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78-5] 호와호 「파고」

호와호 (Howaho) 『파고』
392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11
Volume EP
장르 일렉트로니카
레이블 로와로
유통사 미러볼뮤직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파도는 본디 형체도 형국도 없다. 일정한 간격과 틀에 가둬질 때, 파도는 변화무쌍한 국면을 간신히 드러내기 마련이다. 때로는 이편에서 때로는 저편에서 이편도 저편도 다 거닐었다 싶으면 또 다른 포말을 드러내며 움직인다. 이펙터를 건 목소리에서 출발하여 신스 베이스와 기타가 주를 이루는 편곡으로 넘어가며 일정한 비트와 일정한 언어로 파고를 포착하는 그들의 말은 대구로 가득하다. 능동형(‘움직이는’)의 ‘빛’에는 피동형(‘가리워진’)의 ‘빛’이 있고, ‘안도의 숨’에는 ‘따라지는 숨’이 붙는다. 그러나 거기엔 ‘흰 등대’와 ‘신기루’를 ‘향해 향해’ 내쉬며 버티는 형국이 있고, 뛰어내리며 녹아내리는 ‘심장의 착각’도 존재한다. 이 곡은 결국 ‘녹아 내리’는 자연(自然)과 ‘녹아 버’리라는 자의(自意)의 차이 속에서 부단히 움직이는 물을 포착한다. 모호와 이호는 서로의 간격을 유지한 채, 약간의 강조와 화성의 차이를 두며 이중창에 가까운 모습을 선보인다. ‘물의 높이차’라는 사전적 의미만을 포착하지 않고, 넓은 품으로 ‘긴장의 정도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의미까지 포착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하다면 단순할 수 있는 구조를 유장한 사운드로 포착해 낸 집중력도 좋지만, 이를 지루하지 않게 다루면서 섬세하게 조정하는 공력 또한 무결(無缺)하다.  ★★★☆

 

[정병욱] 첫 정규앨범 『Unknown Origin』(2015) 이후 드문드문 싱글 위주로만 작업을 공개했던 호와호가 모처럼 발표한 EP의 타이틀곡이다. 앨범과 이 노래의 제목인 ‘파고’(波高)는 본래 ‘파도의 높이’(height of wave)를 일컬으나, 영어 제목은 ‘파도의 가장 높은 부분’을 뜻하는 ‘wave crest’로 표기됨으로써, (화자가 그것을 의도했듯 하지 않았든) 청자는 높은 데 있는 물결의 동적 ‘흐름’과 ‘방향성’을 보다 중요하게 파악하게 되었다. 실제 음악도 그렇다. 반복적인 리프가 파도의 규칙적인 움직임을, 큰 다이내믹 없이 평탄하게 오르내리는 선율 속 하강을 강조한 끝-음 처리 방식이 일상의 높은 데서 낮은 데로 작용하는 물의 흐름과 중력을 이미지화한다. 지난 앨범 속 「13인의 아이」(2015)가 대표하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중요한 배경에 두면서도 우직한 비트와 기타 스트로크의 질감을 놓지 않았던 일렉트로-포크 형태의 음악은, 전보다 선율과 반주, 보컬과 악기의 경계를 흐리며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비정형의 인디 팝, 얼터너티브 포크로 변모했다. 가사의 일관적이면서도 모호한 묘사 및 비유까지 더해지며, 단순하고 직관적 인상과 복잡미묘한 불안, 그래도 계속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한데 어우러졌다. 팝과 록, 일렉트로닉과 포크, 노래와 그림 사이 어디에나 쉬이 걸치는 기이한 감수성과 에너지의 트랙이다. ★★★☆

 

[조일동] 모호와 이호의 목소리가 붙으면서 만드는 감정은 낯섦의 텍스처로 낯익음을 연출해낸다. 신시사이저와 FX가 두 목소리가 엮여 형성한 낯섦을 강화하면, 서서히 풀어내는 기타, 신스 베이스의 울림은 두 엮임을 지상의 소리로 끌어온다. 앨범 소개의 글에 담긴 경계의 문제가 익숙함과 익숙함이 낯설어지는 소리의 맞닿음으로 구현하고 있다. 물은 생명의 시작이자 생명을 앗아가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 경계‘들'을 음악이 사유한다. ★★★★

 

[차유정]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들리는 음색에서 내가 알던 호와호의 음악이 맞는지에 대한 의심마저 들기도 하지만, 나름 무거워 보이는 세상의 위안에서 탈출해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온 것 같은 능숙함을 뿜어낸다. 팝을 가벼움의 결정체처럼 다뤄버리는 시각을 깨고 가볍지만은 않은 편안함을 추구하려는 집념이 느껴져 듣는 사람을 오롯이 기쁘게 한다. 이런 컴백이라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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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파고
    모호, 이호
    모호, 이호
    모호, 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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