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79-5] 테호 「이진법으로 만든 신」

테호 (Teho) 『Teho4』
33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11
Volume 4
장르 재즈
레이블 스튜디오로그
유통사 마운드미디어
공식사이트 [Click]

[정병욱] 아방가르드는 어쩔 수 없이 ‘난데없는 제시’와 ‘그럴듯한 설득’ 사이 치열한 공방을 통해 미학을 조율한다. 때때로 음악과 무대만으로 좁힐 수 없는 거리는 제목의 함의나 음악가의 설명을 통해 메워지기도 한다.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던 네 연주자가 모인 이 아방가르드 프로젝트는 『Teho1』(2020) 이후 3년 동안 무려 4장의 정규앨범을 완성하며 방법론이 무르익었다. 연주의 합을 만드는 데 있어 비중이 치우치지는 않으나, 결국 즉흥 연주의 중심을 이루는 알토 색소폰(김성완)의 표현 폭과 깊이, 강렬하고 불친절하면서도 그것이 자아내는 다이내믹의 변화가 앨범 전체적으로 충분히 몰입할 수밖에 없는 서사를 완성한다. 앨범의 도입부로써 스토리텔링의 인상을 결정짓는 이 곡의 역할이 크다. 몰아칠 만큼 몰아치면서도 정돈된 테마와 분위기를 완전히 놓지 않는다. 뒤잇는 트랙 「땅을 파헤치는 손」의 진을 빼지도, 피로도를 높이지도 않은 채, 이들의 다이얼로그가 정서적 소통과 전위적 질주 둘 다 포기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

 

[조일동] 즉흥 연주에서 가장 빛나는 연주자는 드럼이라고 생각한다. 고정된 곡의 구조를 파훼하는 가장 강렬한 방식은 리듬의 굴레에서 벗어나면서도 리듬을 지키느냐에 있고, 그걸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악기가 바로 드럼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드럼은 즉흥 연주에 참여한 다른 연주자의 감각을 밴드의 음악으로 살려내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드럼이 전체 리듬을 견인하지 않으면 하나의 음악이 아니라 각 악기의 자위로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민상용의 드럼이 굳건하기에 이태훈은 변칙적인 플러킹으로 코드를 풀어가고, 김성완은 색소폰 멜로디를 기타 사이로 버무리다 폭발시킬 수 있다. 물론 이 모두 뒤에 전체를 아우르는 진수영의 피아노가 드럼과 교대해가며 리듬 악기의 자리를 지킨다. 아슬아슬함의 미학이 서로의 즉흥 사이를 가로지른다. 그런데 초조해지기보다 흥미진진함이 점점 커진다. 그렇다면 이 연주에 담긴 네 사람의 합은 꽤나 성공적이었다고 박수를 보내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

 

[차유정] 어중간 하고 힘없는 단어지만 현대와 고대를 오가는 단어 이진법과 신. 0과 1의 반복이 가져온 현대의 시간은 인간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만든 부분이 있긴 하지만, 끓어 넘치는 사고의 전환점 자체를 차단하거나 단죄하는 오류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음악은 다른 것보다 완벽함 속에 숨겨진 오류와 '감정'이라 일컫는 정돈되지 않는 생각의 형태를 최대한 솎아내지 않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불협화음 자체가 불안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이상한 '처량맞음'이 불편할 수 있다. '무엇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 신종불안으로 자리잡은지 오래인 지금, 중요한 것은 견디는 마음 자체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둔 채 바라보고 흘려보낸다는 인간 감정의 미덕에 대해 격렬한 회오리를 그리며 전달한다. 적당하게 정돈한 딱딱 끊어지는 생각의 마디만 듣다가, 정돈이 없이도 납득할 수 있는 음들이 난입하는걸 듣고 있자니 역으로 속이 다 시원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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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이진법으로 만든 신
    -
    이태훈, 진수영, 김성완, 민상용
    이태훈, 진수영, 김성완, 민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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