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91-2] 전영세트리오 「Like A Fantasy (feat. 남예지)」

전영세트리오 『Like A Fantasy』
15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4.02
Volume 4
장르 재즈
레이블 제로버드
유통사 미러볼뮤직
공식사이트 [Click]

[정병욱] 모던과 컨템퍼러리, 세션과 개인 작업을 가리지 않고, 재즈 언어 구사와 무드 연출에 있어 모두 좋은 작곡과 연주를 선보여온 전영세트리오의 네 번째 정규앨범이다. 첫 번째 앨범(『In Autumn』(2007))에 삶과 자연을, 최근 두 곡을 수록한 싱글(『변한다』(2019))에 보컬과의 협업을 담았던 그는, 이번 앨범에서 보컬 남예지와 함께 우주에 대한 내면의 판타지를 다뤘다. 타이틀곡인 이 곡은 ‘진지한’ 재즈 힙합을 지향한다. 진지하다는 포인트가 꽤 중요하다. 반복 청취에 적합한 부드러운 감성과 세련된 분위기 연출로 근래 각종 플레이리스트에 자주 등장하며, 재즈 힙합이 언제부터인가 배경음악 정도로 치부되었던 현실에 작은 반기를 들고 있다. 몽환적인 분위기와 사운드, 블록 코드가 중점이 된 단순화한 반주와 드럼의 반복적인 패턴 연주, 시적인 가사를 배경에 얹는 형식은 재즈 힙합의 전형에 가깝다. 갈수록 변주와 다이내믹의 디테일을 더하고, 즉흥성 두드러지는 후주를 덧대는 방식을 통해 곡과 앨범의 주제를 깊이 파고드는 진행은, 이 곡만의 강점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 무수한 좌절에도 누군가 여전히 꿈을 꾸고 그것이 현실의 뚜렷한 한계에 예쁘고 모호한 균열을 낼 수 있음을 이 곡이 들려준다. ★★★☆

 

[조원용] 앨범은 우주적인 심상을 등에 업은 채 진행된다. 그중 표제곡 「Like A Fantasy」는 남예지의 몽환적인 목소리로 증폭시킨 환상성을 마주할 수 있다. 의도적으로 뚝뚝 끊기며 반복되는 피아노로 시작하는 곡은 이내 ‘네버랜드’를 회상한다. “어릴 적 신나게 꿈꾸던 나의 네버랜드”는 마치 판타지처럼 “현실 속에 남”는다. 이는 움직이고 있는 듯하지만 변함없이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기억과 시간에 대해 진술하는 과거의 파수꾼과도 같다. 피아노는 기본적으로 상승하는 멜로디를 그리지만 리프 사운드처럼 반복되면서 닿을 듯 말 듯한 꿈의 투명성을 대신한다. 후반부 남예지의 아스라이 멀어지는 듯한 스캣과 부지런히 쪼개지는 드럼 비트는 상반되면서도 유려하게 엮인다. 곡 말미의 피아노 솔로는 ‘네버랜드’에서의 여러 장면들을 부단히 묘사한다. 간결하고 명료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전영세 트리오의 특징이 드러나는 곡. ★★★

 

[차유정] '스무드(Smooth)' 라는 단어를 오랜만에 떠올렸다. 딱 부러지게 감정적으로 치고 들어가는 지점이 없는 연주의 포인트들과 라운지 뮤직에서 들어봄직한 그루브가 조금 탐탁치 않긴 하지만, 자연스러움이라는 의미를 최대한 뽑아내면서 편안함 자체가 뜨뜻미지근하게 굴러가지 않도록 보컬이 그 중심을 잡아준다. 나른함이 주는 심연과 편안함이 주는 뭉근한 기분이 잘 섞여드는 곡이다. ★★★☆

 

[천경철] Lyle Mays, Michel Petrucciani, Carla Bley. 음악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다른 음악을 꺼내드는 것은 사실 큰 결례다. 마음에 그 즉각 떠올랐는데도 굳이 입을 닫는 것은 크나큰 반칙에 해당하지만. 여하튼 음악적 고려를 회화적으로 길어 올리는 능력 하나는 혀를 내두를 만하다. 더한 표현이 있다면 상찬을 하고 싶다. 카메라가 데이터를 출력한다면 사람의 시선은 세계관을 낳는다. 나는 이 싱글이 어떤 세상을 그리고 있는지 느낀다. 느낌은 설명할 수 없을 뿐더러 논평할 수 있는 대상은 더욱 아니다. 세상이 마음 속으로 들어오는데 통로를 설명하는 일은 노곤한 작업이고 나는 그것이 마땅치 않다. 이미 펼쳐진 그림을 두고 물감이나 팔레트를 사색하거나 이미 들어 온 세상을 두고 통로에 대해 '생각'하는 일에 의문을 품은 까닭이다. 철학자 김영민은 "하루 종일 생각에 몰두하느라 책 한권 못 읽는 경우가 많으며 이 같은 것을 '자전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악보로 표시되는 음표의 경우의 수나 벤다이어그램, 혹은 그것을 프린트 하는 악기의 기교는 세계관이 드나드는 통로에 불과하다. 음악은 그 너머에 있었거나 통로의 출구로부터 이미 멀리 나가 있다. 음악은 듣는 자만이 그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생각'의 착오에 빠질 수록 음악으로부터 멀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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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Like A Fantasy (feat. 남예지)
    남예지
    전영세
    전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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