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만화 《명탐정 코난》(1994)의 캐릭터 유미란에서 활동명을 따온 래퍼, 미란이의 네번째 솔로 싱글. 싱잉 랩과 노래 보컬을 한 곡 내에서 모두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장점이다. 《Show Me The Money 9》(2020) 참가 이전에 발표한 세 곡의 싱글들에서는 트랩 비트에 오토튠으로 변조한 싱잉 랩을 꽤 높은 톤으로 구사하는 스타일이었으나, 「Daisy」에서는 반대로 ‘플로우가 있는 싱잉’을 중심에 두며 확 달라진 모습을 선보인다. (오히려 랩의 역할은 피쳐링으로 참여한 피에이치원에게 더 많이 맡겼다고 할 수 있다.) 곡 자체는 기타 샘플을 활용한 어쿠스틱 그루브로 시작해 전자음의 텐션을 올리는 드롭 파트까지 그루비룸의 프로듀싱 스타일에서 큰 변화는 없어보인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란이가 뽑아낸 라임 속의 메시지다. 「VVS」(2020)에서 담았던 ‘가난 탈출’의 소망보다는 덜 직설적이지만, 성공의 기회를 이제 막 잡은 자신의 심리와 의지를 솔직하게 풀어낸 점이 매우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세련된 옷으로 갈아입은 그녀의 모습이지만, ‘때깔’이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모습이라 안심할 수 있는 트랙이다. ★★★

[열심히] 《Show Me The Money 9》에서의 압도적인 성과에 비해, 그 이후 방송의 스토리텔링 및 경쟁구도 상의 존재감을 배제한 음악 자체만으로의 미란이를 접하기에는 사실상의 첫 싱글입니다. 특유의 톤이나 랩 스킬의 풋풋함에 솔직한 캐릭터 등의 장점도 있고, 그루비룸 주도의 팀 프로듀싱도 안정감 있는 사운드를 만드는데 공들인 티가 역력합니다. 하지만 아직 한 곡을 완연히 몰고 가기엔 단조롭거나 빠듯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보니, 피쳐링을 신의 한 수로 써서 슬쩍 넘어갑니다. 오토튠을 얹은 피에이치원은 긴장감이 풀어질 때 즈음 확실하게 치고 들어오면서 비중은 딱 적절한 시점에 멈춰주거든요. 사운드나 랩 퍼포밍보다 아쉬운 건 가사와 메시지입니다. 힙합의 저변이 10대 팬층까지 넓어지고, 어엿한 대중가요 장르로 들어온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편하게 생각하면 그런가 싶기도 하지요. 하지만, 흡사 계몽소설을 읽는 듯 순박한 자기다짐식 가사에 좀 세보이는 소절이나 단어를 몇 개 향신료처럼 의무적으로 넣은 듯한 가사가 역으로 굉장히 상투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녀의 현재를 대변하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같은 정서를 보다 깊숙이 찌를 수 있는 말그릇들이 여럿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

[유성은] 대성공 시즌인 《Show Me The Money 9》에서 유일한 여성 랩퍼로 존재감을 발휘하던 미란이의 신곡이다. 프로그램 내내 미란이와 줄곧 함께 한 프로듀서 그루비룸이 참여한 이 곡은, 폭발력이나 중독성에 치중하기 보다는 미란이 본인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려주는데 주력한다. 사실, 프로그램 상에서도 프로듀서들의 서포트와 머쉬베놈의 강력한 존재감이 있었지만, 사람들이 미란이를 주목한 이유는 그녀의 애티튜드와 진심어린 가사 때문이었다. "넘어져 찢기고 버려져도/ 다시 털고 일어나면 그만인데/ 난 숨을 이유가 없어" 같은 가사에도 드러나듯, 여전히 들꽃같은 현재의 미란이가 느끼는 감정과 태도를 가사로 옮기는 음악적 역량이 탁월하다. 싱잉랩의 톤도 쇼미더머니를 거치기전보다 훨씬 세련되게 다듬어졌고, 생각보다 빠른 템포의 비트 임에도 또렷하게 내용을 전달해 주는 스킬이 돋보인다. 후렴으로 가면서 감정의 고조를 향하는 곡의 전개를 끝에 끌어올려 터뜨리지 않고, 오히려 슬쩍 넘겨버리는 부분도 오히려 특별하게 다가왔다. 찾아올 봄과 희망에 대한 미란이만의 간절함이 느껴지는 싱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