있는 재킷이 인상적이었던 『Slip It In』(1984)에 바로 이 곡이 수록되어있다. 나는 늘 Prong의 초기작들과 Tommy Victor에게서 Black Flag의 초기작들과 Henry Rollins의 그늘을 느끼곤 했는데 이렇게 그 증거물을 실시간으로 접해보니 나름 감개무량하다. Metallica와 Pantera의 합성이니 뭐니 해도 Prong 음악의 뿌리는 어쨌거나 하드코어 펑크였다.

 

6. 「Seeing Red」 (Killing Joke)

포스트 펑크에서 고딕/인더스트리얼 록까지를 커버하는 노팅힐 출신 록 밴드 Killing Joke는 그 영향력을 넘어 Prong과 따로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팬들은 아마 Paul Raven이라는 이름을 기억할 것인데 그는 바로 『Cleansing』(1994)과 『Rude Awakening』(1996)이라는 두 명반에 이름을 남긴 Killing Joke 출신 베이시스트였던 것이다. 이 곡은 《Alternative Press》에서 만점을 준 비교적 근작 『Killing Joke』(2003)의 8번 트랙으로 본래 비슷했던 Jaz Coleman의 보컬 색은 물론 연주 면에서도 거의 원곡을 해치지 않고 있다. 그만큼 Tommy가 좋아하고 아꼈던 팀과 곡이었던 것 같다.

 

7. 「Don`t Want to Know If You Are Lonely」 (Hüsker Dü)

8~90년대 (하드코어)펑크, 얼터너티브 록 밴드들에게 진한 영향력을 행사한 Hüsker Dü. 이 밴드는 Prong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는데 「Don`t Want to Know If You Are Lonely」가 들려주는 거칠고 단순한 펑크 코드와 그 아래를 흐르는 말간 멜로디는 언젠가 Green Day도 커버했던 것이다. 다른 명반들을 제쳐두고 비교적 범작인 『Candy Apple Grey』(1986)에서 추출한 이 곡을 Tommy는 원곡에는 없던 헤비 그루브를 얹어 Zakk Wylde도 울고 갈 날카로운 피킹 하모닉스로 포인트를 줘 요리했다.

 

8. 「Give Me the Cure」 (Fugazi)

여덟 번째 트랙은 워싱턴이 낳은 포스트 하드코어 밴드 Fugazi의 오래된 EP 『Fugazi』(1988)에서 가져왔다. 물론 Tommy가 이 곡에서 주목한 곳은 아르페지오 리프의 운치가 아닌 기타의 왜곡(Distortion)과 보컬의 외침으로 반전하는 1분30초대와 2분30초대 사이였을 것이다. Tommy는 아마 Ian MacKaye의 보컬 스타일에도 영향을 받았던 듯하다. Fugazi는 EP를 내고 2년 뒤 그 유명한 『Repeater』(1990)부터 시작해 명반 고공행진을 이어나갔다.

 

9. 「Banned in DC」 (Bad Brains)

펑크와 훵크에 레게, 소울까지 얹어 말 그대로 대안(Alternative)의 록을 들려준 Bad Brains의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이 앨범의 주제를 우리가 잊었나 싶었는지, 아니면 Prong의 음악적 정체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자는 뜻에서인지 Tommy는 이렇게 앨범 꼬리에 「Doomsday」에 맞먹는 순혈 하드코어 펑크 트랙을 한 곡 더 배치했다. Tommy의 멜로딕 기타 솔로가 좋은 이 곡은 The Offspring이라는 밴드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들려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10. 「Cortez the Killer」 (Neil Young)

캐나다의 Bob Dyaln이라고는 하지만 Neil Young은 음유 시인 운운 전에 일단 기타리스트로서 먼저 다뤄져야 하는 인물이다. 그의 명반 『Zuma』(1975)에서 가져온 이 곡의 기타 연주를 들어보면 내가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Tommy Victor도 마찬가지다. 그를 Prong의 리더이자 탁월한 리프 메이커로 아는 사람들은 그가 가진 기타리스트로서 자질을 자주 간과하는 듯 보인다. 마치 『Far Beyond Driven』(1994)에서 Dimebag Darrel이 「Planet Caravan」으로 Tony Iommi를 따로 추억한 것과 비슷한 맥락의 이 곡은 그래서 기타리스트 Tommy Victor의 연주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지점이다. 물론 Neil Young의 그 정신과 정서도 Prong의 음악에 알게 모르게 침투해있을 것이라는 건 이 음악이 가진 깊은 마이너 성향에서도 어렵잖게 알 수 있겠다. Neil이 자신의 밴드 Crazy Horse와 남긴 이 아름다운 연주는 《Guitar World》가 뽑은 ‘위대한 기타 솔로 100’에서 37위, 《Rolling Stone》이 선정한 '위대한 곡 500'에서 321위에 오르며 그 불멸성을 공인받았다.


Tommy Victor는 이 앨범을 가리켜 “Prong의 사운드를 만들어준 광대한 풍경”이라 자평했다. Prong의 팬이라면 그 말에 당연히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을 처음 듣는 사람이라도 록(특히 펑크와 헤비메탈) 음악을 사랑한다면 이 앨범도 사랑할 가능성이 높다. 이름 모를 록 뮤직 애호가들로부터 그 사랑을 구하기 위해 난 지금 이 글을 쓴 것이다.


Credit

Tommy Victor - Lead Vocals, Guitar
Jason Christopher - Bass, Backing Vocals
Art Cruz - Drums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Doomsday
    -
    -
    -
  • 2
    Vision Thing
    -
    -
    -
  • 3
    Goofy\'s Concern
    -
    -
    -
  • 4
    Kids from the Black Hole
    -
    -
    -
  • 5
    The Bars
    -
    -
    -
  • 6
    Seeing Red
    -
    -
    -
  • 7
    Don\'t Want to Know If You Are Lonely
    -
    -
    -
  • 8
    Give Me the Cure
    -
    -
    -
  • 9
    Banned in D.C.
    -
    -
    -
  • 10
    Cortez the Killer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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