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78-3] 카코포니 「당겨요, 바로 지금」

카코포니 (Cacophony) 『DIPUC』
46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11
Volume 3
장르 일렉트로니카
레이블 앙샹떼
유통사 마운드미디어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신시사이저와 프로그래밍(그리고 일렉트릭 기타의 톤)만으로 이뤄진 편곡은 카코포니의 목소리 주변을 아우른다. 때로는 현악기의 스타카토를 닮은 사운드로, 때로는 곡의 목소리를 뒷받침하는 비트로 어우러지는 사운드는 이 곡이 지닌 ‘상대 높임법’의 뉘앙스가 단순한 높임의 형태가 아닌 보다 복잡한 관계에서 비롯된 지칭이라는 점을 넌지시 암시한다. 그뿐인가. 고분고분한 문법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말이 우선시될 때, 도치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카코포니는 제목의 도치를 이용해, ‘바로 지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기라는 말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또한 ‘당신’이라는 높임법을 준수하면서도 동시에 ‘당신’이라는 반말 또한 아우른다고 할 수 있겠다. 이 곡은 카코포니가 형성한 그 복잡한 관계라는 ‘대전제’의 긴장감을 끝까지 견지한다. 대개 어느 한쪽으로 기울기 마련이지만, 카코포니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추잡’하지 않게 그릴지를 잘 안다. ‘끔찍할 정도로 좋아서 죽고 싶은 순간이 있다’고 역설하는 카코포니의 편곡과 보컬은 달콤함과 잔인함의 이중적인 면모(마치 큐피드가 황금 화살과 납 화살을 동시에 지닌 것처럼)를 동시에 비춘다. 요컨대 이 곡 안에서 카코포니는, 사랑을 애증의 필치로 써 내려간다. ‘풍경을 말해달라’는 미래의 소원과 ‘죽고 싶은 순간이 있’다는 과거의 원념으로 감싸 안은 사랑은 결국 당신만이 부술 수 있다는 나의 심장을 드러낸다는 표현으로 도출한다. 그리하여 그렇게 지고 마는 것이 사랑이지만, 우리는 기어이 그것을 피할 수 없다는 것마저도 넌지시 표현한다. 사랑과 끊임없이 결부될 수밖에 없는 사랑의 역설을 도식적이지 않으면서도, ‘급할 것 없’이 천천히 드러내는 카코포니의 표현이 참으로 매혹적이어서, 사랑하기 위해서는 추잡한 면을 알아야 한다는 앨범 전체의 명제에 비춰봤을 때도 매혹이 줄어들기는커녕 더할 나위 없이 확장한다. 이 곡을 남몰래 찬찬히 반복하면서 듣는 일도 좋겠지만, 이 곡이 열어젖힌 한 세계를 온전히 듣는 일 또한 의미가 있는 일일 테다. 너무 늦기 전에, 앨범 전체를 들어보시길. 아마도 처음 이 곡을 들을 때의 감흥과 앨범 전체를 듣고 나서, 다시 이 곡을 들을 때의 감흥이 놀라울만치 달라질테니까. ★★★★

 

[김성환] 싱어송라이터 카코포니의 4번째 음반이자 2년만에 공개된 정규 3집 『DIPUC』의 타이틀곡. 카코포니의 음반들은 그녀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그녀의 ‘성장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실제로 어머니의 별세가 그녀를 음악의 길로 이끌었고, 그 충격의 극복과 추모를 담은 것이 1집 『和』(2018)였으며, ‘사랑’이라는 인간관계의 실패의 과정을 노래한 것이 2집 『夢』(2019)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얻은 그녀의 깨달음인 ‘주체적인 자아의 확립’을 처음 노래한 것이 EP 『Reborn』(2021)이었다면 이번 앨범 『DIPUC』(2023)에서는 ‘큐피드’라는 전통적 사랑의 운명론을 거부한다. 다시 말해서, 누군가의 선택을 받는 사랑이 아닌, 자신이 자신과 관계 그 모두의 ‘선택 주체’가 되겠다는 당찬 선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3부작이라는 앨범의 전체적 구성에서 첫 파트의 첫 곡인 이 트랙에서 그녀는 특유의 서늘한 보컬 톤으로 남성을 직접 유혹하고, 상대의 마음을 흔들 언어를 정갈하게 입으로 뱉아낸다. 마치 첼로 협주곡의 도입부 같은 신시사이저 효과가 안겨주는 정갈함이 무게감을 잡아주기에, 청자는 그녀가 뱉는 음절과 그것이 실린 음정 하나하나에 완벽하게 집중할 수 있다. 그녀의 힘든 시기를 붙잡아줬다는 이소라의 음악에서 받은 영향도 분명 느껴지는, 살을 베일 듯 차갑지만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싶은 한파(寒波)와 같은 음악이다. ★★★★

 

[유성은] 익숙하고 반복적인 메이저 코드 전개와 그럴법한 멜로디라서 더더욱 이 곡이 이토록 듣는 이에게 전위적으로, 파괴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유니크한건 카코포니의 목소리, 분위기, 존재감 그 자체이지, 다른 요소가 이 곡에 유니크함을 부여해주는 것은 아니다. 마치 한편의 현악 앙상블의 곡 같이, 혹은 Coldplay의 「Viva La Vida」(2008)와 같은 현악 리프를 카코포니의 희미하지만 단단한 가성 밑에 한층 느긋하게 깔고, 마디마다 활을 튕기면서 깊은 공간감을 만들어 내며 일정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관능적이고 질펀한 유혹은 앨범 쟈켓에서 이미, 그리고 제목부터 의미심장하게 나를 유혹한다. 로맨스를 넘어선 에로스를 외설적인 표현이나 클리셰 하나 없이 기초부터 다져 한편의 전위예술로 승화시켰다. ★★★★

 

[조일동] 목을 높이지 않아도 힘이 새어 나오고, 호흡이 느껴지는 속삭임 속에 단단함이 전혀진다. 신시사이저와 프로그래밍으로 만들어진 트랙 위에 나지막한 목소리와 목소리의 겹침으로 소리는 짙고 강렬한 점성을 만들어 낸다. 큐피드의 스펠링을 거꾸로 뒤집어놓은 앨범의 제목의 내용을 단적으로 표현한 곡이란 생각이다. 색온도가 높아지면 결국 가장 환한 일광색이 된다. 가장 환한 일광색은 따뜻함이나 뜨거움이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흰색 빛이다. 카코포니의 목소리는 마치 5,600K 색온도처럼 가장 내밀함을 평범하게 내뱉으며 비범을 일상처럼 포장하고 있다. 이 짙음을 청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소리가 되도록 절실하게 노래한다. 색온도는 이보다 높아지면 오히려 비정상적인 파란색이 나타난다. 카코포니는 파란색의 기운이 돌기 직전의 흰색을 만들어냈다. ★★★★

 

[차유정] 그냥 태워야 하는 것과 태우게 만드는 상황을 보게 하는 것들이 존재하는데, 그게 어느 쪽이든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 있어서 이렇게 조심스러운 뜨거움을 내보인다면 상대편이 수줍어질 것 같기도 하다. 1인칭 독백과 제안이라는 성격이 다른 언어들 사이에서 이해가 안되더라도, 조금 더 슬픈 방향으로 흘러가는 스타일이 그녀가 가진 고유의 선들을 드러내는 작업일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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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당겨요, 바로 지금
    카코포니
    카코포니
    카코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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