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347-3] 크리스탈티 「낭만파 A.I.」

크리스탈티 (Crystal Tea) 『핑크 무비 감독판』
863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1.04
Volume SP
장르
유통사 포크라노스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어디서 왔는지 훤히 아는 데도 불구하고, 문득 다른 세계로 훌쩍 가버리는 음악이 있다. 크리스탈티가 그렇다. 전작의 컨셉에서 벗어난 주제들을 모은 『핑크 무비 감독판』은 전작인 『핑크 무비』(2020)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넌지시 이야기하는 듯하다. (말하자면, 시퀄보다는 프리퀄이라고 부르는 편이 적당할 것이다.) 이 곡 또한 낭만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실상은 자신이 꿈꾸던 것들에 대한 괴리감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요컨대 이 곡은 『핑크 무비』의 에필로그를 담당하는 곡인 셈이다. 전작을 접근하는 태도와도 사뭇 다른 사운드 스케이프 또한 이런 점을 간접적으로 증거한다. 개인적으로 전작과 다른 접근법으로 자신의 표현들을 제대로 모색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이런 방식으로 능숙하게 곡을 써내는 싱어송라이터에게 이 정도 모색은 흠조차 되지 않는다 ★★★☆

 

[김성환] 데뷔 초기에는 2000년대 전세계적으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걸 록/펑크 같은 느낌이었다면, 첫 EP 『핑크 무비』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 지향점을 확실히 구체화했다. 현재의 사운드는 J-Pop 씬에서 록을 지향하는 여성 솔로 뮤지션들의 사운드에 가까워진다는 생각이 든다. 전자음도 적절하게 활용하는 유연함에서 특히 그런 특징이 잘 드러난다. 마치 시이나 링고(椎名林檎)부터 유이(Yui)를 거쳐 요아소비(Yoasobi)까지 폭넓게 자신으로 흡수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앨범 제목에서 느껴지듯 『핑크무비 감독판』은 전작에서 미처 다 풀어놓지 못해 아쉬웠던 트랙들로 구성한 작품이며, 전작과 합쳐도 나쁘지 않았을 만큼 곡들의 퀄리티도 좋다. 특히 「낭만파 A.I.」는 만약 2000년대의 한국이었다면 충분히 메이저 가요 싱글로 나왔을 수도 있었단 생각이 들만큼 보컬과 멜로디, 연주의 3박자가 대중적으로 잘 갖춰졌다. 게다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조금 옛스럽지만) 사이버 세계에서의 낭만적 소통을 꿈꾸는 가사가 전하는 정서마저도 현 세대에도 잘 먹힐 것 같다. 무엇보다 자신의 음악적 지향을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가창이 힘있게 중심을 잡는다. 오히려 2020년대의 한국의 인디 씬에서 많이 사라진 스타일이다보니, 이런 음악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그녀의 결기에 오히려 반가움이 느껴지고 그 뚝심에 응원을 보내고픈 결과물이다. ★★★★

 

[정병욱] 그의 노래에서 김윤아 혹은 시이나 링고(椎名林檎)가 연상된다는 반응의 이유는 분명하다. 의미를 알 듯 모를 듯한 타이틀의 독특한 조어 방식과 얇은 음색이지만 선명하고 힘있게 뻗어가는 발성에 있어 정확히는 후자 쪽으로 특히 그렇다. 엄연히 연결된 우리말 주어와 조사를 노래와 호흡과 무관하게 띄어 읽는 등의 남다른 가사 소화력과 음절을 곱씹으면서도 종성을 흘려 말함으로써 우리말보다 일본어에 가깝게 들리는 발음 역시 귀에 띈다. 실제 음악과 가사는 어떠한가? 단순한 리듬으로 꽤 긴 프레이즈를 형성하는 멜로디, 명랑함과 처연함이 교차하는 코드 진행, 국면 전환으로서의 신시사이저 사운드 활용, 맥락이 뚝뚝 끊긴 채 특정한 감각과 감성을 파편적이고 추상적으로 묘사하다가도 슬며시 구체적인 고유 명사를 끼워 넣기도 하는 가사까지. 「낭만파 A.I.」는 “넷플릭스의 세계”와 “유니콘의 궁극기”가 공존하는 세계이자, 제이록(J-Rock)과 제이팝(J-Pop) 감성 및 방법론, 시이나 링고의 그것을 노골적으로 종합한 트랙이다. 적어도 가사의 스타일과 주제가 음악으로 구현되는 방식이나 사운드 서사적으로 들을 거리가 훨씬 다채로워졌다는 점은 (스스로 ‘감독판’이라고 이름한 것처럼) 전작을 한층 깊이 파고들고 있어 무척 반갑다. 아티스트가 콘셉트로 차용했다고 밝힌 ‘로망 포르노’를 비롯해 추억이나 향수와 상관없이 나와 무관한 시절을 거슬러 더듬는 확고한 취향과 개성 뚜렷한 오마주의 영역이 비단 시티팝이나 디스코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점 역시 뿌듯하다. ★★★☆

 

[차유정] 낭만이라는 단어도, AI라는 단어도 모두 아직은 낯설다. 노래는 이 낯선 감정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차분히 현실에 대입한다. 즉각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움직이는 모형처럼 느껴지는 세계에 대해 가만히 지켜보는 것을 택한다. 창법과는 다른 묘한 기류의 조용함이 곡을 지배하는 포인트라고도 볼 수 있겠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낭만파 A.I.
    크리스탈티
    크리스탈티
    크리스탈티, 허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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