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86-3] 미치 「Overnight」

미치 (Miichi) 『Bypass』
260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4.01
Volume EP
장르
레이블 애프니어시스템
유통사 지니뮤직, 스톤뮤직 Ent.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전체 사운드를 책임지는 신시사이저 파트를 비롯한 멤버 개개인의 역량도 물론 좋지만, 리듬 기타나 드럼, 베이스를 비롯한 밴드 사운드가 곡에 참 잘 붙는다는 사실을 먼저 짚어야겠다. 잘 만든 밴드 사운드라는 (생각보다 단단한) 코어를 쥐었는데다가 보컬이나 개별 연주 파트에 대한 볼륨을 잘 조절해서, 곡이 주고자 하는 ‘망각 속의 방황’이라는 감정을 사운드로 잘 풀어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사운드라면 있을 법한 속도감의 저하나 캐릭터의 와해도 없거니와 감정을 이끄는 힘 또한 충분해서 듣는 사람에게 쓸데없는 피곤함을 떠넘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들의 피곤은 실상 ‘당신’을 만나기 위한 촉박한 발버둥이라는 사실에도 쉽사리 공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물론 이러한 결과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결국 멤버들의 역량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해야겠다. 그들의 내실 있는 역량이 없었던들 이 곡의 안정적인 완성도는 결코 이뤄질 수 없었다. ★★★☆

 

[김성환] 싱글 「Bad Day」(2022)로 데뷔한 밴드 미치가 1년간의 공백 이후 발표한 첫 번째 EP 『Bypass』(2024)의 타이틀곡. 애프니어의 기타리스트 강건구(Get.Ku)의 주도로 같은 밴드의 멤버 유승현(베이스), 김동하(드럼), 엔소니우스(신시사이저/미디) 등으로 결성한 이 팀의 음악은 꽤 대중적 신스팝/록의 범주 안에 있다. (특히 엔소니우스는 아이즈원과 우주소녀의 프로듀싱에도 참여한 경력이 있다.) 어떤 의미에서 사운드가 지나치게 깔끔해서 K-Pop 아이돌 록밴드의 사운드라 표현해도 과하지 않은데, 오히려 그 점이 이들만의 개성을 살려주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이 곡의 경우에도 도입부의 매끈하게 뽑은 건반 사운드와 80년대 뉴웨이브-일렉트로닉 팝밴드들의 지향점을 계승하는 곡의 드라이빙감 있는 분위기가 청자에게 일종의 차가우면서도 ‘시원한’ 기운을 선사한다. 가는 미성과 가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보컬 라인 역시 그냥 전체 사운드의 일부인 것처럼 곡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80년대적인 사운드를 지향하는 밴드와 곡들은 인디 씬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기에 이들이 어디까지 주목받을 수 있을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이 곡만큼은 밴드가 추구하는 지향점을 완벽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이아림] 유닛 형태라 불러도 좋을 만큼 애프니어의 영향력이 지대한 팀이지만, 한편으로는 장점을 일부 답습한 수제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애프니어사운드시스템의 프로듀싱에 강건구, 유승현이 멤버라는 점에서 애프니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다. 그러나 레드하우스의 보컬과 음악의 서정성은 미치를 애프니어와 명확히 구분짓는다. 모바일 게임 《신의 탑 M》(2022) OST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밴드라는 사실도 독특하지만, 이펙터를 건 듯한 보컬에서 퍼지는 공허함과 작지만 단단하게 목소리를 받쳐주는 연주의 조화 또한 독특한 지점이다. 특히, 「Overnight」은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밝지만, "그 끝엔 나 잃을테니 youth"와 같이 시간의 흐름과 상실을 노래한다. 지난밤의 기억을 "그냥 잊어줄래 나처럼"이라 말하는 보컬의 음색은 다소 씁쓸한 맛을 더한다. 그러나 동시에 오늘, 현재에 초점을 맞춘 노래는 유한한 순간을 찬미하며 듣는 이에게 희망을 선사한다.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하는 사람이라면 미치가 무심하게 툭 건네는 위로를 은연중에 느낄 것이다. ★★★★

 

[조일동] 지난 몇 년 사이 팝 성향의 밴드들이 발표하는 곡이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좋은 연주력과 간명한 편곡으로 이음매가 깔끔한 음악이다. 이 곡도 그러한 흐름 한 가운데 위치한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공간계 이펙터를 영리하게 사용하고 샘플링을 예쁘게 가다듬은 나머지, 너무나도 매끈한 연출로 노래를 귀결짓는다는 점이다. 곡 막판에 기타와 신시사이저 간주가 치고 나오지만, 연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엔 흔적만 남기고 빠르게 지나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가사처럼 지나버린 사랑의 허무와 그리움이 시간 속에 흘러버린다는 코러스 내용을 연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필름이 끊어지게 술을 마시고, 담배를 태우고 있어도 잊히지 않는다는 버스 속 가사가 자꾸 맴돈다. 숙취로 몸을 가누지 못하겠다며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머리는 산뜻하고 화장은 깔끔한 드라마 속 여주인공을 음악으로 만나는 기분이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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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3
    Overnight
    미치
    미치
    미치, 엔소니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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