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디스코의 리듬과 뉴웨이브의 청량감을 가볍게 가져오긴 했으되, 본질적으로는 보컬의 음색을 잘 살린 미드템포의 유로팝 스타일 댄스곡에 가장 가깝습니다. 보컬의 음역폭은 크되 이를 차분히 소화해서 격정적인 느낌은 덜어내고, 편곡 또한 과도한 전개는 지양하면서 자연스러운 흐름에 집중하죠. 깔끔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보컬이 중심에서 가장 먼저 돋보이고, 신스와 기타 태핑, 잘게 쪼갠 비트라인 등으로 디테일을 더하는 구성에도 아기자기한 듣는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이나 순간의 임팩트는 약해서 자연스레 흘러 지나간 뒤 선명하게 남는 인상은 부족한 것이 곡이 지닌 약점이기도 합니다. ★★★

[유성은] 십수년전 조영수-박근태-김도훈과 함께 한국식 미디움 템포 발라드의 총아로 메이저 씬을 풍미하다, 연기 활동에 집중하며 긴 시간 공백기를 보낸 후 오랜만에 발표한 곡이다. 근래 유행하는 누디스코에 뉴웨이브를 버무린 댄서블한 곡으로 근래의 영미팝 트렌드에 가까운 아련하면서도 우아한 음악을 구현해냈다. 씨야 시절에는 기존 멤버들과의 합을 만들기 위해 주로 저음을 담당했었지만, 이 곡에서는 오랜 기간이 지났음에도 풍화하지 않은 아름다운 중음과 고음으로 맑으면서 심지가 단단한 음색을 들려준다. 긴 시간을 거치면서 겪어온 삶의 협주곡과 만화경, 심지어 삶의 불협화음까지도 모두 음악에 싣고, 팬들이 오랜 기간 기다려온 성숙한 설레임으로 이렇게 돌아왔다. ★★★

[이아림] 『기적:奇跡』은 어떤 앨범이라 부르면 좋을까. 이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가 될 것이다. 2006년, 그룹 ‘씨야’의 리더로 데뷔했던 사실에 초점을 맞춘다면 솔로 활동으로 여길 것이고, 지난 10여 년간 배우로 활동해 온 만큼 이번 앨범을 오랜만에 가수로써 복귀한다는 사실에 집중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앨범이 ‘가수 남규리’의 데뷔작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그룹의 해체를 알렸던 『See You Again』(2011) 이후로 처음 선보이는 자신만의 곡이기 때문이다. 물론 「깊은 밤을 날아서」(2007)를 시작으로 남규리가 솔로 가수로서 발매한 음원은 꽤 많지만, 「Halo」의 특별함은 리메이크나 OST가 아닌 오롯이 남규리를 위해, 남규리에 의해 만들어진 신곡이라는 점이다. 「Halo」는 장르적 측면에서도 기존과 다른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지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남규리의 표현력이다. 미디엄템포의 댄서블한 곡은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후렴을 향해 고조되는 동안 벌스는 탄탄함으로 힘있게 진행되고, 때로는 속삭이는 듯한 가벼움을 보여준다. 그 결과 노래는 보컬의 차분함을 원동력 삼아 흥겨움보다는 산뜻함과 처연함을 남긴다. 그동안 그의 음악 속 주요한 골자가 중저음의 소울풀한 보컬이나 하이노트 및 가성으로 말간 음색을 강조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노래는 앞선 특징들을 적절히 섞어내었다. 투명한 유리구두와 보석, 오로라를 지나, 무대 위 남규리의 모습을 담은 영상은 탈퇴와 재합류, 해체까지 개인이 가진 서사와 맞물리며 묘한 감상도 드는 곡이다. 작사, 작곡에 직접 참여했다는 사실이나, 공간감을 더함으로써 예전보다 성숙해진 목소리를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음악이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