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포스트- 동네의 영리한 신인

Beak 『Let Time Begin』
1,019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4.09
Volume 1
레이블 Someoddpilot Records
공식사이트 [Click]

* 이 글은 잡지 《파라노이드》에 실린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2010년대 메탈 씬에서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가 큰 틀에서 헤비메탈이라는 장르의 자장 안에 위치하지만, 헤비메탈이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음악을 하는 밴드가 급속도로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이전까지 타장르와 매쉬업을 통해 한계를 돌파했던 뉴-메탈이나 메탈코어 열풍, Black Sabbath로 대표되는 고전의 현대적 발현인 스토너/슬럿지 계열과 이들의 음악과는 다소 다르다. 규정짓기 모호하기에 “포스트(post)-”라는 접두어를 달고 있는 이 헤비니스 음악은 장르 규정의 애매함만큼이나 음악적으로도 다양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포스트 메탈이 무정형 음악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1980년대를 집어삼켰던 포스트모던 사조를 떠올려보라. 20세기 중반까지(어쩌면 한국은 여전히) 우리의 삶을 규정지었던 모더니즘을 뛰어넘거나 그 다음 단계의 무엇이라 칭해지며 등장했던 포스트모더니즘. 당대에는 하나의 잣대로 규정할 수 없다던 이 포스트모던조차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철학적, 예술적 흐름의 특정한 경향성으로 정리되지 않았는가. 심지어 포스트모던은 이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개념이 돼버렸다. 이 사례에 비춰 생각해보면 포스트 메탈 역시 어떤 경향으로 모양 지워지는 게 이상하지 않다. 2000년대 들어 포스트 메탈이라는 딱지를 달았던 ISIS, Cult Of Luna부터 Tool에 이르는 다종다양한 음악들도 현재의 분위기에선 어떤 형태로 수렴되어지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Beak의 첫 정규앨범인 『Let Time Begin』을 들으며 막연했던 느낌은 확신에 가까워졌다.


Beak의 사운드는 선배들이 그러하듯 클린 톤의 기타와 퍼즈와 디스토션이 섞인 자글거리는 톤의 기타가 공존한다. 드럼은 철푸덕 대는 소리처럼 들릴 정도로 낮게 튜닝 되어 묵직하게 소리의 기반을 다진다. 그렇다고, 베이스와 드럼이 슈게이징 계열처럼 낮은 톤으로 넋 없이 흘러가느냐하면, 반드시 그렇진 않다. 늘어지는 톤의 드럼 라인이 일순간 매섭게 공격적인 변박을 푹 찔러 넣는다. 그래서 리듬은 복잡하면서도 우직하다. 이러한 드럼의 리듬 덕분에 두 대의 기타가 만드는 다른 소리는 덕분에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보컬이 등장하는 장면이 많진 않다. 하지만 John Slusher의 노래는 스크리모 계열의 보컬임에도 중저음의 톤으로 단단히 뭉쳐있고, 밴드의 두툼한 소리 속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들려준다.

 

이 4인조 밴드는 1970년대를 연상시키는 고전적 톤의 키보드를 삽입하거나 보코더의 사용을 통해 꽤나 복잡한 기타-드럼-베이스 연주 위에 자신들의 개성을 추가한다. 포스트 메탈을 근간으로, 스토너/슬럿지 계열의 요소도 적절히 차용한 셈이다. 아주 영리하게도 '포스트-'가 붙었던 장르 대부분이 가지고 있던 일종의 관습, 즉 폭발하기까지 아주 긴 예열의 시간을 가졌던 곡의 구조도 적절히 길고 적절히 짧게 끊어냈다. 7분 이내로 곡의 길이를 (나름 대폭) 줄였고, 몇 곡은 아예 트랙을 분리했다. 감정을 고조시키는 대목을 나름대로 하나의 독립된(그래서 완결성을 지닌) 곡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2000년대 초반의 밴드들이라면 9, 10분대의 한 곡으로 배치했을법한 노래를 2분(「Over the Shelter, the Morning Breaks」)과 6분(「Fiery They Rose」)짜리 두 곡으로 나눠버리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곡의 펀치력은 높아졌고, 남성적이고 함축적인 사운드를 즐기는 정통 헤비메탈 팬들에게도 어필하기 좋은 곡을 다수 가진 앨범으로 귀결되었다.

 

광활한 공간감을 주는 프로그레시브 계열의 사운드와 묵직한 헤비메탈적 요소 사이의 배합이 좋은 앨범이다. 「Into The Light」, 「The Breath Of Universe」, 「Fiery They Rose」 같은 곡은 특히나 발군이다. 여러 장르가 균형 있게 충돌(?)하며 청자의 귀에 밴드 Beak의 사운드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족적을 남긴다. 이 앨범이 EP 『Eyrie』(2012) 단 한 장만을 발표한 신인의 첫 정규앨범이라는 게 놀랍다. 물론 밴드의 음악은 변해갈 것이다. 당장 전작에 비해 늘어지거나 풀어지는 요소를 철저하게 잘라낸 것을 보면, 향후에는 Mastodon과 같은 사운드로까지 감량할 수도 있겠다 싶다. 「Into The Light」는 이러한 예상에 힘을 실어주는 트랙이기도 하다.

 

비크의 음악은 모호했던 포스트 메탈을 규정하는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다. 덕분에 장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하는 팬들에게 공격받을지도 모른다. 또 상업적이라는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장르의 틀을 장르의 전통을 통해 극으로 몰아가며 깨보려는 시도는 언제나 신선하고, 언제나 높게 평가받아 마땅하다. 


Credit

[Member]
Andy Bosnak : Guitar, Vocals
Chris Eichenseer : Drums
Jason Goldberg : Bass, Keyboards, Vocals
John Slusher : Guitar, Lead Vocals

[Staff]
Produced by Beak
Recorded and Mixed by Neil Strauch at Electrical Audio Studio and Soma Studio, in Chicago.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Souls In Streams
    -
    -
    -
  • 2
    Light Outside
    -
    -
    -
  • 3
    The Breath Of Universe
    -
    -
    -
  • 4
    Let Time Begin
    -
    -
    -
  • 5
    Into The Light
    -
    -
    -
  • 6
    Carry A Fire
    -
    -
    -
  • 7
    Over The Shelter, The Morning Breaks
    -
    -
    -
  • 8
    Fiery They Rose
    -
    -
    -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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