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81-3] 예빈 「Lost In Her Shadow」

예빈 (Yebin) 『Lost In Her Shadow』
30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12
Volume SP
장르 일렉트로니카
레이블 100마일즈
유통사 와이지플러스
공식사이트 [Click]

[이아림] 전자음악은 통상적으로 클럽에서 흘러나올 법한 빠르고 흥겨운 음악이라 여겨지곤 한다. 이러한 인상대로 예빈의 음악 역시 둠칫둠칫 리듬을 타게 만들지만, 어지러운 사운드 사이로 퍼져나가는 앨범의 정서는 즐거움보단 불안에 가깝다. 상실과 그림자란 단어의 어감이 부정적인 만큼 예빈이란 이름으로 발매한 첫 작품 『Lost In Her Shadow』는 이름처럼 다소 어두운 분위기를 담고 있으며 하나의 곡 안에서 갖은 노이즈와 뚝뚝 끊어지는 적막이 공존함으로써 듣는 이로 하여금 혼란을 야기한다. ‘자스빈(JASBIN)’이란 이름으로 발매했던 데뷔곡 「Riot」(2020)에 비하면 온건하고 정적이지만, 마치 불안의 정도가 높을수록 신경이 곤두서며 예민해지듯 4개의 트랙은 점진적으로 위태로움을 자아내고, 이를 구성하는 전자음은 잘 벼려진 칼날처럼 하나같이 날카롭다. 예빈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단순하게 여겨질 정도로 일정한 박자에 맞춰 프레이즈를 지속함으로써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동명의 타이틀곡 역시 10초가량 예열한 뒤 3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동일한 비트를 반복하는데, 이 곡의 가장 독특한 점은 전반부의 규칙적인 흐름이 기이함을 자아낸다는 것이다. 그 결과, 군데군데 등장하는 여성의 목소리는 단말마의 비명처럼 흔적만을 남기고, 순백의 무결한 방이 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것처럼 균일함이 되려 안정감을 해친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에 비해 무질서한 후주의 변주와 적막은 역설적으로 결연하게 느껴진다. 빛과 그림자가 반대됨으로써 상호 간의 존재감을 명확히 만드는 것과 같이 불안과 안정 역시 상대적이지만 상생한다. 양극단에 위치한 개념이 혼재할 때 인간이 겪는 혼란을, Fernando Pessoa의 『Livro do Desassossego (불안의 서)』(1982)를 청각으로 표현한다면 이렇지 않을까. 아티스트 스스로 밝혔듯, 앰비언트와 익스페리멘탈, 글리치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섞인 음악은 난해하게 들리기도 하나 음반 전체를 보면 트랜스처럼 ‘불안’이란 대분류 하에 기승전결을 보여준다는 것 역시 인상적이다. 내레이션 마냥 조곤조곤 읊조리는 ‘Pain, Death, You’로 포문을 열고, 전파의 수신을 방해하듯 긴박하게 호소하는 ‘Howling at the Blue’로 끝맺는 음반에서 텅 빈 내면에서 자아를 찾는다는 주제를 전위적으로 풀어낸 음악이다. ★★★★

 

[정병욱] 노이즈와 글리치의 활용이 반드시 내향적 폭발, 외향적 전위성을 내포하지만은 않는다. 신인 예빈은 데뷔 EP를 통해 자신이 거친 질감의 재료들을 단순하지 않게, 동시에 영리하게 활용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데뷔 EP와 같은 제목의 타이틀곡 「Lost In Her Shadow」가 대표적. 이 곡이 흥미로운 건 독특한 질감의 사운드 합 때문만이 아니다. 자아의 상실과 이로 인한 혼란, 불안을 드러내는 곡으로 마땅히 어두운 질료들을 모았지만, 소재와 주제와는 반대로 꽤 질서정연한 구성과 진행에 장점이 있는 곡이기도 하다. 재료들을 때려 넣거나 흩어놓는 게 아니라 충분한 여백을 두고 분산해 배치한 채 부분의 변화를 통해 서서히 이야기를 진행한다. 근래 많은 일렉트로닉 싱글이 보이는 발전적인 면모마냥 이는 재밌는 놀이이기도, 감상적인 트랙이기도, 다소 추상적일지언정 여전히 매력적으로 흔들리는 댄스 트랙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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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Lost In Her Shadow
    예빈
    예빈
    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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