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2018년 데뷔하여 지금까지 6장의 EP, 1장의 정규앨범, 그리고 디지털 싱글들로 꾸준히 팬덤을 늘려온 보이밴드 원어스의 최신 EP 『Blood Moon』의 타이틀곡. 일단 이들을 이 곡으로 처음 만난다면 여태까지 이들의 곡들 가운데 기존 팬층을 넘어서 K-Pop 팬들 전반에 가장 매력적인 인상을 남긴 곡으로 「가자」(2019)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엠넷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Road To Kingdom》(2020)에서 펼친 무대로도 화제가 되었던 「가자」는 EDM 팝과 트랩, 국악 및 동양적 요소들을 아우른 꽤 괜찮은 트랙이었고, 팀의 아이덴티티 확보에 기여한 곡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신작에서 첫 트랙 「Intro : 창」에 이어지는 이 곡 「월하미인」이 바로 「가자」의 지향점을 세련되게 잘 계승하는 트랙이다. 전통 현악기들의 선율, 피리 등 동양적 사운드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매끈한 신스팝 사운드를 중심으로 끌고 가는 구성이 신선하게 귀를 자극한다. 흥미로운 것은 사운드가 다채로움에도 후렴에 이르면 어느덧 브릿지와 훅 멜로디의 중독성으로 인해 함께 그 부분을 흥얼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보다 더욱 치열한 K-Pop 보이밴드들의 무한경쟁 시대 속에서 그들이 이제 확실한 음악적 개성의 한 페이지를 확보했음을 확인시켜주면서도, 충분히 음악적으로 논해도 매력적인 트랙이다. ★★★☆

[열심히] 동양적, 한국적을 표방했다는 방향성을 제쳐두고 보더라도 간만에 접하는 딥 컨셉 아이돌 음악입니다. 트랩 힙합을 베이스로 리듬감을 극대화했던 전작과 달리, 신스팝 베이스 기반 위에 오리엔탈한 악기들로 선율이 주는 동양미를 강조했습니다.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위해 선택한 극적인 완급조절 및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비트 전개 또한 (K-Pop이라는 바운더리 내에서는) 요새보다 5년여 전 즈음의 접근이라 꽤 이채롭습니다. 하긴, 해외 K-Pop 팬들 중 최근 입문자들에게는 이게 더 신선해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가사에서 사설시조의 양식을 차용해왔다고는 하는데, 조금 촌스러울 수 있는 운율도 이렇게 컨셉이 단단하니 어렵사리 납득이 됩니다. 기본적으로 K-Pop 신에서 워낙 다작으로 탄탄하게 공력을 쌓아온 제작진이기에, 기본적인 댄스곡으로서의 완성도 또한 컨셉으로만 폄하하기는 아쉬운 수준입니다. 전반적으로 빠지는 곳 없이 재밌게 즐길 만한 컨셉 풍성한 ‘요새 K-Pop’의 빡센 환경을 적절히 보여주는 곡이에요. ★★★☆

[유성은] 월하미인은 유사한 스타일의 전작 「가자 : Lit」에 비해서 동양적인 악기의 비중을 늘리고, 코드 전개와 멜로디에 색채를 조금 더 주입한 싱글이다. 리드미컬하고 파워풀한 전개보다는 멜로딕한 프레이즈의 반복과 선율의 흐름에 집중하여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잘 선보인다. 동양적인 컨셉의 이미지와 타 팀과의 차별화에 과도하게 천착한 다른 남자 아이돌이나 원어스의 전작들에 비해서, 곡 자체의 세련됨과 타이트함을 해치지 않는 적당한 범위내에서의 중도적 타협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문어체의 가사로 무협지스러운 느낌을 낸 것도 어색하지 않게 들리고, 원어스만의 꾸준한 세계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의 음악적 변용은 충분히 납득할만 하다. 멜로디 자체가 인상에 남고, 애초에 둔중한 일렉트로닉 악기와 강렬한 힙합 리듬이 강조되는 남성아이돌 음악의 대세 속에서 이렇게 멜로디의 전개를 찾아볼수 있는 곡이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다. 원어스의 팬 뿐만 아니라 일반적 대중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수 있는 대중성과 독특함의 균형을 갖춘 싱글. ★★★☆